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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조직 건설의 ABC 1:
왜 혁명적 조직이 필요한가

〈레프트21〉은 부정의하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응집력 있는 혁명조직이 필요하다. 이 연재에서는 혁명조직의 필요성과 그 조직 원리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계급 자신의 행동을 통해 가능하다”.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단 몇 주 만에 끝낸 대중 항쟁과 노동자 투쟁은 사회를 바꿀 힘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 줬다. 지난해 희망버스 투쟁 등 크고 작은 개혁을 이루는 핵심 동력은 바로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이었다.

이렇게 노동계급의 대중 운동이 사회를 바꿀 진정한 힘이라면 혁명조직은 왜 필요할까? 실제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대중운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 시위 이런 대중 행동을 고무하고 투쟁을 일관되게 전진시키려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혁명조직이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노동자들의 의식이 불균등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려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체제에 순응하는 관념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자신이 만난 다섯 명의 노동자를 통해 사회주의 조직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난 한 노동자는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노동자였다. 다른 한편에는 파업에 적대적이고 여성차별,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반동적인 노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노동자는 이 두 노동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혁명조직은 사회주의자들이 결집해 이처럼 동요하는 사람들을 선진 부위로 끌어당겨 투쟁을 전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구체적인 현실, 노동계급 투쟁의 역사적 경험,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민주적 토론과 행동을 통해 이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모든 투쟁의 과정에서 논쟁이 벌어진다. 파업을 벌이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확대할 것인가, 국회 로비와 선거에 더 기댈 것인가?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대학 본관 점거 투쟁을 벌일 것인가, 투쟁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뒤꽁무니를 좇으며 투쟁을 접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다양한 정치 경향들은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투쟁을 이끌려 한다. 개혁주의자들은 투쟁을 조직하기도 하지만 투쟁이 어느 순간에 이르면 후진 부위의 눈치를 보며 절충하고 타협해 오히려 투쟁하려는 부위의 사기를 꺾는 일을 벌이곤 한다.

2008년 6월 10일 1백만 명이 모인 촛불 시위 이후에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촛불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거리의 촛불 투쟁을 더욱 확대시키기를 한사코 거부했고, 이명박의 집요한 탄압과 김빼기에 밀려 촛불은 안타깝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국제 노동자 투쟁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1968년 5월에 프랑스 공산당 관료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드골 정권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 혁명조직은 선진 부위의 노동자와 대중을 고무하며 일관되게 투쟁을 전진시키려 한다. 2008년 촛불의 과정에서도 다함께는 촛불 운동이 거리 행진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고, 촛불이 이명박 퇴진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 투쟁으로 확대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혁명조직은 무엇보다 실천을 위한 조직이다. 혁명조직의 구성원은 투쟁을 건설하는 능동적인 활동가여야 한다.

이는 당비를 내고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지도부 선거에 투표하는 수동적인 당원들이 대부분인 사회민주주의 정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말만 “혁명, 혁명”을 외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현실 운동에 뛰어들기를 거부하는 초좌파적인 조직과도 다르다.

혁명조직의 실천은 혁명적 정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레닌이 “혁명적 이론 없이 혁명적 실천 없다”고 했던 것처럼 혁명조직에서는 이론이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연결돼야 한다.

이런 전통은 이론이 부차화되고 조직이라는 논리가 우선하는 스탈린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옛 소련과 같은 사회를 추구하던 각국 스탈린주의 공산당들은 옛 소련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어떤 이론보다 우선시 하며 소련의 국경 수비대 구실을 자처했다. 그래서 이론은 행동을 사후 정당화하는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또 혁명적 정치를 바탕에 둔다는 말은 전체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다.

혁명조직은 계급 전체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며 부문주의를 뛰어넘어 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단결하도록 돕는다.

레닌은 1905년에 이를 구현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혁명적 신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에는 ‘혁명적 신문’이 혁명조직을 건설하는 데서 어떤 구실을 할 수 있는지 살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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