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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몬 배신의 8개월

노동자들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몬 배신의 8개월

이해남 씨는 올해 초 천안구치소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무현 당선자는 그래도 친 노동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일들이 있을 거야.” 하고 기대했다.

이해남 씨는 올해 6차례나 청와대 신문고에 호소의 글을 올렸다.

이용석 열사는 올해 6월에 쓴 미완성 편지에서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로써 … 노무현 대통령님 제발 저의 고민을 들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무참하도록 철저히 배신당했다. 이해남 씨가 유서에서 말한 것처럼 청와대 신문고는 “여지껏 묵묵부답”이고 세원그룹 회장 김문기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노동자들을 배신한 노무현은 재벌·기득권 세력들과 야합했다.

〈에쿼터블〉의 ‘2003년 한국의 100대 부호’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의 재산은 하루에 1백만 원씩 무려 3천9백 년 동안 쓸 수 있다.

‘100대 부호’에는 재벌 총수들과 조·중·동 사주들,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해 온 학습지 업체 사장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는 3개월 만에 4백억 원을 벌었다.

SK 돈 25억 원과 재벌들의 돈 수십억 원을 받아 선거를 치른 노무현은 올해 초 재벌총수 26명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며 “노사관계가 국제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약속했다.

지난 8월 말에는 “부자가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해남 씨가 폭로했듯이 “경찰청장과 아주 절친한 사이”인 세원그룹 회장 김문기는 이해남 씨에게 “너희 노동자들이 제 아무리 나를 이기려고 해도 나는 청와대에서도 못 건드린다.”라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배신은 절망을 낳았다. 김주익 열사가 129일 간의 농성 끝에 자살했고, 이해남 씨와 이용석 열사가 분신했다. 대한화섬 박동준 씨가 자살했고, 화물연대 노동자 2명이 빚에 몰려 자살했다. 한국통신에서 ‘명예퇴직’당한 한 노동자가 최근 투신 자살했다.

노무현이 재벌들에게 약속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김주익 유서)였다.

노무현 측근들이 대선 이후 쏟아지는 “돈벼락” 속에 “펄펄 날아다니”고, 열린우리당의 송영진이 미군 카지노에서 몇 만 달러를 쓰며 블랙잭을 즐길 때 노동자들은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평균 임금도 4인 가족 표준생계비의 64퍼센트에 불과하고, 조합원 1인당 평균 2천7백53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51퍼센트가 월 120만 원 이하를 받는 저임금이고 92만 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같은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 노조 때문에 나라 망한다고 아우성[이니] …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김주익 유서)밖에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확대 강화

노무현은 “노동귀족”을 운운하며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의 ‘수호천사’인 양했다. 그래서 노무현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배신적 공격은 더욱 쓰라리고 역겹다.

전체 노동자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 된다. 상여금,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의 74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

이용석 씨는 노무현에게 보내려던 미완성 편지에서, 병가도 없고 명절 떡값도 나오지 않는 비정규직을 “차별의 노예”, “시대의 사생아”라고 한탄하고 있다.

노무현의 배신 때문에 올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시간 격차는 더 벌어졌고 비정규직의 수는 12만 명이나 늘었다.

정부는 9월 4일 발표한 ‘노사관계 개혁방안’에서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임시직) 고용의 사유제한을 없애면서 사용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면하고, 특수고용직 문제는 아예 빼버린 ‘비정규직 확대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노무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을 탄압했다. 노무현 정부는 현대아산 사내 하청지회 노동자 6명을 구속했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을 수배했다.

노무현은 특수고용직인 화물연대 노동자들 40명을 구속하며 투쟁을 물리력으로 파괴했다. 노무현은 이제 화물연대의 노동3권을 모조리 파괴하는 개별등록제와 업무복귀명령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손배가압류와 노사관계 개악안

노무현은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를 마지막 한 가닥까지 파괴하려 기를 쓰고 있다.

이해남 씨가 분신할 때 남긴 손가방에서는 해고통지서, 경찰출석요구서, 신용회복지원통보서가 나왔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와 구속·수배와 신용불량자로의 전락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세원테크에서 무려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벌금·수배·구속되도록 한 충남 아산경찰서 보안과장에게 이해남 씨가 분신하기 이틀 전 ‘노사평화’에 힘썼다고 대통령 표창을 줬다.

이 때문에 이해남 씨는 유서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다.’ 정말로 웃기는 얘기 아닙니까?”라며 한탄했다.

무엇보다 노무현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손배가압류로 완전히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정부가 앞장서 철도노조에 75억 원의 손배를 청구해서 올해 손배청구액은 158억 원이나 증가했다.

공공부문의 손배가압류 규모만 4백여 억 원으로 전체 손배가압류의 28퍼센트나 된다.

인천지하철은 퇴직금까지 가압류했고 정부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장은증권 노조위원장의 아버지와 할머니, 작은 아버지의 집과 선산까지 가압류했다.

김주익 지회장은 은행 빚으로 산 5천만 원짜리 집마저 가압류당했다. 작년에 이해남 씨는 아들의 수술비 때문에 회사측에 “하루만 가압류를 풀어달라”고 울면서 매달려야 했다.

투쟁의 대가로 자신의 임금·퇴직금·집까지 가압류되고 심지어 신용보증인인 친지들에까지 피해가 갔을 때 노동자들이 느낀 절망은 그들을 자살로 몰고 갔다.

그래서 올해 한진중공업에서 손배가압류 협박에 파업 대오는 순식간에 3분의 1로 줄었다. 김주익 열사는 저들이 “칼에 묻힐 피를 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한술 더 떠, 노무현은 ‘사용자 대항권’을 내걸고 ‘해고는 더욱 쉽게 파업은 더욱 어렵게’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용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노조의 쟁의 때는 무조건 직장 폐쇄가 가능하고, 공익 사업의 대체근로가 무제한 허용되고, 쟁의 행위 금지 기간이 60일로 연장되고, ‘제한 없는 해고’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노사관계가 ‘개악’되면 노동자들은 모든 ‘대항권’을 빼앗기고 사용자들은 멋대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공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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