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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부당해고에 맞선 현대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굴복하지 않고 싸워서 승리했습니다”

관리자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인권위에 고발했다가 오히려 해고된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가 12월 14일, 모든 요구를 쟁취하며 복직하게 됐다. 투쟁을 시작한 지 1년 반, 여성가족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한 지 1백97일째였다. 그동안의 투쟁 과정과 감격스런 승리의 소감을 인터뷰했다.

원직 복직과 가해자 처벌을 담은 잠정 합의안에 도장을 찍는 순간, 현대차 거대 자본을 상대로 한 긴 싸움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최근 성희롱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되고, 미국 최대 노조인 전미노조가 국제연대 성명서를 내고, 11월 31일에 국제적인 동시 다발 1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차 자본이 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동안 이 문제가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버텨 오던 현대차 자본에겐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었을까요.

이번 승리는 무엇보다 제가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성희롱을 당하고도 비정규직으로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절망스러웠거든요.

12월 14일 투쟁승리 보고대회 그동안 연대한 사람들은 감격의 환호성을 질렀다.

아산 공장 앞에서 현대차 사측과 싸우다가, 서울로 올라와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여성가족부의 태도도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적어도 저의 억울함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농성장을 철거하고 면담 요청을 매번 거절했어요.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시키는 기관일 뿐”이라는 변명에 정말 기가 막혔죠.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인정받았고, 형사 고소에서도 가해자에게 벌금형 판정이 나왔죠. 이런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승리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일일이 다 얘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분들이 연대했던 것이 큰 힘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옆에서 동고동락했던 권수정 대리인과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좌파, 시민·여성 단체, 진보정당 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강추위에도 삭막한 아산 공장 앞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건설노조 분들이 와서 같이 떨면서 자리를 지켜 주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서울에 올라와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인상적이었어요. 지지금을 주신 분, 따뜻한 음료를 텐트 머리맡에 놓고 가시던 분들이 있었어요.

사측은 저를 해고하면서 “봐라, 저렇게 하니까 길바닥에 나앉지 않느냐”고 했죠. 만약 이 싸움을 포기했다면, 더 문제가 많았을 거예요.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도부는 오히려 사측과 가해자 편을 들기도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그 속에서도 제 편에 서서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해 주고, 진술서도 써 주고 했던 일부 조합원들이 있었어요.

14년 동안 현대차에서 일하면서, 성희롱은 사실 오래 참아 온 문제였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참아야 했죠. 싸우기 시작하면서는 이것이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구석구석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을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투쟁이 널리 알려진 마당에 반드시 이겨야만 다른 누군가가 또 나서서 싸울 힘을 얻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 투쟁이 많은 여성들을 위해 성과를 남겼다는 점 때문에 뿌듯해요. 저는 저와 같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해고되면서까지 싸워야 했지만, 그러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싸운 것이 제 마음에 훨씬 큰 안식을 줬어요.

다른 분들도 용기를 내서 부당함에 맞섰으면 해요.

인터뷰·정리 소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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