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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조직 건설의 ABC 2:
혁명적 조직과 혁명적 신문

〈레프트21〉은 부정의하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응집력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 연재에서는 혁명 조직의 필요성과 수단, 그 조직 원리를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이 연재의 지난 꼭지에서 혁명 조직의 실천은 혁명적 정치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혁명적 신문은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은 매일 학교, 가정, 직장 등에서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편견들을 접한다. 또, 주류언론은 매일 벌어지는 낱낱의 사건들이 별개의 것인 양 그 연결성을 해체시켜 놓는다. 체제의 불평등과 모순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일부 손보는 개혁주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혁명적 신문은 혁명적 관점에 기초해 나날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분석하며 자본주의의 지배적 관념에 도전한다. 또, 낱낱이 흩어져 있는 문제들의 이면에 무엇이 있고, 자본주의 체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다룬다. 혁명적 신문은 일상적으로 대중에게 혁명적 주장을 알리고 투쟁을 건설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은 혁명적 신문이 “집단적인 선전가, 선동가”라고 했다.

혁명적 신문은 다른 언론들은 결코 다루지 않는 노동자들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투쟁 경험과 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러시아 혁명가 지노비예프는 1921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부르주아 신문과 사회민주당 신문들이 제공해 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공장과 작업장에서 남녀 노동자들이 보내거나 또는 병사들이 보내는 편지다.”

혁명적 신문은 단지 투쟁 소식을 싣고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폭로할 뿐 아니라,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즉, 혁명적 원칙과 노동자들의 경험과 당면 투쟁 과제를 연결하는 것이다.

활동가 네트워크

혁명적 신문은 소수 혁명가들이 대중과 관계 맺는 수단이다.

모든 혁명가들이 신문을 냈던 것은 아니다. 게릴라 투쟁을 중시했던 체 게바라가 신문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오직 대중 운동을 중시했던 혁명가들만이 신문을 냈다. 마라의 〈민중의 벗〉, 마르크스의 〈신라인 신문〉, 로자 룩셈부르크의 〈적기〉, 레닌의 〈프라우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문을 통해 대중을 설득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호소했다. 어떤 시기에는 그런 노력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라는 〈민중의 벗〉을 통해 줄기차게 혁명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경고해, 그에 맞선 대중의 행동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많은 진보적인 활동가들조차 〈레프트21〉과 같은 사회주의 신문을 판매하는 행위를 폄훼한다. 심지어 “신문 팔이”라고 비하한다.

이것은 혁명적 신문 판매의 정치적 의의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신문이 조직자 구실을 하려면 그 지지자들이 판매해야 한다. 신문은 절대 스스로 발이 돼 조직할 수 없다. 소수가 고립돼 신문을 만든다면 그 신문은 한 달도 못 가서 발행이 중단될 것이다. 독자들이 신문을 판매해야 하고, 기고자와 정보원이 돼야 하며, 신문을 후원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언론과는 구별되는 사회주의 신문만의 특징이다.

신문을 판매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신문을 판매하면서 사회변혁 활동가들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신문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상의 충돌이 벌어지고, 그런 충돌은 사상을 발전시킨다.

이런 일상적인 신문 배포망은 혁명적 정치를 지지하는 활동가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레닌은 혁명적 신문을 조직 건설 수단으로 삼은 최초의 혁명가였다.

레닌은 혁명적 신문을 정기적으로 배포하는 단순한 일이 “사실적인 관계”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혁명적 신문이 곳곳에 있는 활동가들 사이를 연결할 것이다. 경험·자료·역량·자원 등을 교환할 수 있고, 한 지역의 성공을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이 배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변혁 활동가들이 양성될 수 있다. 그야말로 혁명적 신문은 “집단적 조직가”인 것이다.

실제로 레닌은 혁명적 신문의 배포망으로 볼셰비키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1912~14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볼셰비키는 3천 명이었다. 그 당시 〈프라우다〉는 3만 부가량 판매됐다. 1917년 2월 혁명 직후 페테르부르크의 볼셰비키는 2만 3천 명이 넘었다. 대체로 신문 독자들이 볼셰비키가 됐던 것이다.

혁명 조직이 혁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앙집중적인 국가 권력과 투쟁해야 한다. 그래서 혁명 조직은 힘을 집중해야 한다. 혁명적 신문의 배포망은 전국적인 힘의 집중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혁명 조직에게는 중앙집중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도 필요하다. 다음 차례에는 혁명 조직의 원리인 민주집중제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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