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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봉기가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11월 23일 그루지야에서는 민중 봉기로 대통령이 쫓겨났다. 그러나 크리스 하먼은 이미 미국 정부가 비슷한 정책 노선을 가진 인물이 대신 집권하도록 최선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먼은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갈무리 출판사)의 공저자이다.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전송된 TV 화면은 정권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해 시위대가 의회 건물로 난입한 놀라운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루지야 대통령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는 황급히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봉기는 정부의 부패와 선거 부정을 겨냥했다. 그러나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 즉 국민의 상당수가 극빈곤층이라는 사실이 사태를 심화시켰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그루지야는 옛 소련의 일부였다. 그리고 셰바르드나제는 옛 소련의 외무장관이었다. 1980년대 브레즈네프와 고르바초프 치하에서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대중의 불만이 쌓여 갔다. 1991년에 쿠데타가 실패한 뒤 옛 소련은 산산조각 났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등장한 신생 공화국들의 지배자들은 신속하게 시장경제로 전환하면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루지야의 가혹한 현실은 이와 사뭇 달랐다. 오늘날 그루지야 국민의 60퍼센트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트빌리시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실업 상태다.

노동자들은 몇 달씩 월급을 받지 못하는 반면, 옛 소련 시절과 마찬가지로 공식 노조는 경영진의 일부처럼 행세한다. 보건 혜택이 무료라고 하지만 실상은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년 전 내전으로 독립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축출된 후 셰바르드나제가 정권을 장악했다. 사실상 모든 서방 언론이 셰바르드나제의 승리가 그루지야를 구제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1999년 그가 대통령에 재선되자 서방 언론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가디언〉은 이렇게 보도했다. “그루지야 대통령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는 압도적인 선거 승리로 자신의 친서방·친나토 정책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옛 국가 관료들과 마피아가 산업을 나눠먹는 것이 그의 정책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오빠가 가장 유명한 마피아 중 한 명인 아슬란 아비시제와 합작해 수출업체를 설립하려 했을 때 이 나라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이유는 오직 당시 아비시제가 셰바르드나제의 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이번 봉기 때는 셰바르드나제를 도우려고 했지만 말이다.

클린턴 집권 시절이든 부시 치하에서든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그루지야를 미국의 영향권 아래 두는 것이었다. 특히 그루지야를 관통해 건설중인 송유관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송유관은 카스피해의 석유를 터키를 거쳐 서방으로 수출하는 통로다.

이 노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란이나 러시아처럼 미국에 덜 우호적인 정권들이 관리하는 더 값싼 송유관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미국은 그루지야 군대를 훈련시키고, 미군 2백 명을 주둔시키고,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1인당 해외 원조를 그루지야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원조는 그루지야의 부패를 심화시켰고 셰바르드나제가 10년 동안 억압적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정부의 취약성이 명백해지자 미국은 일부 야당을 지원하며 양다리 걸치기를 시작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전에 셰바르드나제 편이었다가 이제는 야당 인사가 된 3명이 사태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 3명은 미국에서 공부한 변호사로 [셰바르드나제 밑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회의장 니노 부르자나제, 보안군 사령관 테도 자파리제다.

아마 거리로 뛰쳐나온 민중의 다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배경

그루지야에 신경쓰는 조지 W 부시

그루지야는 인구 4백만 명의 가난한 나라다. 그러나 러시아·터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흑해를 끼고 있어서, 중동에서 중국 국경에 이르는 전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 열강에게는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나라다.

영국은 제1차세계대전 직후에 러시아 혁명을 분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때 그루지야를 점령하기도 했다. 그리고 브리티시 피트롤리엄 석유회사(BP)가 석유 송유관 건설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신노동당도 미국의 정책을 따라 셰바르드나제와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 그루지야가 정말로 중요한 열강은 미국과 러시아다. 두 국가 모두 그루지야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북부의 소수민족인 압카지아와 오세티아의 지지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 봉기 이후 두 지역의 지배자들은 러시아에 의존해 그루지야 정부로부터 사실상 독립을 유지해 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이런 소수민족들을 앞잡이로 이용해 러시아 자체 내의 소수민족들을 지배하려 한다. 특히 푸틴은 그루지야에 주둔중인 러시아 군대를 동원해 판키시 협곡에 숨어 있는 체첸 전사들을 공격하길 원한다.

미국도 협곡의 전사들 중 일부가 알카에다 대원들이라고 주장하며 그들을 공격하길 원하지만, 러시아가 그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일부 논평가들은 이런 경쟁의 최종 결과가 내전의 재발로 이어질까 봐 우려한다. 미국이 지원하는 그루지야 군대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압카지아나 오세티아 군대 사이에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지원을 받는 미국이라는 큰 제국주의가 러시아라는 더 작은 제국주의와 투쟁함에 따라, 노동자·농민의 빈곤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번 봉기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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