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사파티스타 봉기, 그 후 10년

마이크 곤살레스가 사파티스타 봉기의 의의와 한계를 설명한다. 마이크 곤살레스는 스코틀랜드 전쟁저지연합의 핵심 활동가이고, 영국사회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이다.

1994 년 1월 1일 캐나다·멕시코·미국 대통령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효를 선언했다.

그것은 세 나라 경제를 사실상 하나로 통합하는, 단일한 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향한 대행진의 제1단계 조치가 될 터였다.

그러나 이튿날 전 세계 신문에는 그들의 사진이 아니라 무장한 멕시코 원주민들의 사진이 실렸다.

발라클라바[어깨까지 덮는 큰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간단하게 짠 담요를 걸치고, 다 떨어진 샌들을 신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잘 꾸며진 기자회견장에서 폼을 잡던 자들의 아르마니 양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EZLN)이 세계 무대에 자신들이 등장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한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州)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1990년에 주 전체 인구의 50퍼센트가 영양실조 상태였고, 42퍼센트는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없었으며, 33퍼센트는 전기 없이 살아야 했고, 62퍼센트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당시 멕시코 대통령 살리나스는 NAFTA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사유화 계획을 1990년에 발표했다.

공공 자산뿐 아니라 농촌 공동체들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도 매각 대상이 됐다. 그것은 농민들이 수십 년 동안 싸워서 얻은 권리였는데도 말이다.

치아파스 고지대의 공동체들은 이미 몇 차례 자신의 토지에서 쫓겨난 바 있었다.

다국적 햄버거 기업에 고기를 공급하던 목우 농장들이 확장되자 원주민 공동체들은 라칸돈 정글이라는 지역으로 더 깊숙이 내몰렸다.

그러나 당국은 어떠한 보호책도 내놓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90년에 치아파스 주지사는 주 최대의 목장 소유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세계화의 참모습

기자회견장에서 세 나라 대통령은 세계화가 가져다 줄 이익을 찬양했다. 그러나 치아파스에서 그것은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다.

NAFTA가 발효되던 그 날, 사파티스타 봉기는 세계화의 가면을 찢어 버리고 세계인들에게 세계화의 참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계화가 여섯 가지 신종 생수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그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갈 것이다.

세계화는 식량 생산을 점점 더 소수의 손에 집중시킬 것이다. 그러면 치아파스에서는 더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다.

라칸돈 지역은 압도적으로 원주민이 많은 곳이었다. 그들 원주민은 토홀로발에서 키체까지 3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싸웠다.

이제 그들은 단결해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을 결성했다.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은 멕시코의 위대한 농민 혁명가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조직이었다.

그 조직의 지도자들 중에는 원주민이 아닌 사회주의자들도 소수 있었다. 그들은 1968년의 학생·노동자 대중 운동이 탄압받자 그 곳으로 피신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이 오늘날 부사령관 마르코스, 즉 “엘 숩”(부사령관의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1월 봉기는 겨우 며칠 동안만 지속됐다. 그 기간에 사파티스타는 주도(州都)인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와 몇몇 다른 도시들을 장악했다. 그들은 토지 개혁, 원주민의 정치적·경제적 권리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멕시코 정부는 여느 때처럼 민중을 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가 치아파스를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칸돈에서 발표된 최초의 선언문들에서 사파티스타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세계 경제는 그토록 부유한데 우리는 왜 이토록 가난한가?

간단한 대답은 그들이 어찌어찌하다가 근대화 과정에서 뒤쳐졌고 위대한 신자유주의 축제에 동참할 준비가 아직 안 된 미개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 공동체의 비극은 고립이나 후진성 때문이 아니었다.

치아파스는 이미 근대 세계의 일부였다. 사파티스타 투사들이 고대의 언어를 사용하고 단출한 옷을 입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토지를 빼앗고 옥수수 가격을 하락시키고 물 소유권마저 강탈한 것은 바로 다국적기업들이었다.

이 사실은 전 세계 지식인들과 언론을 매료시킨 역설에 의해 완벽하게 입증됐다.

신속히 출동한 멕시코 군대가 사파티스타 공동체들을 포위하는 동안 원주민조정위원회(CCNI)의 대변인으로만 모습을 드러내던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들과 대화를 했다.

포위당한 상태에서 그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문과 원주민의 관점에서 쓴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내보냈다.

이것이 세계화의 참모습이었다. 사파티스타는 자본주의적 근대화의 희생자들을 대표했다. 그런 그들이 반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도

치아파스의 급진적 주교 사무엘 루이스의 중재로 산 안드레스에서 평화 협상이 시작됐다.

평화 협상은 여러 해 동안 답을 찾지 못한 채 끝없이 계속됐다. 그 사이에 사파티스타에 대한 포위망이 서서히 좁혀졌다.

수많은 멕시코 노동자들이 점증하는 가난과 실업, 그리고 사유화로 파괴된 사회안전망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이 뭔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이라고는 치아파스 공동체의 요구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뿐이었다.

사파티스타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됐지만 그 저항을 지도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오히려 그들은 그 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후보 쿠아테목 카르데나스를 지지했다. 그들은 그가 단지 그들을 이용해 선거에서 득을 보려 할 뿐, 결코 그들의 대의에 동참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결정적 순간은 1994년 8월이었을 것이다. 멕시코 사회운동의 지도자 6천 명이 특별히 건설된 라칸돈의 초막에 모였다.

그것은 전례 없는 집회였다. 그러나 공동체의 자치와 그들의 특정 요구들을 강조했을 뿐, 도시에 사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전혀 지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멕시코 외부에서는 세계화의 가혹한 현실에 맞닥뜨린 새 세대의 상상력에 사파티스타 봉기가 불을 질렀다.

사파티스타는 가장 착취받고 억압받는 자들도 투쟁에 나설 수 있으며 실제로 나선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마르코스의 선언문과 서정적인 에세이들은 모종의 새로운 정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들 주로 젊은 시위대들은 그들이 낡았다고 여긴 것들을 극도로 불신하며 이제는 베를린 장벽의 잔해 아래 묻혀 버린 정치적 방식들을 신용하지 않았다.

멕시코 안에서 마르코스는 자본주의 국가와 계속 타협해 왔다. 그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고도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득과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사태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귀가 솔깃한 메시지였고, 전 세계인들의 반향을 얻으며 지지자를 늘려 나갔다.

미완성

1999년 시애틀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이 탄생했을 때 많은 시위대가 사파티스타를 지지하는 플래카드(팻말)를 들고 행진했고 치아파스의 붉은색 손수건을 착용했다.

그런 표현의 이면에 있는 동기는 멋진 것이었다.

그것은 국제주의적이었고, 피억압자들의 투쟁을 공감했으며, 연대감과 공동의 목적을 보여 주었고, 우리 모두의 공통의 적, 곧 세계 자본주의를 분명히 확인했다.

또,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평등한 자들의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찬양했는데, 그것은 마르코스 철학의 핵심이었다.

10년이 지났다. 사파티스타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세계 규모의 운동을 태동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치아파스의 공동체들은 처음 반란을 선언한 뒤 대통령이 두 번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포위당해 있다. 날마다 새로운 공격이 벌어지며 그들을 에워싼 포위망도 좁혀지고 있다.

그들이 처음 요구 사항을 제기한 지 8년 만에 멕시코 의회가 원주민의 권리를 헌법에 반영하는 데 동의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권리와 법의 언어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국가를 장악한 자들이 그것들을 실시하는 데 동의할 때뿐이다.

사파티스타 봉기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훨씬 더 위험해졌다. 자신의 행위를 도덕으로나 법으로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자들이 이 세계를 통치하고 있다.

그들이 통치하는 국가들은 정의를 구현하는 중립적 기구가 아니라 그들의 수중에 든 무기이다.

중요한 것은 그 국가들을 다른 종류의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미완의 사파티스타 혁명을 지속시켜 완수할 것이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