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거 운동 참가자의 기고 전문:
월가 시위와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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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사회주의조직(ISO) 활동가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 킴이 〈레프트21〉에 미국 월가 점거 운동의 배경과 현황을 설명해 주는 글을 보내 왔다. 이 기고문은 〈레프트21〉 67호에 [지면 제약상] 축약돼 실렸다. 여기에 전문을 싣는다.
9월 17일, 뉴욕 월가에 5백여 명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대기업·은행의 부패와 권력에 저항하려고 모인 시위대들이었다.
“월가 점거”
“아랍의 봄”을 이어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광장 점거 투쟁에 영향을 받은 월가 점거는 1퍼센트 소수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99퍼센트의 민중과 함께 저항하자는 것이다. 월가 점거의 웹사이트 공식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노조들, 학생들, 교사들, 실업자들 그리고 비정규직들이다. 우리는 모든 인종, 성별 그리고 종교들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우리는 다수다. 우리는 99퍼센트다. 그리고 우리는 더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시위대들은 점거 첫날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집트 혁명을 상징하는 타흐리르
9월 24일까지 “월가 점거”는 느리게 진전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전국적으로 관심이 크지는 못했다. 주류 언론의 침묵 탓도 있었지만 미국의 진보진영이 사형 반대 투쟁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지아 주 법원은 경관 살해 혐의로 19년 동안 복역한 트로이 데이비스를 9월 21일 사형 집행하도록 했다.
결국 트로이 데이비스는 사형을 당했으며 사형제도 반대운동가들은 그 분노를 “월가 점거” 시위에 반영했다. 9월 22일 트로이 데이비스의 사형 다음 날, “사형제도 폐지 운동”
“월가 점거”는 언론들의 보도처럼 “경제적” 투쟁만이 아닌 것이다.
월가 점거 시위대는 44일 동안 파업을 해서 승리한 보트하우스 레스토랑 노동자들과 연대했고, 뉴욕 시립대학 학부노조·조교들의 시위, 우편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요구 시위에도 연대하고 있다.
월가 점거가 전국적인 관심을 얻은 결정적 계기는 9월 24일 토요일에 시위대 1천여 명이 유니언 광장 근처에서 행진을 하다 경찰들과 부딪치면서 시작됐다. 이날 시위대 중 80명이 체포됐고, 경찰들의 야만적인 폭력은 수많은 목격작의 카메라에 찍혔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퍼져 나갔다. 이것은 사람들의 분노와 정의감을 자극했고,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게 됐다.
6일 뒤“월가 점거 참가자는 약 5천 명으로 늘었고 미국 진보진영에 속하는 유명한 작가들이나 활동가들도 이 시위에 참석해 지지와 연대를 보냈으며 운송노동자연합
그뿐 아니라 미국 52개 도시에서 “점령” 계획을 선언하거나 실천하기 시작했다. 시위자들의 경험과 쟁점 그리고 정치적 문제들을을 다루는
새로운 희망
결국 2주 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주류 언론들도 경찰 폭행 논란과 늘어나는 시위대 때문에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관심을 보내는 것은 전국·국제적으로 점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월가 점거”를 지지하는 미국 내 사람들, 스페인과 이집트에서 광장 점거 투쟁을 했던 활동가들이 시위대의 식사를 위한 기부금을 보내 주고 있다.
행진 뒤에는 항상 환호와 연대를 보내는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가, 가게에서 일하다 나와서, 또는 자동차 안에서 격려 크락션을 누르며 함께한다는 뜻을 보여 준다. 또 이미 점거가 시작된 도시에는 다른 도시나 주에서 와 함께 노숙하며 시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월가 점거에 참가하거나 지지하는 많은 청년들은 청년 실업률 48.8퍼센트, 전체 실업률 9.1퍼센트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도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느끼는 이들, 또는 심지어 부모가 실업자가 된 고등학생도 거리에 나와 함께 투쟁을 하는 것이 시위대의 진실이다.
미국철강노동자노조
이러한 연대 확산에서 오랜 동안 잃어버린 미국 민중의 투쟁력을 다시 느낄 수 있고 더 크고 급진적 운동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볼 수 있지만 이 운동이 곧바로 “미국의 가을”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물론 월가 점거 운동은 세계적 초점이 되는, 저항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노동조합은 몇십 년 동안 민주당에 종속돼 왔고 좌파들은 약화되고 분열해 왔다. 그래서 이집트나 그리스의 투쟁과 비교할 때 인내심을 갖고 더욱 철저하고 쳬계적으로 조직하며 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
“월가 점거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금용 엘리트들의 권력을 도마에 오르게 했지만 다른 운동들과 연관맺는 데 실패한다면 이런 활동만으로는 원하는 개혁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런 성과를 얻으려면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없는 가정과 직장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관계된 문제들을 중심으로 조직해야 하며 그런 문제들을 보여 주는 직장, 지역과 학교 들을 바탕으로 투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있고 석 달 동안 준비해 시작한 월가 점거와 달리 이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전국적인 “점거”들은 급진성과 참가 규모에서 도시마다 격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99퍼센트의 공통된 고통과 분노에서 일어나는 이 저항은 새로운 계급의식의 발전을 고무하고 더욱 체계적이고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할수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투쟁의 부활이 새 운동의 배경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월가 점거’가 미국 사회의 다른 투쟁들과 연속성 없이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어디선가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이 새로운 저항은 미국 노동운동의 새바람과 연관돼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1934년 이후 총파업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약화돼 왔다.
그러나 올해 초 이집트 혁명의 영감을 받아서 2월에는 위스콘신주 메디슨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 스캇 워커의 반노조법에 항의해 노동자, 학생, 시민 5천여 명이 주의회 점거 투쟁을 벌였다. 8월에도 버라이즌 사의 임금·복지 삭감과
이 투쟁들은 비록 당면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메디슨에서 소방원과 경찰까지 함께 참가하며 단결한 것이다. 버라이즌과 관계된 물건의 운반을 전면 거부한 UPS
와싱턴 타코마에서는 교사들이 10일 동안 파업해 임금 삭감과 반노조 계약을 막았고, 뉴욕 보트하우스 레스토랑 노동자들은 44일 파업으로 승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뉴욕 롱 아일랜드 대학 교사들의 시위, 몇 주 동안 계속되는 하얏트 호텔 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우편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저항 등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노동자 투쟁의 바람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월가 점거’는 바로 이런 새로운 노동운동의 바람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이윤을 위한 긴축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점령 운동은 점점 미국의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해고 등에 맞서는 노동자들과 점령 시위대가 연대하는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점거 시위 활동가들은 전국적으로 12만 명을 해고하고 우체국 3천5백 개, 가공공장 2백 개를 닫고, 토요일 배달을 없애 전반적인 노동자 복지 혜택을 삭감하려는 미국 우편 서비스에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역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 밖에 로스엔젤레스에서 교사노조 회원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샌프란시스코 활동가들은 국제서비스노동자노조
중서부 지역에서도 “시카고 점령”을 위한 시카고 교사노조
월가 점거 시위대와 노동자들의 연대를 제일 강하고 뜨겁게 보여 준 것은 10월 5일 맨해튼에서였다.
이날 여러 대표적인 노동조합들의 참여 속에 노동자·학생·실업자 등 2만여 명이 단결해 “우리는 99퍼센트다”를 외치며 행진한 것은 ‘월가 점거’가 “히피들의 축제”가 아니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과 분노를 공감하며 함께 대안을 갈망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반자본주의
특히 10월 1일 경찰이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서 7백여 명을 체포하며 4일 후에 있을 대규모 시위를 위축시키려 했던 것을 볼 때 10월 5일에 사람들이 보여 준 참가 규모와 투지는 큰 의미가 있었다.
“계속 시위에 참가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하는 질문에 당시 체포된 한 남성은 “시위에 참가할 때는 이미 체포될 각오를 하고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9월 24일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한 여성 참가자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나는 저들이 두렵지않다. 저들의 폭행은 내가 더욱 이 시위에 참가할 이유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경찰 폭력의 깊은 역사를 갖고 있는 시카고에서도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의 폭행과 탄압을 예측하며 마음들을 단단히 먹고 있다.
바루치 대학 영문과 교수이며 노동운동가인 제키 디 살보는
“이들은 전반적으로 노동계급에 속해 있다. 언론은 이들을 중간계급이라고 말하지만, 이 젊은이들은 실직됐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도 적게 받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별 어려움 없이 자신을 노동운동과 동일시한다. 많은 이들은 자기 일터에 노조가 있길 원한다.”
이들은 구성원 대부분 보수적인 백인 중간계급으로 레이건 정권 시절 뉴라이트 세대들로 구성된 티파티와는 다르다.
시위 참가자들은 다인종·다문화적 배경의 노동계급이며 경제 위기와 실업 증가, 긴축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집단이다.
이들은 ‘오바마가 사회주의자’라는 황당한 헛소리에 젖어 있지도 않고 기업 이윤과 전쟁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냐”는 질문의 답으로 “기업”과 “체제”가 가장 많이 정도로 좌파적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던 1990년대 활동가들은 WTO, IMF 그리고 세계은행을 상대로 투쟁하는 제3세계 민중과 연대하며 글로벌 약자들의 대변인처럼 투쟁했다면, 이집트 혁명에 이어 그리스와 스페인의 거대한 민중 투쟁에 영감을 받은 “월가 점거”는 세계 민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투쟁하는 반자본주의적인 경향과 자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지금의 젊은 활동가들과 노조의 고참 조합원들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취약한 경기 회복기를 마주보고 있다. 지금 활동가들은 ‘지구적 정의 운동’처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형제자매들을 대신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위기로 파멸해 가는 국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그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연대 속에 계속 커져 가는 이 저항에는 평소에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시위에 참여해 보지 못했지만 공화당·민주당 같은 친기업 정당들로 오염된 미국 정치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급진화하면서 저항에 참여하고 있다.
점거 운동과 노동운동의 단결은 “99퍼센트”의 계급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투쟁으로 발전돼야 한다. 미국의 한 구호처럼 “같은 투쟁, 같은 싸움”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