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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에게

안녕하십니까? 청년유니온 신입 조합원 김재원입니다.

저는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청년실업문제와 알바생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싸우신 것을 보고 지난해 4월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했고, 12월에 조합원으로 가입했습니다. 30분 배달제 폐지와 카페베네와의 단체협상을 통해 알바생 권익 향상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 청년유니온이 잘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최근에 김영경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 응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청년유니온이 아직까지 법외노조인 상황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면이 많은 것을 극복하고 법내 노조로 승인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청년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진보신당, 사회당은 매우 작은 진보정당이고, 운동권적 유산을 많이 간직했다는 점에서 낡은 “계급정당”이고, 그나마 세력이 있는 통합진보당도 김영경 위원장을 공천할 생각이 없었기에 현재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응모해서 공천받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도 곧 출범할 2기 청년유니온이 잘 되길 원하기에 이런 결정을 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생각에 대해 청년유니온 안과 밖에서 논쟁이 뜨겁습니다.

물론 저는 위원장의 심정은 이해한다는 걸 전제하고 싶습니다.

청년유니온을 합법노조로 만들어 알바생들을 착취하는 기업들에 맞서 싸우는 데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법외노조라는 점 때문에 청년유니온 활동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20대 청년들이 좀 더 접근하기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실제로, 2004년 국회의원으로 당선한 심상정 전 의원도 "과거 노조 간부 시절에 아무리 천막농성해도 사장 한 명 만나기 어려웠는데 국회의원이 되면서 사장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 자리가 청년알바문제에 대한 자료를 찾거나 폭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김영경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청년유니온 합법화가 좀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전혀 청년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이 집권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10년은 청년들을 입시 지옥과 취업 경쟁을 강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김영삼 정권 때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2007년 허세욱 열사가 한미FTA 추진에 항의해 분신을 한 것은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때도 심각한 치솟는 등록금과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학생들을 "친북"이라느니,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고", 너무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탄압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지지자들은 환멸감을 느끼고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대통합민주신당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해야 했습니다. 지금 한나라당 일부가 올해 총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을 쫓아내고 당명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셨을 김영경 위원장도 분명히 민주통합당의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모르지 않으실 텐데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김영경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청년유니온 합법화가 자동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민주통합당에 실질적으로 선거자금을 주는 사람들은 김영경 위원장도 매우 싫어하는 기업가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개개인은 착한 사람일지 몰라도, 20~30대 청년들이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등록금을 내고 취업준비를 하는 사회 구조가 바뀌면 자신들이 돈 벌기도 힘들기 때문에 김영경 위원장의 활동을 지지하지 않고 방해할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지 않습니까?

결정적으로 민주통합당은 청년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한미FTA 법안이 비준·통과되는 것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수많은 청년들이 이에 항의해서 거리에서 싸우고 있을 때 국회에 등원하는 커다란 배신 행위를 하지 않았습니까? 민주통합당의 기반인 기업들의 압력으로 인해 청년들의 삶을 대변하겠다는 위원장의 초심을 실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2007년 한미 FTA협상 타결에 항의해서 탈당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임종인처럼 탈당을 고민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싸워야만 요구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북유럽 복지국가 정책을 실현시킨 사회민주당들도 노동조합과 함께 정부에 맞서 싸운 결과, 지금과 같은 합법정당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청년유니온도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법외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베네와 협상을 할 수 있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유니온이 법내노조가 되는 방법은, 힘들더라도 지금까지 하던 활동을 잘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고 대중운동 속에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진보정당들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경 위원장은 "이 문제는 나 개인이 출마하는 것이기에 청년유니온 내에서 찬반을 거칠 필요가 없이 동의만 얻으면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은 이미 더는 개인이 아닌 청년유니온의 얼굴이기에 이 문제는 단순히 "찬반투표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위원장도 아시다시피 청년유니온에는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에 대해 비판적인 진보신당,사회당원도 많습니다. 아무리 일부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출마를 지지한다고 해도, 그런 결정은 2년 동안 힘들게 만든 청년유니온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위원장님의 생각에 "충분히 많은 조합원과 상의하지 못했다"며 반대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의원은 늦게나마 "통합진보당과 함께 할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간부가 김영경 위원장의 민주통합당 비례후보 출마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 우리 당에 온다 해도 당내 청년위원회나 학생위원회가 우선이라 배찌를 거저 주긴 어렵다. 우리 당 청년들은 지역구에 나가 정면승부할 예정이다"라고 말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위원장을 지지하는 통합진보당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번 결정이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위원장이 청년 노동자들의 대변자 구실을 잘 하려면 민주통합당이 아닌 진보정당의 비례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신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많다는 이유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공천에 응모하시면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을 지지하는 다른 당원들을 배제하는 "패권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전 위원장께서 그런 비난을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