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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난 네 편이야》, 심상정 지음:
누구와 함께, 어떻게 변화를 이룰 것인가

《난 네 편이야》 심상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 316쪽 | 14,800원

얼마 전 심상정 의원의 자서전 《난 네 편이야》가 출간됐다. 그는 책 제목의 “네 편”은 변화를 염원하고 조직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노동자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심상정 의원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꽤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표적인 여성 진보 정치인이다. 그는 2004년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노회찬 의원과 함께) 진보 정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3선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1987년 이래 진보 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다 득표(200만 표)를 했다. 대선에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걸고, 전통적 우파 정치인 홍준표의 노동자 고임금 비난에 “도지사와 비슷하게 받으면 안 되냐?”고 일갈하던 모습에 속 시원해 한 사람들이 많았다. 동성애 반대를 선언한 문재인과는 달리 1분 발언에서 성소수자를 적극 옹호한 것도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책은 과거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으로 국회의 관행에 당황하거나 분노했던 일 등을 그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1996~1997년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을 거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정리해고제를 경험하면서 ‘노동운동만으로는 되지 않는구나,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구나’를 느꼈다고 술회한다.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 대다수의 생각이기도 했다. 산별노조와 노동자 정치 세력화라는 양 날개 전략을 경험적으로 진술한 이런 생각은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노동운동에서 정치의 필요성을 자각한 것은 진보였는데, 물론 이때 정치는 혁명적인 것이 아니고 개혁주의적인 것이었다.

그런 개혁주의 정치의 구현체는 “평등한 복지국가” 건설이다. 심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보는 참여정부의 개혁보다 더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것 … 그 저항의 크기를 감당할 수 있는 비전과 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그 저항과 맞설 수 있는 국민의 거대한 지지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실제적인 개혁을 위한 정치적인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지, 그런 고민을 했다.”

이것은 심상정 의원의 개혁 프로그램이 참여정부보다 더 급진적임을 표방하는 것이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대중정당

그런데 그가 노동자 권리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방식은 그것이 기업주들에게도 이로운 것이라고 설득하는 방식이다. 노동자 계급의 이익과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전형적인 사회민주주의적 접근법인 것이다. 이것은 흔히 국민 또는 국익으로 표현된다. 진보 정당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지하지만,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의원이 박근혜 퇴진 촛불 초기에 대한상공회의소(기업주 협회 중 하나)에 가서 한 말이 이런 정치를 간결하게 표현한 것일 것이다.

“정의당이 친노동은 분명하지만 반기업은 아니다.” 그는 이미 2005년에도 벤처 기업인들 앞에서 똑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이런 정치가 노동자 투쟁에서 계급 간 중재자 구실로 나타난다. 그가 현대차 임원과 나눈 대화라고 인용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현대자동차가 앞장서서 산별 교섭을 수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입장에서도 득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합리적인 협상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파업도 줄어들 겁니다.”

물론 그는 정권과 자본이 일방으로 밀어붙인 노동 개악에는 반대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주들이 [“공통의 더 큰 목적을 위해”] 노동자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주의에서 노동과 자본은 “공통의 더 큰 목적”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 착취에 기반하므로 자본가들의 이익과 노동계급의 이익은 근본에서 충돌한다. 그래서 국(민의 이)익은 현실에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 관철로 나타난다. 바로 이 점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전략은 모순에 처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모순이 첨예해지는 경제적·지정학적 위기의 시기에 더욱 그렇다.

1970년대 이후 서구의 많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신자유주의를 수용했고, 대중의 환멸을 자아냈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스웨덴 사민당도 본질적으로 다른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근래에는 그리스에서 좌파 개혁주의 정당인 시리자가 집권했을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7년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심상정 의원 ⓒ조승진

친북당, 민주노총당

그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에 대해 “’친북당’, ‘민주노총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누적”됐고, 이런 “낡은 것들과의 이별”을 추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탄압한 “일심회 관련 당원들을 제명”하는 ‘혁신안’을 제출했다.

‘일심회’ 사건은 노무현 정부가 민주노동당 내 자민통계 일부 활동가들이 북한 당국과 접촉했다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건이었다(나중에 법원은 일심회의 실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일심회’ 당원 제명 안건은 단지 친북 노선 비판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에 의한 마녀사냥에 굴복한 것이었다. 훗날 그는 이를 두고 “헌법 안의 진보”라고 명명했다. 심 비대위의 ‘혁신안’은 당대회에서 부결됐다.

그는 2008년 자신의 민주노총당 탈피론이 민주노총과 결별하자는 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1~2년간의 행보에서 보듯이, 그는 조직 노동운동 상층에 기반을 두고자 애써 왔다. 지난해 말 11년 만에 부활한 정당후원금 모금에서 정의당은 7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는데, 심상정 의원은 노회찬 의원, 이정미 의원과 함께 노동조합이 있는 전국 작업장을 부지런히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그의 민주노총당 탈피론은 진보정당이 노조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일체화돼 조직 노동운동의 부정적 측면까지 받아 안는 것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회민주주의의 정경 분업 전략을 제기한 것이었다. 정치(주로 선거나 의회 활동을 뜻한다)는 개혁주의 정당이 맡고, 노동조합은 경제(주로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를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 투쟁에서 정치를 제거해 노동조합 부문주의를 강화하고,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계급투쟁에 거리를 둬 의회주의 전략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

연합정치와 책임정치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투표를 며칠 앞두고 심 의원은 유시민 지지를 호소하면서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는 당시 진보 개혁 지지층에서 ‘반反MB 야권연대’ 염원이 컸다는 이유를 든다. 특히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압력이 컸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사퇴를 두고 진보신당(당시 심 의원의 소속 당)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민주노총에서도 유시민처럼 신자유주의를 추구하고 이를 반성하지 않는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하는 것은 노동자 운동의 대의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그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 원하지 않았지만 세력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더 적극적인 계급 연합이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과감하게 기존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국민들 열망에 부응하는 모습을 앞장서서 보여 주었다면 진보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그는 2년 뒤, 자민통계가 주도하던 민주노동당, 친노 유시민의 참여당과 통합했는데 이를 두고 “진보의 오른쪽과 왼쪽이 만나는 의미”라고 평가한다. 이런 합당은 연립정부 구상에 대한 그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노동계 진보정당이 하위 파트너로서 부르주아 세력과 동맹(연립정부)하면 부르주아 개혁 정부가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옹호할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국가나 의회는 심상정 의원이 강조해 온 촛불 염원을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 못 된다. 오히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입에 올리며 (불충분하나마) 적폐 인물들을 수사선상에 올리는 것 등은 강력한 촛불 투쟁의 여파가 있기 때문임을 봐야 한다. 바로 대중의 자기 행동이야말로 변화를 조직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타협에 대해 원칙 있게 비판해야 부르주아 개혁주의가 위기를 겪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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