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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강 제도 폐지 시도 반대한다

연세대학교가 내년 1학기부터 재수강을 축소·폐지한다는 소식이 9월 11일 〈한국경제〉에 보도됐다.

연세대 당국은 “대학생이 노느라 공부를 게을리 한다”며 재수강 제도 폐지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비난이 지금처럼 억울한 때도 없다. 고용 불안과 경제 위기로 좁아진 취업문 탓에 대학생들은 극단적인 경쟁 압박에 내몰려 있다.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수업과 학점에 목을 매느라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수강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졸업 요건의 충족이 늦어짐에 따라 추가학기나 계절학기 등록금을 부담하기도 하며 취업과 진로 계획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세춘추〉를 보면, 연세대의 재수강 비율은 8.17퍼센트다. 강의마다 학생 30퍼센트가 C 이하 학점을 받지만 모두 재수강을 선택하지는 못 한다는 뜻이다. 또한 재수강생의 80퍼센트가량은 종강 후에야 재수강을 결심했다. 재수강을 수업의 질 저하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과장이다.

때로 학생들이 몇몇 과목을 포기하는 것은 더 나은 성적이 기대되는 과목에 시간을 투자해 평균 학점을 올리기 위해서다. 수업이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진 현실에서 재수강 폐지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 한다.

연세대 당국은 신입생들의 수업 태도를 문제 삼으며 13학번 재수강 전면 금지를 언급하고 있다. 저학년을 희생양 삼는 것은 재학생의 반발을 회피해 인기 없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학교 당국의 꼼수다. 학교 당국은 13학번들을 지렛대 삼아 재학생들의 재수강 기회도 제약하려 할 것이다.

‘학점 인플레’가 문제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도 평균 학점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공부와 시험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어찌 보면 재수강생의 성적에는 한 번만 수강한 학생보다 두 배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졸업이 늦어지는 부담과 추가 등록금의 걱정이 담겨 있다. 이들의 노력은 세탁도 거품도 아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교육 투자 및 개발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금전적 자원”이 재수강에 쓰이는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등록금에 이미 재수강 수업료가 다 포함되어 있는데, 마치 학생들이 공짜로 재수강하는 것처럼 말하니 황당한 일이다.

물론 재수강생들이 너무 많으면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강의 수와 정원이 실제 수요보다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수업 공간을 확충하고 교원을 충분히 고용해 강의 수를 확대함으로써 학생들의 수업권과 선택권을 지켜주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재수강생들이 상위 등수를 차지해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을 낮은 등수로 내몬다는 불평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이 실제로 노력한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30퍼센트에게 C 이하 학점을 주는 상대평가 제도에 있다.

교육을 기업 입맛에 맞추려는 대학 간의 경쟁이 학내민주주의를 침해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축소하며 학생들 간에 극한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경쟁 교육 강화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카이스트에서 스러져 간 안타까운 목숨들이 생생히 보여 준다.

경쟁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는 재수강 폐지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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