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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독립 투쟁:
뵈겔로! (힘내라 티베트!)

중국의 새로운 권력자들이 직면할 또 하나의 문제는 민족 억압에 맞서는 저항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텐징 민수 씨가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고 싶다”면서 글을 보내 왔다.

올해 2월 한국에서 열린 중국의 티베트 유혈 진압 항의 집회 ⓒ이미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티베트인 분신 소식에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11월 9일에는 티베트 학생 5천~6천 명이 중국 정부 건물 앞에 모여 티베트인 권리 보호와 달라이라마 귀국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15, 16살의 앳된 젊은 목숨과 5살 난 아이를 둔 엄마의 분신, 신원파악이 안 된 분들. 중국 점령 이후 지금까지 하루에 가장 많은 6명의 티베트인이 분신했습니다. 바로 며칠 전, 중국의 차기 지도부가 교체됐습니다. 그래서 많은 티베트인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외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그저 한 사람일 뿐이고, 세 아이의 아빠이기에 조심스럽고, 외국인이기에 한국 법이 무섭고.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되기에 동지들께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 또한 티베트인이지만 사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입니다. 온전한 정신에서 불길이 온몸을 휘감으며 살과 뼈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참아 낸다는 것. 티베트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신을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누가 하라 마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무엇이 우리 티베트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나라면 그곳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웁니다.

티베트는 194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자유와 평화, 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와 외침이 있어 왔습니다. 티베트인 수십만 명이 학살됐으며, 고문과 학대, 인권 유린을 당했고, 지금도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 그 자체로 분리주의자로 낙인 찍혀 가족과 친척들까지 끌려갑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에 있었던 라싸(티베트의 수도)의 유혈 사태(당시 1백여 명의 티베트인이 총살 당함) 이후부터 시작된 분신으로 2009년 2월부터 현재까지(2012년 11월 16일)까지 74명의 티베트 민중의 목숨이 스러져 갔습니다.

중국의 지도부가 교체됐다고 해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전 주석 후진타오나 현 시진핑 체제가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국 내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쟈스민 혁명의 바람이 중국까지 불었고, 언젠가 멈췄던 바람이 중국 내에서 태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신장 위구르의 상황도 지켜보아야 합니다. 중국 내에서는 소수민족의 해방뿐만 아니라, 중국 내 계급 간 갈등이 화산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이러다가 진정으로 티베트를 위한 투사들이 모두 죽게 되지 않을까. 평화노선이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해방이 되면 다시 예전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중국 체제가 쉽게 무너질 리 없지 않겠느냐. 그러나 대부분의 혁명이나 봉기는 계급 간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화산처럼 폭발하기에, 우리 티베트인들 역시 멈출 수 없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당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나라 시대 때부터 중국의 영토에 편입됐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나라 또한 중국의 역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향력 아래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명백하게 원나라와 티베트는 분리된 국가로 당시 지도는 표시하고 있습니다. 청나라 때까지 티베트는 명백한 독립국이었음을 1914년 인도 심라회담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중국의 침략이 있고 1951년 5월 23일 티베트와 중국은 한국의 을사조약처럼 “십칠조 협의”를 맺습니다. 이것이 티베트가 독립국이었다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만약 중국 정부의 말대로 티베트가 중국 땅이라면, 티베트인들도 중국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티베트 땅 안에 있는 티베트인들이 중국인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중국 내에서 이동할 때 신분이 확인돼야 이동할 수 있는데, 티베트인은 신분을 확인할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학교에 가더라도 제대로 배울 수 없고 취직도 할 수 없어, 중국인들 밑에서 일해야 합니다. 빈곤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중국군과 경찰이 늘 감시합니다. 달라이라마 사진만 소지해도 분리주의자로 낙인찍혀야 하며, 티베트 국기를 소지하는 것은 죄가 됩니다. 티베트 스님들에게 종교를 버리고 달라이라마를 욕하라고 강요합니다.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유가 없으며, 인권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왜 분신을 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달라이라마가 배후에서 선동하고 있다는 말은 대(大)국 정부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옹졸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평화노선을 택했기에 그것을 티베트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피 끓는 티베트인들이 있는데 달라이라마가 이것을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중국이 달라이라마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배후에 있다, 누가 선동한다는 얘기만 하면서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은 비겁합니다.

제가 티베트 음식점을 하니까 가게에 중국 학생이 왔습니다. 티베트는 중국인데, 왜 이런 가게를 하냐 물었고, 그 학생과 많은 얘기를 나눈 후 마지막에 저는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이 이유를 묻기에 2008년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 왔을 때, 중국 유학생들에게 맞아서 이런 가게를 하게 됐고, 또 서로 불편했겠지만 “대화”를 나눈 것 그 자체로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중국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 전쟁 반대에 동참하는 수많은 한국의 사회 단체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저도 함께하며 집회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티베트는 언어, 문화, 역사 등 티베트의 모든 것이 말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일제강점기를 알게 됐고, 얼마나 절절한 세월을 보냈는지 들었기에 한국인들이 특별히 공감을 많이 하리라 생각했는데, 한국 사회 내에서 좀 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티베트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위하다가 연행되면 평생 감옥에서 살고, 고문을 당하거나, 가족과 친척이 끌려가기도 하기에 그보다는 분신을 택하는 것입니다. 티베트 내에서 누가 분신한다는 걸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고 중국이 발표했는데, 이제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말 그대로 티베트인에게 티베트는 “거대한 감옥”이 돼 버렸습니다. 이것이 티베트의 현실입니다. 얼마나 처절한 상황인지.

제국을 향한 중국의 패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거대한 감옥이 돼 버린 티베트를 세계가 눈 감고, 귀를 닫고 있는 듯합니다.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더는 티베트인들이 스스로 죽지 않도록, 처참한 상황을 해결하도록, 적어도 자유와 인권과 평화가 보장되도록 중국 정부가 나서라고 함께 외쳐 주십시오. 한국의 동지들과 단체에서 더 많은 연대의 힘을 보태 주시길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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