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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반대 문화제 재판:
"오바마 환영은 ‘무죄’고, 오바마 비판은 ‘유죄’라니요"

6월 2일, 오바마 방한 반대 촛불 문화제(2009년 11월)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다함께 회원 세 명(조성민, 천경록, 최진영)이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했다. 이들은 법정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재판을 받았다. 그중 지배자들의 위선을 조목조목 폭로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훌륭하게 방어한 조성민 씨의 최후진술문을 게재한다. 그의 진술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던지, 마침 다른 재판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최후진술을 듣게 된 재능교육 노조 활동가들이 “이렇게 멋진 재판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일곱 명이다. 이 중 박용석 씨 담당 검사는 야간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공소를 취하했다. 박용석 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면회 기회를 박탈당한 것에 항의한 건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피기소자들의 담당 검사도 야간집회 헌재 판결 이후 재판을 유예하고 있다. 따라서 위 세 명만 특별히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검찰은 2009년 11월 18일 ‘오바마 방한에 즈음한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이하 문화제)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폭력적으로 연행된 우리 3인에 대해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당시 경찰이 우리를 강제 해산시켰던 근거는 야간 미신고 집회였습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 금지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이 났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헌적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어떠한 야간집회 신고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미신고 집회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이후에 최종적으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의 효력이 끝났습니다. 검찰이 불법집회로 기소한 사건들이 모두 무죄로 판결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우리 사건의 담당 검사는 우리에게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집시법 중에서도 매우 하위의 법조항을 걸고 넘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해산명령 자체가 야간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중요한 쟁점에는 여전히 야간집회가 위헌 판결난 시점에서도 법을 집행한 경찰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가 여부도 포함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 이전에 이 법정을 맡고 있던 소병진 판사도 검사에게 “이게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인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또한 검찰은 이 행사가 문화제가 아닌 집회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경찰은 당일 행사가 문화제인지 집회인지 성격을 알아볼 생각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행사의 진행을 보면서 문화제인지 집회인지 판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무리를 형성해 보도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3회의 해산명령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치고서는 해산과 연행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경찰은 해산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해산 명령절차는 단지 요식행위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경찰 중에 누군가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뭐라고 하는 모습만 보았지 해산하라고 말하는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든 핸드마이크는 무대 주변의 스피커 소리에 완전히 묻혀 있었습니다. 해산명령이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전달돼 해산을 결정하기 위한 판단을 돕길 바랐다면 경찰이 그렇게 해산명령을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경찰이 갑자기 무기를 들고 달려오자 문화제를 하던 사람들이 놀라 경찰을 피하려고 했으나, 근처는 이미 경찰에게 겹겹이 봉쇄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경찰은 해산을 명령했으나 실제로는 해산을 불가능하게 만든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검찰 측 증인 윤진호의 진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진호 진술서 내용을 인용하면 “이 현장을 저희 8기동대 3개 제대와 전의경중대 2개 중대가 아주 근접한 거리로 참가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ㄷ'자 형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라고 돼 있습니다.

중간에 재판관이 바뀌어 지금 판사님은 못 들으셨겠지만 윤진호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에도 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저는 함께 참여했던 한 여성을 경찰의 봉쇄로부터 빼내려다가 연행됐습니다. 당시 그 여성은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 여성이 빠져나갈 틈을 모두 막았습니다. 그 여성은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진보 단체의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경찰은 반대로 보수단체들의 행사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관대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던 당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과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각각 ‘오바마 대통령 환영대회’를 개최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찬성,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행사에서 외쳐진 구호와 팻말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대표 박찬성은 북한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면도칼로 찢으며 "웰컴 오바마", "웰컴 USA", "북핵 폐기"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보수 단체들의 집회에서는 단 한 명의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종로경찰서 경비계 관계자는 인터넷 언론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보수단체 쪽에서 집회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행사는 집회·시위가 이니라,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하는 ‘축제’라고 볼 수 있다” 하고 말했습니다.

오바마를 비판하는 평화로운 촛불 문화제는 무조건 불법 집회고 보수 단체들의 행사는 과격한 행동과 구호가 있어도 축제라는 것입니다.

축제?

이렇든 거의 대부분 경찰의 집회 규정은 자의적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왜 보수 단체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줄 듯 관대하면서도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대해서는 한없이 가혹한 것입니까?

지난주에는 경찰이 반값등록금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한 대학생 73명을 연행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저처럼 벌금형들이 떨어지겠지요. 잘못이 있다면 지키지도 않을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한 뒤에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이명박 정부가 잘못이지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한 대학생들에게 잘못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지난주에는 경찰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폭력으로 짓밟았습니다. 유성기업 회사는 이미 재작년에 2011년부터는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전환한다고 약속한 상태였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밤에는 자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던 것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이중성은 다음의 사건에서 극에 달합니다. 용역깡패가 대포차를 이용해 헤드라이트도 끄고 밤 12시 반에 인도에 있던 조합원들을 덮쳤습니다. 노동자 13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귀의 4분의 3이 찢어져 접합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은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산경찰서는 이를 단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만 기소했습니다. 현대 자본의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살인 미수나 상해 치상으로 기소돼야 할 용역깡패는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유성기업 지회장과 지원 나왔던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 부지회장은 불법파업으로 구속시키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동안 법의 역사는 법을 해석해 온 사람들의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법은 항상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석돼 왔습니다.

우리가 연행됐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촛불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 차 있을 때였습니다. 거의 집회 자체를 보장하지 않고 참가자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구속하고 벌금형을 때렸습니다.

검찰의 차별적 기소, 집회 규정의 자의성, 진압 작전의 폭력성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저는 저희가 무죄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과연 무죄를 선고할지 저는 반신반의합니다. 대부분의 법원 판결도 집시법 위반 피고에 대해서 관대함을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정은 지배자들이 극도의 위기에 빠지고 아래로부터 저항이 있을 때에야 보수적인 판결을 중단해 왔습니다.

아랍 세계를 뒤흔든 혁명으로 독재자 벤 알리와 무바라크를 물러나게 한 민중은 독재자들이 휘두른 법의 칼날을 부러뜨린 아주 멋진 본보기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환멸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 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30대 여성의 80퍼센트가 한나라당이 싫다고 답했습니다. 육아비, 학원비, 전월세, 등록금 물가가 매일 매일 치솟지만 월급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피부로 느낀 사람들의 의식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만을 행동으로 표현한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 현대차 비정규직과 유성기업 노동자들, 등록금 동결을 위해 싸운 대학생들이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위기 탓인지 저희와 함께 연행됐던 저의 동료 박용석 씨에게 얼마 전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이것은 우리 3인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만약 무죄 선고가 내려진다면 이것은 부패하고 무능하고 반민주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운 투쟁하는 민중이 함께 만들어 낸 승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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