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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르크스의 가치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마르크스의 가치론》 알프레두 사드-필류, 책갈피, 1만 5천 원, 368쪽

마르크스가 죽은 지 1백 년도 더 지났지만 마르크스의 사상과 그의 저작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처럼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자본주의의 동학을 밝힌 마르크스의 노력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에 《마르크스의 가치론》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알프레두 사드-필류는 영국 런던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 대학의 발전정치경제학 교수로,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저자이고 《Anti-Capitalism: A Marxist Introduction》라는 책을 편집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치론’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거의 모든 논쟁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을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가치론은 “착취 경험의 파편화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적 착취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자본주의적 착취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순적이고 위기로 가득 찬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착취를 중단시키기 위한 행동의 가능성을 착취 과정의 작동 방식에 대한 우리의 지식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재생산의 본질적 측면과 관련된 것으로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지의 문제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근저에 있는 사회적 구조들, 특히 착취 구조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관련된 최근의 논쟁까지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의 분석 방법론과 관련하여 최근에 제기된 헤겔적 해석인 ‘새변증법’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소개한다. 또 가치론과 관련한 두 가지 해석인 투하노동설(‘전통적 마르크스주의’와 스라파적 접근)과 가치형태론(루빈의 이론과 ‘신해석’)의 기여와 한계를 지적한다.

제7장에서는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문제를 다루는데, 저자는 경제부문간 경쟁으로 말미암은 가격의 결정이 아니라 자본 규모에 따른 잉여가치의 배분이 전형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형의 역할은 사회적 노동의 형태의 더 복잡한 수준에서의 규정을 가능하게 하고 경제 전체에 걸친 노동과 잉여가치의 분배를 설명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관련한 최신 논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럽다는 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또 글의 내용이 압축적이어서 읽기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자본론》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변호론이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오직 피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문의 가파른 오솔길을 기어 올라가는 사람만이 학문의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를 심화시키기에 적합하다.

앞서 지적한 바처럼, 이 책은 계급, 착취, 경쟁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많은 구조들과 과정들을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생산에 의해 분할된다는 것, 이 분할은 분배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것, 축적은 자본주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축적이 이루어지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방법과 과정들이 존재한다는 것 등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노동계급이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한 저항에 즉각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집단적 행동을 통해 자본주의적 착취를 끝장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회적 집단”임을 강조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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