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2011 개막식:
"우리는 혁명이 현실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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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가 주최하는 한국 최대 진보포럼 맑시즘2011 개막식이 7월 2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4백 석의 고려대학교 대강당을 가득 채운 개막식에서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우리가 대단히 역사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하며 첫 연설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두 지역인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에는 늘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위기는 매우 특별한 위기입니다.
"첫째 위기 자체가 깊고 근원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경기순환의 하강국면 수준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명가 그람시가 말한 이른바 '유기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4년이나 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둘째 이번 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이 노동자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리스에서 이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유럽의 지배자들은 깊이 분열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바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연금과 일자리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삭감이 이뤄졌습니다. 국제 금융체제 수장들은 이조차 부족하다며 더 밀어붙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확인한 것은 그리스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태세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두 종류의 세력이 하나로 뭉치고 있습니다. 한 세력은 정치 경제 체제 전체에 맞선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시작은 스페인에서 청년들이 광장을 점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리스로 확산했습니다. 그리스 청년들은 의회 앞 광장을 점거했고 이 점거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결합했습니다. 몇 주 전 이들은 함께 경찰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자 금융시장이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스 민중이 이런 삭감 조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특별한 까닭은 대부분 시기에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대립은 다른 방식으로 매개 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매우 순수한 형태로 이 대립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것입니다.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학생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대학 등록금이 세 배나 오른 데 맞서 일어선 것입니다. 학생들은 심지어 왕세자와 왕세자비가 탄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노동자들도 깨어났습니다. 6월 말에 공공부문 긴축에 맞서 대중파업이 벌어졌습니다. 이 파업은 늘 봐 온 노동조합 집회와는 달랐습니다. 학생들의 투쟁에서 느껴지던 열정, 투지, 전의 같은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건들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 이 모든 일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난 이후 우리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혁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과 자유주의자들이 함께 입을 모아 그렇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들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입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고전적 혁명이 재현됐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과정이 그것입니다. 오늘날 혁명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열여드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봐야 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은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마할라 섬유노동자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혁명을 이끌고 있습니다.
"오늘날 혁명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혁명은 더는 지식인들의 담론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됐습니다.
"우리의 기여를 통해 혁명은 현실이 됐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중요한 뜻을 가집니다. 아직 혁명가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이 일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미 혁명가인 나 같은 사람들도 더 나은 혁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 동안 맑시즘2011을 즐기십시오. 그리고 사흘 뒤에는 우리 모두 혁명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참가자들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연설에 큰 박수를 보냈다.
혁명은 현실로
올해 등록금 투쟁에서 1만 명이 모인 학내 집회를 성사시킨 전성원 인하대 총학생회장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 오는 8월 파업을 예정하고 있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의 연설도 큰 박수를 받았다.
베트남 출신 이주자인 원옥금 씨도 베트남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한 정부에 맞서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하며 재판 승리 소식을 전했다.
부산 영도 크레인 위에서 전화를 연결해 연설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는 30일 3차 희망의 버스에 많이 참가해 싸우는 한진 노동자들에게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김선혁 유성기업 영동지회 부지회장은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연대의 인사를 건넸다.
"아마 우리 공장 노동자 중에 고려대학교 대강당에서 연설한 사람은 제가 처음일 겁니다.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투쟁!"
그는 일주일에 70시간씩 일하면서 한 달에 2백10만 원 받는 자기 같은 노동자들을 이명박 정부가 연봉 7천만 원짜리 노동자라며 비난한 것을 두고 "생각할 때마다 열을 받는다" 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회사는 엄청 이익을 챙겼죠. 싸우면서 알게 된 건데 이 회사 노무비가 전체 영업이익의 20퍼센트밖에 안 되더라고요. 나는 절반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완전히 속은 거죠."
이집트에서 호쌈 엘 하말라위가 그리스에서 니코스 루도스가 맑시즘2011 축하 메시지를 보내 왔다.
호쌈 엘 하말라위는 2011년 1월 이전과 이후 이집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전하며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연대해 준 한국 민중들과 투쟁의 영감을 제공해준 한국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판 타흐리르 광장 소식을 듣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막식이 열린 이날 11개의 토론과 강연이 열렸다. 4백여 명이 이 토론들에 참가했고 많은 참가자가 토론 내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10명 이상이 모여 함께 단체 참가 신청을 한 팀도 6팀이나 있었고 대부분 학생이었다. 고려대학교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참가했고,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청소년들도 참가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손잡고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고 포스터를 보고 함께 참가하기로 한 학생들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많은 사람이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강연을 기대하고 있었고 모든 토론에 참가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다가 동시에 여러 개의 토론이 열리는 것을 보고 다소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학생은 "앞선 토론들이 좀 어려워 의기소침했는데 개막식 연설을 듣고 힘이 나 다시 끝까지 참가하기로 했다" 하고 말하기도 했다.
맑시즘2011은 오는 24일 일요일까지 고려대학교에서 남은 50여 개의 토론과 각종 부대행사를 진행한다. 참가신청과 접수는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차려진 접수처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