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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첫 산재 판결:
골리앗 삼성이 완전히 무릎 꿇을 때까지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고(故) 황유미, 고(故) 이숙영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은 여러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노출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산업재해다” 하고 판결했다.

그동안 삼성의 수많은 회유와 방해를 무릅쓰고 굳건히 버텨 온 피해 노동자와 유족들 모두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단 두 명이라도 산재가 인정됐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골리앗 삼성을 무너뜨렸군요!” “4년 동안 애썼는데 드디어 희망을 보는군요. 더 힘 받아서 2심은 완승!”

승소의 주인공은 황유미 씨(23세)의 아버지 황상기 씨다. 이분의 끈질긴 투쟁이 없었더라면 삼성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내는 일은 매우 더뎠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2007년 첫 만남에서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내 딸이 걸린 백혈병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한 화학물질 때문에 걸린 산업재해가 분명합니다. 왜냐면 함께 일한 2인 1조 세척 작업자였던 이숙영 씨도 백혈병에 걸려 죽었고 내 딸도 백혈병에 걸려 죽었는데, 백혈병이 감기처럼 흔한 전염병도 아니고 이게 산재가 아니면 무엇이 산재겠습니까? 그런데도 삼성은 개인 질병이라고 오리발만 내밉니다. 삼성에는 노동자를 보호해 줄 만한 노동조합도 없고 삼성 관리자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합니다.”

노동 3권

이후 2007년 11월 대책위(현재의 ‘반올림’)가 발족했다. 2011년 현재 반올림에 들어온 피해 제보를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LCD, 삼성전기 등 첨단 전자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흑색종(피부암),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병 등 여러 희귀 질환에 걸린 사례가 1백30여 건에 이른다. 이중 47명은 이미 사망했다. 대부분 젊은 20~30대 노동자들이다. 이 중 우리와 함께 산재신청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이제 스무 명이다.

도대체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현행 산재보험법령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입증해야 한다. 또 반노동자적인 운영으로 절망만 주는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도 큰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첨단 전자제품만큼이나 생산 현장도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증거주의’를 벗어날 수 없는 법원 판결의 한계 때문에 위와 같이 많은 희귀질환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모두 닦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이번 1심 산재 인정(승소) 판결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게 “제발 항소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농성까지 벌이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절규는 아랑곳 않고 항소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산재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 정부가 ‘삼성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부와 법·제도만 믿다가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 죽음의 일터를 바꾸고 건강하게 일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위험한 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집단적 힘이 필요하다. 바로 삼성이 빼앗아간 노동3권을 되찾아야 한다.

이종란 씨는 맑시즘2011에서 ‘야간노동, 죽음의 공장, 노동자 건강과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