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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같은 현대차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연대해 주세요”

고공 농성 중인 최병승 조합원이 10월 24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다. 지난 10년의 투쟁을 돌아보며 투쟁과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가슴 벅차게 불러 봅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다’고 선언한 지 올해도 벌써 10년이 되어갑니다. 그 10년 동안 우리는 무수한 투쟁으로 단련되었습니다.

2003년 5월 2일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인간임을 선언했고 그해 7월 8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세우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주적인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쉴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소수 인원이 참여하여 라인에도 못 들어가고 화장실에 숨어 있거나 라인에서 관리자들에게 끌려 나와야 했던 2004년 7월 1일 전 조합원 파업의 첫 경험은 우리에게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불법파견 정규직 쟁취를 위한 2005년 1월 18일 5공장 파업과 1, 2, 3공장 잔업 거부 투쟁은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이 되었습니다.

그 투쟁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3일을 투쟁하면 현대자동차가 가시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무려 8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열정만 있고 순진했고, 깨끗했습니다. 그러나 패배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패배를 딛고 2006년 우리는 우리 힘으로 라인을 세웠습니다. 생산이 멈췄고 당시 부공장장이 2공장으로 내려오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그 가슴벅찬 순간 저는 울산구치소에서 조합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유인물로 뉴스로 면회 오는 조합원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투쟁도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조합원은 징계됐고, 지도부는 공백이었습니다.

이제 불법파견 투쟁도 지회도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투쟁 이후 많은 동지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누구도 말릴 수 없었고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현장은 사측이 원하는대로 굴러갔고 경제 위기라는 이름으로 아무 이유 없이 정리해고 되어야 했습니다. 숨죽이던 그 시간 조합원 동지들은 무수한 탄압과 회유에도 노동조합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왔습니다. 절망을 느껴본 자만이 희망이 찾아오는 것을 알듯이 그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는 불법파견이다’고 판정했을 때 우리는 희망을 다시 잡았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하자”

투쟁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 역사를 새로 쓴 CTS 점거파업으로 현대차에 또 다른 주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 추운 겨울 초입 이불도 없이 비닐에 의지하며 25일을 버텼습니다. 칼바람이 뼛속을 스며드는 고통에도 우리는 희망을 꺽지 않았습니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하지 않은 투쟁!

두 이빨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으며 내려오는 그 계단에 저는 수배 중이라 또 함께 있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10년 동안 투쟁했습니다.

그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류기혁 열사를 가슴에 묻어야 했고 2명의 조합원이 분신을 하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노조 간부가 20번 구속됐고 지금도 2명의 동지가 수배 중에 있습니다. 또 조합원 1백60여 명이 해고되고 1천여 명이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엄청난 탄압에도 지회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뚜기처럼 일어섰고 다시 투쟁을, 희망을 만들어 갔습니다.

2012년 그 누구도 파업을 하지 못할 거라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는 다시 파업을 선언했고, 현대차 생산을 멈췄습니다. 그러나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우리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불 가리지 않고 폭력과 탄압을 일삼는 자본의 치졸함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안됩니다.

두렵고 겁이 나면 몸을 움츠리듯이 지금 현대차는 두려움에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장을 교도소처럼 철조망으로 둘러치고 1공장 출입문을 철문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입니다. 용역경비를 단기 1년 하청 계약직으로 1백여 명이나 고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외부 세력이라 호도하며 연대를 막으려 하고 정규직 이해가 다르다며 노조 분열을 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두려우면 그렇겠습니까?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눈물나게 고마운 조합원 동지들!

철탑 농성 투쟁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투쟁’의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예고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본편이 엉망이면 주목을 받을 수 없듯이 철탑 농성 이후 현장 투쟁이 없다면, 이 투쟁은 여론이 식으면 자연히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우리 힘이 없이 여론과 정치권에 우리 투쟁을 위탁한다면 대선이 끝나고, 여론이 잠잠하면 우리는 또다시 탄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장 투쟁을 주장했던 지회장 동지를 적들이 연행해간 것입니다. 수장을 잡아 현장 투쟁을 무력화하려는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들! 다시 현장을 조직해 주십시오.

다시 들불처럼 일어나 비정규직이 현대차의 주인임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지회가 걱정되더라도, 지회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그리고 지회장 동지가 고민했던 것은 현장을 조직해서 생산을 멈추는 것입니다. 저는 또 그 핵심 투쟁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 대신 조합원 동지들이 생산을 멈추는 투쟁으로 이 투쟁을 승리할 때까지 이곳을 사수하겠습니다. 적들이 침탈한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연대해주시는 지역 동지들!

이 투쟁이 사회적 투쟁이고, 비정규직 전체의 투쟁이라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롭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투쟁 과정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이 감당하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

집회 참가, 투쟁 기금, SNS 홍보 등 스스로의 위치에서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집중해 주십시오. 골리앗과 같은 현대차를 쓰러뜨릴수 있도록 꼭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놓지 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8일 농성 동안 딱 하나는 알았습니다.

지난 10년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헛되이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열정과 끈기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동지를 믿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저력을 믿읍시다. 그 믿음으로 현장을 재조직하여 반드시 26일 파업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냅시다. 지회장을 잡아가서 우리 투쟁을 꺽으려 했던 저들을 투쟁으로 비웃어 줍시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지회장이 적들에게 잡혀가도, 수석이 있고, 사무장이 있고, 상집과 대의원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조합원 동지들이 지회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믿고 투쟁합시다. 투쟁만이 지회장 동지를 가장 빨리 구출하는 것입니다.

생산 타격만이 현대차를 굴복시키는 것입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우리는 강합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동지들과 함께 정규직 명찰 달고 출근하고 싶습니다.

항상 조합원들께 신세지는 최병승 동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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