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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을 다른 억압으로 바꾸자는 교과부:
간접 체벌·등교 정지·상벌점제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될 예정이다. 충북·충남·전북·전남·광주·제주·경남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교문 앞에서 멈췄던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고 3월 18일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물리적 체벌은 금지했지만, 학칙을 통해 ‘교육적 훈육’ 방법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교과부가 사용하는 ‘간접 체벌’이라는 용어는 매우 모호해서 체벌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모든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와 전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등교 정지’라는 새로운 징계를 더 만들었다.

상벌점제는 학생들의 ‘숨통을 죄어오는 끔찍한 점수’이다.

교총과 보수 언론은 연일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고, 교사들은 학생 지도를 포기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학교 현장이 어렵다는 현실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와 우파적 선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인과관계가 잘못됐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갈등을 빚고 교사들의 사기가 좋지 않은 것은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금지 때문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학급당 학생수, 일제고사·교원평가를 중심으로 한 경쟁 강화, 숨막히는 입시체제, 관료적 통제만 있는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등이 인간적인 배움과 가르침이 싹틀 환경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학생인권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경쟁교육과 비민주적인 학교 체제에 맞서 싸우면서 학생 인권을 신장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체벌을 대신해서 다른 통제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상벌점제(그린마일리지)가 시행되는 학교에서도 갈등과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신설학교에서는 벌점 누적으로 두 달 만에 40여 명이 퇴학을 당했다. 행동 하나하나를 누적하다 보니 학생들이 느끼는 억압 수준은 높고, 벌점이 징계와 연결돼 징계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혁신학교인 장곡중학교는 학생 인권이 보장된 매우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교문 지도를 폐지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억압적 통제를 없애려고 노력한 결과, 학생 폭력이나 교사·학생 간 갈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민주적인 참여 보장과 학생에 대한 존중이 통제와 억압보다 훨씬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감을 갖고 학생 인권을 신장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도 교문 지도·강제 야간자율학습·체벌이 없어지지 않냐며 불만을 이야기한다.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금지를 활용해서 학내 민주주의를 고무하고 학생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 문제를 결코 교사 개인의 역량이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엄청난 구조적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사와 학생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관악·동작 교육청 산하에 있는 학교에 도움을 줄 정신과 전문의가 단 한 명뿐이고, 전문 상담교사는 전국에 단 열 명뿐이다. 모든 갈등과 어려움을 교사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상담교사와 함께 전문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행정 업무를 경감시키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을 혁신학교 몇 곳만 선정해서 시행해서는 안 되고 전체 학교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