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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가 잠자던 사자를 깨우다:
“비준은 무효다. 이명박 퇴진하라”

“이명박 퇴진하라!” “한나라당 해체하자!”

한미FTA 날치기가 잠자던 사자를 깨우는 결과는 낳고 있다. 서울에서는 22일 5천 명이 온 몸으로 물대포를 맞고 무차별 연행을 당하면서도 도심 시위를 벌인데 이어, 23일에는 1만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 광장에 모였다. 23일 시청광장 한 켠은 퇴근 후 밀려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공공운수 노조 등 노동조합도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무엇보다 조직돼 있지 않은 청년, 촛불 시민들이 대거 참가했다.

23일 저녁 시청 광장에 모인 1만여 명의 촛불
한미FTA 비준 무효와 이명박 퇴진을 외치며 거리 행진을 나선 참가자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와 가두 행진은 서울만 아니라 부산과 경남, 경북, 충청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경남에서는 한나라당 경남도당 당사 현편이 뜯겨 나가고, 진주에서 농민들은 한나라당 의원실 점거를 시도했다.

서울 시위에서는 이명박 퇴진시키고 한나라당 해체하자는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야, 이명박, 쫄았냐? 왜 날치기 하냐? 빨리 FTA 폐기하고 내려와”(안산에서 참가한 한 여고생)

“지금이 제 5 공화국입니까. 정말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여기 이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을 보고 감동먹었습니다. 우리 더 많이 모여서 여기 점령해 버립시다. 우리 단결, 단결하고 똘똘 뭉쳐서 이명박 정권 퇴진시킵시다.”(29세 여성 직장인)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언론 취재도 원천 봉쇄하고, 기록도 남기지 않고 4분만에 날치기 했겠습니까. 이런 이명박 퇴진 시키고, 한나라당 해체합시다. 내년 선거에서 심판할 뿐 아니라 지금 당장 규탄하고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박혜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

이명박의 테러

참가자들은 무기력하게 FTA를 통과시킨 민주당도 비판했다.

나꼼수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실 열린우리당 때도 의원 총회 하는 척 하면서 본회의장 점거를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그 시간에 출판기념회에 한다고 수십 명씩 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FTA도 막지 못했으면서 무슨 국회의원 할 꺼라고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발언에 대열에서는 “탈당해, 탈당해” 하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도 발언했다. 사람들은 김선동 의원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저는 테러를 하지 않았습니다. 테러는 이명박이 했습니다. 이명박이 우리 서민들의 꿈과 희망에 테러를 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 서민들의 눈물을 전해줬습니다. 그런데 저보고 테러를 했다는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있습니까.”

한 참가자는 “에콰도르에서도 FTA를 막았다. 한미FTA도 막을 수 있다. 직장, 집, 학교 등에서 FTA가 안되는 이유,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이유를 알리고, 더 많이 모이자” 하고 호소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아직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는 남았습니다. 대통령이 다음 주에 서명하고 고시해야 합니다. 내일, 모래 그리고 이명박이 서명하는 날인 다음 주 화요일 더 많이 모입시다” 하고 호소했다.

거리 행진을 나선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
경찰의 물대포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참가자들

경찰은 집회가 끝나고 행진을 하려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댔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추운 영하의 날씨에 쏘아댄 물대포에도 굴하지 않고 놀라운 투지와 용기로 저항을 이어갔다. 이런 탄압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더 큰 분노로 돌아갈 것이다.

비준 무효 명박 퇴진 23일 자정 무렵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정리집회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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