논설:
2011년에도 계속될 노동자 투쟁 지원과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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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2010년의 끝자락에 우리는 미제국주의의 영향력 확장 시도가 동아시아에서 낳은 살벌한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남북간 상호 포격 사태와 그 후폭풍이다.
이 사태에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한미 군사동맹과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벌어졌고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하는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우파들은 “북한의 수도인 평양 지역까지 포격한다는 단호한 의지와 결단”(이회창)을 촉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전쟁 촉발 가능성’ 경고도 무시하고 서해 포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하지 말란다고 해서 안 할 일이 아니”라며 호전적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명박의 서해 포 사격 훈련 강행이 “국내 정치용으로서 날치기 예산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2011년 예산안은 4대강 삽질과 부자 감세를 위한 복지 삭감 예산이었고, 이명박은 이런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려고 주먹을 휘두른 김성회에게 격려 전화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는 “12월 8일 본회의장의 몸싸움을 보면서 나는 96년 12월 25일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 그것이 YS정권의 몰락의 신호탄이었다”며 우려한다.
사실 이번 날치기는 이명박의 ‘친서민’ 가면과 한나라당의 “70퍼센트 복지 시대를 여는 개혁적 중도 보수” 사기극을 산산조각내는 짓이었다.
이렇게 “복지 같은 데 재원을 써 버리면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기재부 장관 윤증현)는 본심을 드러날수록 이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08년 촛불 항쟁과 세계경제 위기의 파장을 거치며 대중 의식의 급진화가 물밑에서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올해 〈내일신문〉 설문조사에서도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무려 93.6퍼센트가 동의했다.
몰락의 신호탄
이런 분위기 때문에 ‘독재자의 딸’ 박근혜마저 “죽을 때까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자”며 ‘한국형 선진 복지국가’를 말하는 게 지금 상황이다. 따라서 안보 정국을 조성해서 이런 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단속하려는 이명박의 시도는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천안함 사고 때도 북풍 몰이로 안보 정국을 조성해서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 한 바 있지만, 그것은 지방선거 참패라는 역풍을 낳았다.
2011년에도 이명박의 레임덕 양상은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래로부터 저항이 분출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2008년 촛불항쟁을 통해 정치적 자극과 고무를 받았지만, 세계경제 위기의 충격 속에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속에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며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올해 현대차 정규직 노조 등의 무파업을 근거로 내년에 “합리적 노사관계가 자리 잡을 가능성”을 말하지만 이것은 단견일 뿐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무파업은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수준의 임금 인상을 양보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정규직 ‘강성 노조’는 제대로 건들지도 못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공격해 왔는데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은 여기에도 파열구를 냈다.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은 전체 노동자들의 투지를 더욱 자극했을 것이다. 최근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에 맞선 전면파업이 투쟁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경총 조사에서도 기업의 75퍼센트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명박은 물리적 공격과 야비한 이간질뿐 아니라 미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영향력 강화 시도가 낳는 남북관계의 긴장을 이용해서 계속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 할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보여 주었듯이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이런 투쟁을 고무하기보다 가라앉히는 구실을 하면서 반MB 선거연합 등에 치중할 수 있다.
이런 걸림돌들을 넘어서 노동자 투쟁이 더한층 발전하려면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과 자신감이 더 커져야 한다.
예컨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 비정규직 투사들과 연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정규직 노조 지도부나 야4당 중재단의 통제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았다면 브레이크는 잘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유럽에서 노동자들의 높은 분노와 투지는 노조 상층 지도자들이 총파업을 건설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는 온갖 논리와 주장들에 분명한 정치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투지와 자신감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2011년에도 우리는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신감과 투지를 높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제국주의의 영향력 강화 시도에 맞서는 반제국주의 대중운동 건설에도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