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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 임신과 피임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6월 15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경구피임약, 사후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분류와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 및 의료접근권을 고려한 의료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은이

지난 6월 11일 연세대와 한양대 총여학생회는, 앞서 7일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에서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것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지정은 여성계의 오랜 요구였는데, 두 대학 총여학생회는 오히려 앞장서서 이를 비난한 것이다.

이에 내가 속한 다함께 연세대 모임은 신속히 논의했고, 이틀 뒤인 13일에 성명을 발표해 총여학생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리뿐 아니라 연세대, 한양대를 비롯한 8개 대학 13개 학생 단체가 15일자로 두 총여학생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 앞에서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열었고 나 역시 여기에 참가했다.

총여학생회 비판

총여학생회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사후피임약을 맹신한 나머지 사전피임을 소홀히”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사전피임에 실패하거나 성관계 전에 미처 피임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3일 안에 신속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 만큼 의사 처방 없이도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총여학생회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용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후피임약을 일반 피임법으로 오인하여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호르몬 조절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판단력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피임에 대한 전국민적 인식이 지금보다 개선”되기를 바라는 총여학생회가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여성은 스스로 임신과 피임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피임약을 처방 받으려고 의사를 찾아가 성관계 사실을 털어 놓는 일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든 불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 중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경우도 있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남녀 간의 불평등, 성관계에서 피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 낙태 처벌에 따른 부담감 등의 이유로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두 총여학생회는 일반의약품이었던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에는 찬성하고 있다. 결국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여성들이 피임 수단에 쉽게 접근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려고 피임약을 사용해 온 많은 여성들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진정으로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총여학생회는 잘못된 입장을 철회하고 진정으로 여성들의 권리와 이익을 방어하는 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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