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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공포와 혼돈에 휩싸인 유로존

몇 주 전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유로존 위기를 보면서 “공포심과 함께 지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안다.

한편으로, 스위스 은행 UBS는 만약 유로존이 붕괴하면 그 첫해에 독일과 같은 경제 대국의 총생산량이 20~25퍼센트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한편, 유럽연합은 금융시장, IMF, 미국의 압력 아래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개입을 준비 중이다. 달팽이 걸음으로 말이다.

지난주 독일 의회가 최신 그리스 ‘구제’ 금융을 승인한 것은 일보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언론들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디링케(좌파당)를 제외한 모든 주류 정당들이 지지한 안이었기 때문에 통과는 기정사실이었다. 다만, 메르켈은 자신의 보수·자유주의 연합 소속 의원들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난리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이 안이 통과되자마자 쓸모없어졌다는 것이다. 이 안은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2010년 5월 그리스가 처음으로 ‘구원’받았을 때 마련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독일이 특히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그리스에 돈을 빌려 준 채권자들이 대출액 가치의 삭감을 수용하는 것이다.(이런 ‘깎기’의 정확한 액수에 관해서는 논쟁이 있다.)

그러나 이 안에 담긴 조처들은 지난 7월에 정해졌지만, 그 이후로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이제 모든 이는 그리스가 언젠가 디폴트[채무불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리스 정부는 유럽중앙은행, 유럽위원회, IMF 등 ‘3인방’이 정한 재정적자 삭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리스 경제 규모가 올해 5.5퍼센트, 내년에 2퍼센트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줄어들면 국가의 조세 수입도 줄고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돈도 더 많이 든다.

그러나 자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도, 그리스인들의 고통에 동정을 보내지도 않는 ‘3인방’은 파산한 총리 파판드레우를 쥐어짜 더 많은 긴축 정책을 강요하려 한다.

그럼에도, 그리스는 미래에 디폴트를 할 것이다. 지난여름 동안 금융시장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유로존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서 이 나라들에 가장 많은 돈을 대출한 집단인 유럽 은행들이 위협받고 있다.

이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 신용 거품 때 창출된 악성 채무 때문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IMF는 유로존 위기로 이 은행들이 추가로 2천억 유로의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최근 IMF와 세계은행은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에서 7월에 합의된 그리스 지원안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를 놓고 논의했다.

공포심과 지루함

먼저, 그리스에 돈을 빌려 준 채권자들은 대출금 가치의 50퍼센트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은행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유럽재정안정기금은 4천4백억 유로에서 최악의 경우 2조 유로까지 확충돼야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유럽재정안정기금은 규모가 너무 작아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대국 경제로 위기가 확대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받았다. 이제 실제로 위기가 이들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이 더 크고 강력하게 된다면 은행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자본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확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은행 구제 자금의 기준으로 봐도, 2조 유로는 큰 돈이다. 이 기금을 보증하면 프랑스처럼 강력한 국가도 신용등급 하락을 겪을 것이다.

또, 유럽연합법도 걸림돌이다. 그래서 2008년 금융 위기를 낳은 금융상품을 이용해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확충하자는 편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 이것이 둘째 문제인데 ―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는 독일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유럽재정안정기금의 확충에 반대할 것이다.

이렇게 유로존은 갈수록 존재론적 위기가 돼 가는 위기를 눈앞에 두고 마비돼 있다. 지루함과 두려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