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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경제 위기의 구원투수가 될까?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55퍼센트에 이르고 유럽은 위기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구원투수 구실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남유럽 일부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이런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08년 위기 때 중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면서 위기를 일시 벗어날 수 있었던 한국 지배자들도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실물경제 지표들로 볼 때 향후 경제 전망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최근 여전히 중국 경제가 위축 상태임을 보여 주는 지표를 발표했다.

세계경제 위기로 인한 글로벌 소비 위축이 중국 제조업을 강타하고 있는데, 완구 제조업의 위기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준다. 전 세계 수출용 완구의 75퍼센트를 생산하는 광둥성 둥관 등 주강삼각주 일대 완구제조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빠져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 주강삼각주 지역의 완구업체 8천여 곳 중 5천여 곳이 도산했으며, 이때 살아남은 3천여 업체도 올해 하반기에 상당수가 도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중국의 경제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각각 7.5퍼센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4퍼센트와 올해 2분기 9.5퍼센트와 비교해 대폭 하락하는 셈이다. 중국의 수출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국의 EU·미국 수출증가율이 각각 18.4퍼센트와 17.1퍼센트를 기록해 지난해(EU 수출은 31.7퍼센트, 미국은 28.3퍼센트)에 비해 크게 줄었다. 내년에도 중국의 EU·미국 수출 증가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 코가 석자

이처럼 중국 경제는 세계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시작과 더불어 중국 정부는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재정지출과 국유상업은행 대출을 통해 중국 GDP의 40퍼센트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제 그 효과는 사라지고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중국의 지방정부는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하게 심각한 부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최근 3년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중 30퍼센트 정도(3조 1천억 위안)는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한다. 2008년에 쏟아부은 돈이 지방정부 부채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책의 또 다른 부작용은 인플레다. 경기를 진작시키려고 통화를 늘렸는데 투자는 증가하지 않고 물가 상승만 낳았다. 2011년 7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상반기에 이미 5.4퍼센트를 넘어섰으며, 도매물가지수도 7퍼센트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 식료품 가격은 11.8퍼센트 상승했고, 주택 관련 가격도 6.3퍼센트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12.5 규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해 내수를 확대하고자 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올 1월 조사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99.9를 기록해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가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상승하지 않았으니 소비를 늘리기도 어렵다.

더욱이 최근 단기자금의 중국 이탈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으며, 위안화의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EU와 미국에 대해 중국 기업의 진출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갈등 요소들은 이른바 국제공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최근 열린 IMF 재무장관 회의에서 중국투자유한공사 사장 가오시칭은 “중국은 구세주가 아니다. 중국은 자신부터 구원해야 할 처지다” 하고 말했다. 지금 중국은 세계경제의 구원투수가 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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