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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기다리는 ‘최악의 대외환경’

“험한 바다”, “외부적 시련”. 박근혜 정권이 직면할 동아시아 정세를 두고 언론들이 요약한 말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서도 외부적 조건이 ‘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중국·일본·북한·한국 등에서 독재자나 강경우익 정치인의 직계 자손들이 다시 권력을 잡은 상황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앞으로 5년 동안의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망을 다룬 외교안보연구소 문건, ‘2012-2017 중기국제정세전망’(이하 ‘전망’)에도 잘 나와 있다.

‘전망’은 중·미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계속되겠지만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 때문에 “미국 ·일본의 위안화 절상압력 강화”, “미국과 중국 간 국제금융질서를 둘러싼 마찰과 긴장”이 고조돼 “군사 분야에서 미·중 양국의 갈등 가능성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5년을 내다봤다.

‘전망’의 향후 5년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해양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배치” → 이것이 “중국 지배층의 핵심 이익과 충돌”해 “시진핑 정권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강경노선으로 대응” → 그 결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우선, ‘전망’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세력균형의 변화”가 가져올 “미국의 아시아 중시”는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 해군력의 60퍼센트를 이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선포에 이어, 일련의 신형 무기들이 아시아에 배치됐다.

일본 오키나와에 신형 수직이착륙수송기 오스프리 배치,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 일본 설치, 싱가포르에 미 최신형 연안전투함 배치, 대만의 미 신형구축함 구입 등.

그 결과 “향후 5년간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 주된 이슈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의 해양영유권과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될 것이다. 특히 동·남중국해 해양영유권분쟁 심화는 역내 국가 간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특히 동북아 주요 국가들에서 강경 보수 정권의 등장이 긴장을 더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교안보연구소 문건은 “[일본] 자민당이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6년 전에 중단되었던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향한 제도화 작업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민당의 총선 공약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신헌법 제정을 통한 자위권, ‘국방군’의 보유(자위대의 군대화),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등이 그 사례들이다.

‘전망’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를 모델”로 지향한다고 분석하면서 북한 정부가 대중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핵무장 기정사실화”, “남한의 영향력 축소” 등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정세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제국주의적 갈등 고조

그러나 ‘전망’은 위와 같은 분석과는 모순되는 결론을 내린다. 첫째,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군사적 긴장을 제어해 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미국의 지역 역할 강화는 중국의 공세를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강력한 안보 보장이 긴장 고조 완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동맹국들의 안보에 대한 보다 강한 보장을 통해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군비강화의 동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이것은 긴장 고조와 불안정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을 그것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완전히 모순된 주장이다. 이것은 이 나라의 지배계급이 처해 있는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일본과의 동맹체제에 바탕해 동아시아에서 장악하고 있는 해상패권”의 실체는 “미국이 본토 이외의 동아태 지역 전반에 대한 중국의 권력투사능력을 제한하고 봉쇄할 수 있는 군사정치적 능력”이다(이삼성, ‘21세기 동아시아의 지정학-미국의 동아태지역 해양패권과 중미관계’). 이 능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중국 이외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체제에 포섭하여 유지하고 중국에 인접한 이들 국가들의 영토를 군사기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전략적 무기체계의 효력을 제한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첨단군사력”이다. 두 가지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중국의 해양 군사력을 제어할 수 있도록 4개 지역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확고하게 장악하려 해 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4개의 요충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만이다. 미국의 무기수출을 통한 중국 견제 때문에 21세기 초반부터 대만 주변 갈등이 서서히 고조돼 왔다.

둘째, 남중국해다. 중국의 영해 및 영토 주권 경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지정한 ‘항해의 자유’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역이다.

셋째, 알류산열도·류큐 열도 등 일본이 점령한 섬에서 오키나와를 거쳐 괌에 이르는 U자 모양의 ‘미국 안보지대’다. 동북아시아의 어떤 항구로부터 상륙해 오는 군대의 집결과 출격을 저지할 공군력 및 해군력 배치가 가장 유리한 지역이라고 미국이 판단한 지역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바로 이 U자의 한 고리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서해다. 한반도 서해는 역사적으로 중국에게 있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정치적 패권의 관문이었다. 이 지역은 일본이나 미국이 중국과 한반도를 포함한 여타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전략적 관계를 통제하는 핵심적 요충지다. 그런 배경 속에 평택 미군기지가 확장돼 왔다.

바로 이 지역들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동맹 구축을 추구해, 중국이 반발하면서 위험천만한 갈등과 충돌이 증폭돼 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군비 강화 동기가 완화”되는 결과를 낳기는커녕 군비 증강 압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증가 속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빨라 1999년을 기준으로 10년 동안의 군비상승률이 가장 높은 10위에 속한 국가들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4개국이다(중국, 한국, 인도, 호주).

결국 ‘전망’이 말하듯이 박근혜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과의 관계 심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보수우파와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고조되는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다음의 교훈을 더욱 분명하게 해 준다. 강대국 간의 지위 변동과 경제적 경쟁 강화가 지정학적 경쟁의 뇌관이 된다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제국주의 이론이야말로 현재 동아시아의 점증하는 정치·군사적 긴장의 뿌리를 해명할 열쇠다. 그리고 제국주의적 야만에 맞서는 운동 건설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