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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예정지 키르쿠크 “이라크의 용광로”

파병 예정지 키르쿠크 “이라크의 용광로”

노무현 정부는 대부분 전투병으로 구성된 혼성부대 파병을 중단없이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파병 반대 여론이 거세자, 노무현은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가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청와대 국방보좌관 김희상을 키르쿠크에 직접 파견하여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 왜냐하면 청와대 국방보좌관 김희상이 1월 24∼25일 키르쿠크를 둘러보러 갔을 때, 25∼26일 이틀에 걸쳐 키르쿠크 미군 캠프에 이라크 저항군의 공격이 가해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난 1월 14∼16일 육군 군수조사단이 키르쿠크 미군 캠프에 머물렀을 때도 두 차례나 저항군의 공격이 가해졌다.

이쯤 되면 저항군의 공격이 한국군 파병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키르쿠크 저항군 지도자 아부 카이스(가명)는 “한국군이 온다면 미군과 똑같은 침략자로 간주해 강력한 저항에 나설 것”이고, “한국군이 재건 지원사업에 전념한다 해도 총을 들고 오는 군대인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을 선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방문한 것은 완전히 “불쏘시개”에 “성냥을 가지고 들어와 불을 지[른]” 셈이었다.

이렇듯 키르쿠크가 매우 위험한 지역임에도 노무현 정부의 관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키르쿠크는 이라크 석유의 40퍼센트가 매장돼 있다. 이 막대한 자원을 지배하는 것 때문에 키르쿠크는 매우 다양한 세력들의 지정학적 투쟁에 휩싸여 있는 “이라크의 용광로”다.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도시에서 쫓겨난 쿠르드인들과 쿠르드 자치를 탄압하는 터키 정부, 이라크 내의 전통적인 아랍인 등이 키르쿠크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작년 12월 31일 쿠르드 민병대가 아랍인 시위대에 발포했던 사건처럼, 내전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방보좌관 김희상은 키르쿠크 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파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추가 파병은 불가피하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됐다는 증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 시아파의 직선제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정권 이양”은 개밥의 도토리가 돼 버렸다. 이라크 전쟁으로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삶만 끔찍히 파괴됐다.

이러한 전혀 명분 없는 전쟁에 “최악의 상황”을 감수하고라도 참여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우리의 젊은이들을 이라크 사막에서 죽게 놔둬선 안 된다. 반전 운동의 힘으로 파병을 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