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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와 자신감을 보여 준 서울여성조합원대회

올해 2회를 맞이한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지난 17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여성 노동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노동 운동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하자는 취지로 한 자리에 모였다. 무려 5백여 명이 참가했다.

17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2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 여성노동자 권리를 말하다’ 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7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2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 여성노동자 권리를 말하다’ 에서 참가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공연을 보고 있다.
17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2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 여성노동자 권리를 말하다’ 에서 참가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회는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최했고, 대회를 준비하는 기획단에는 건설노조,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등의 노조와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전국학생행진 등 16개 단체가 함께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청소, 급식, 보육, 서비스, 간병 노동자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그중에서도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여섯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현재 집단 교섭을 진행하면서 내년 3·8 세계여성의 날에 맞춘 연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장에서는 공무원 노조, 건설노조 등에 소속된 일부 남성 조합원들이 몇 명씩 무리 지어 참가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성 조합원들을 위해 연대 공연을 한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소속 남성 노동자들의 노래도 대회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직장이지만 한 달에 겨우 30~60만 원가량의 박봉 월급을 견뎌야 했고, 그나마도 결국 해고돼서 3년째 싸우고 있다”는 합창단 노동자의 발언은,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보육, 유통서비스, 청소, 급식 조리실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바로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한 기획공연이었다. 고작 1백만 원을 받기 위해 하루 12시간 고된 노동을 하다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보육 노동자, 휴일도 밤낮도 없는 24시간 연장 영업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 건물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를 하지만 유령 취급받는 청소 노동자,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말없이 버텨야 하는 급식 조리실 노동자. 이들이 이 공연의 주인공이었다.

대사 하나하나, 애드리브 하나하나가 바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 능청스러운 연기인지, 현장 발언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기획공연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소중한 승리의 경험

끈질긴 투쟁을 벌여 승리한 여성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최근 거대 자본 현대차에 맞서서 원직복직과 가해자 처벌을 쟁취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노동자의 대리인 권수정 씨가 승리 소식을 전할 때는 중간중간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 한 명으로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다른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연대로 싸움이 승리했다.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했는데, 못 이길 싸움은 없다”는 발언처럼 이 승리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이명숙 독산고등학교 특수교육지원 교사, 윤명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부지부장,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왼쪽부터)

내년 초 연대 투쟁을 준비 중인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윤명순 부지부장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윤명순 부지부장은 고려대 청소 노동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카랑카랑하고 투지에 넘치는 목소리로 내년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이화여대, 연세대, 홍익대, 경희대 등 6개 작업장은 집단교섭과 투쟁을 통해 생활임금인 시급 5천4백10원을 쟁취해 낼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애가 울어야 젖을 주듯이,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야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윤명순 부지부장의 연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주먹을 뻗으며 “투쟁!” 소리가 나게 했다.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업무를 지원하는 이명숙 교사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온갖 자격증을 다 따며 노력했지만 2년에 한 번 씩 해고가 찾아오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말했다. 하지만 더는 이런 고용 불안정을 겪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해 투쟁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이경옥 사무처장은 유통업계의 경쟁적인 연장영업 때문에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폭로하며 그동안 연장영업을 철폐하기 위해 벌여 온 활동을 소개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과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도 청소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노래했다.

두 시간에 걸친 행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쟁취,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성희롱 당하지 않을 권리 등 17개의 요구가 담긴 여성노동자 권리선언을 함께 읽으면서 마무리됐다.

올해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규모와 내용에 있어서 발전한 것은 여성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행사의 뜨거운 열기는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서 얻은 자신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이 대회는 참가한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돕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자리가 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들이 함께해, 서로의 투쟁 경험과 연대의식을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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