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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살인 사건:
경찰이 사찰·탄압에만 유능한 이유

이번 수원 살인 사건에서 경찰이 보인 무능력한 태도는 보통 사람들을 범죄에서 보호하는 게 경찰의 구실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리고 있다.

“성폭행 당하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힘겹게 가족을 부양해 오던 여성이 전화기를 붙들고 절규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은 통화시간과 통화 내용을 속이며 잘못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경찰은 7분 30초 동안이나 여성이 폭행당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으면서 “부부싸움인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인데”라며 늑장대처했다. 이것은 성폭력 문제를 보는 경찰들의 여성차별적 의식 수준을 드러낸다. “부부싸움”이라면, “아는 사람”이라면 성폭력이 벌어져도 상관없단 말인가? “단순 성폭행인줄 알았다”는 경찰의 변명은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상담의 85.1퍼센트는 “아는 사람”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일은 경찰이 이런 성폭력은 아예 자신들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냈다.

사실 경찰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언제나 무능력했다. 2004년 연쇄살인으로 떠들썩했던 유영철이 “대부분 내가 자백해서 수사가 이뤄졌을 뿐 경찰과 검찰이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듯 말이다.

TV에서는 경찰이 범죄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이는 그야말로 이미지일 뿐이다. 경찰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 주력하는 일은 사회 지배층의 재산과 권력, 특권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고충과 불만을 해결하는 데는 그토록 무능한 경찰이 테러진압용 무기를 사용해 쌍용차 노동자를 진압하고, 용산의 철거민들을 6명이나 죽이고, 최루액을 쏘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탄압하는 일에는 능수능란하다.

용산 참사 분향소 경찰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은 우선 순위로 삼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문제삼는 제보였다면, 경찰은 1분 만에 정확히 도착했을 것이다.

이번 살인사건에서 피해 여성이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 줘도 못 알아듣던 경찰이 정권의 지배를 위해 노동자와 진보 활동가 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일일이 사찰한다.

지난해 경찰이 쌍용차 폭력진압을 “우수 수사” 사례로 뽑은 것은 그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번 일의 책임자인 경찰청장 조현오는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고, 경기경찰청장 서천호는 강정마을에 경찰력을 투입했고, 부산경찰청장 당시 ‘희망버스’를 탄압했던 장본인이다. 경찰에서는 이런 자들이 승진가도를 달린다.

소수 지배층이 다수 대중을 지배하기위한 폭력 수단이라는 경찰의 본질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동안에도 지배계급은 이번 일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우파 결집의 소재

우선 우파들은 총선을 앞두고 살인범 우원춘이 피해자를 어떻게 토막냈는지 등 범죄 과정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며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부추겼다. 이런 강력범죄는 매우 드물게 벌어지지만 문제를 과장하며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려 했다. 이런 술수들은 저들이 이번에 우파를 어느 정도 결집시키는 데 하나의 요소가 됐을 것이다. 우파들은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도 범죄를 이용해 우파적 의제를 부각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또, 우파언론들은 “법과 기강을 정비”하라며 이번 일을 경찰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경험이 보여 주듯이 경찰력 강화는 범죄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투쟁 등을 탄압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크다.

〈조선일보〉는 “조선족 연쇄살인범”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감도 부추기고 있다. 조현호는 경찰청장을 사퇴하면서 “외국인 범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해 나아가겠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처럼 우파가 이 문제를 계기로 이주노동자를 속죄양 삼으려는 것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우선 우파의 공격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2009년 경찰 백서》에 따르더라도 한국인 1백 명 당 범죄율은 4.1명이고 외국인 거주자 범죄율은 1백 명 당 3.9명으로 외국인 범죄율이 더 낮다. 또 2008년 전체 범죄 건 수 중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퍼센트에 불과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통계상으로도 중국 동포 범죄율은 0.5퍼센트 정도로 미미한데 이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번에 벌어진 범죄의 근원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가난과 소외가 있다. 우원춘은 중국에서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시달리다 빌린 돈을 갚으려고 한국에서 일했고,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혼자 지냈다고 한다.

가난과 외로움, 소외를 겪으며 추악하게 병들어간 우원춘 개인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우파의 역겨운 선동을 반대하면서, 나아가 범죄의 근원인 가난과 소외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