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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주년 세계여성의 날 특집:
‘여성 대통령’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여성 해방의 꿈

박근혜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당선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소수의 부자 여성들 말고 여성 대중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 줄 리는 없다.

이 정부의 여성 의식 수준은 최측근인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섹스 프리[한]… 금기 없는 국제관광특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성의 성을 판매 대상으로나 본다.

박근혜의 정부에서 여성 장관은 겨우 두 명이라 ‘유리천장’ 현상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신고한 재산만 51억 원이 넘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쥐꼬리 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대변할 수 없다.

사실 일부 여성이 사회 상층에 올라가는 것이 여성 전반의 지위를 높여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성들 내의 계급 격차가 훨씬 더 핵심적인 특징이 되고 있다.

여성 주식 부자 1등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 홍라희와 2위인 신세계 회장 이명희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에게 여성 노동자와 나눌 ‘자매애’ 따위는 없다.

박근혜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연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지어 해고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만여 명도 해고됐다. 이들의 압도 다수가 여성이다.

체계적 차별

여성의 80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한데도 체계적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108위(전 세계 1백35개 나라 중)로 OECD 최하위다. 남녀 임금 격차도 10년째 OECD 국가 중 1위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2000년대 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 중 59.4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성 정규직 임금은 67.2, 남성 비정규직 임금은 52.8,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40.3밖에 안 된다(2012년 8월). 여성 노동자들은 고용 형태와 성에 따른 차별을 이중으로 받는 것이다.

30대 후반부터 여성 정규직 비율이 감소하고, 반면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출산과 육아 이후 여성들이 돌아갈 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 ⓒ이미진

이것은 박근혜의 이른바 ‘무상보육’ 정책이 여성 노동자들이 육아 때문에 받는 고통과 차별을 크게 덜어 줄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보육료 지원 확대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박근혜의 정책은 단지 보육료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보육의 질 개선과, 육아로 인한 여성 고용 차별을 없애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민간 보육시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보육료 지원만으론 시장화만 부추길 수 있다. 겨우 5.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국공립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임신으로 인한 해고나 차별을 없애야 한다.

자본주의와 여성 차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음에도 여성 차별이 지속되는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가 여성 차별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차별은 자본주의 이전의 계급사회에서도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성 차별은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고유한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성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한 21세기에도 여전히 여성들이 집안에서 해야 할 구실이 강조된다. 건강하고 교육받은 노동력이 끊임없이 공급되려면 누군가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먹고 입고 쉴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하고, 다음 세대 노동력을 길러야 한다. 자본가는 자신들이 마땅히 져야 할 이 부담을 개별 가정의 여성에게 떠넘긴다.

물론 자본가는 여성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보육에 투자하지만, 여성을 육아와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킬 정도로 투자하지는 않는다. 자본가들은 ‘여성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라는 관념을 부추겨 여성을 부차적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여성들에게 싼 임금과 저질 일자리를 강요한다. 여성이 집안에서 하는 구실은 각종 여성 천대의 원인이기도 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되고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외모로 평가받으며 성폭력·성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뿌리 깊은 여성 천대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 남성 노동자 역시 자본주의 체제에서 철저하게 권력에서 소외돼 있는 게 진정한 현실인데 말이다. 이런 분열은 자본주의의 지배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왜 자본주의에 반대해야만 여성 차별도 뿌리뽑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자본가의 이윤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를 우선하는 사회를 건설해야만 여성 해방도 가능하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멀리 나아간 혁명인 러시아 혁명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혁명정당인 볼셰비키가 이끈 혁명 정부는 여성 해방 조처들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혁명 첫 해에 여성 선거권 완전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전면적인 유급 출산 휴가제 도입을 공포했다. 낙태 합법화로 무료시술이 제공됐다. 부부 중 한 쪽만 원해도 이혼이 가능해졌고 동성애와 간통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이 정책들은 현재의 기준으로 봐도 급진적이었다. 더 나아가, 볼셰비키는 여성들이 계속 가정에 종속돼 있는 한 진정한 여성해방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했고, 여성 억압을 유지하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경제적 토대를 허물었다. 가족 상속권이 폐지됐고 가사노동을 대신하기 위한 분만원, 교육시설, 공동식당, 공동 세탁소 등이 세워졌다.

노동계급과 여성 해방

오늘날 여성들은 비록 차별받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 작동에서 핵심적인 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일한다.

집안일과 유사한 일 — 청소, 간병, 보육 등 — 을 할 때조차 집안에서 무보수 가사노동으로 할 때와 사회적 임금노동의 일부로서 할 때 그 성격이 달라진다. 여성 노동자들은 가정 주부로서는 발휘하지 못하는 힘을 노동자로서는 발휘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집단적 파업으로 임금 인상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온갖 천대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도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자들”의 중요한 일부다.

3·8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미국 여성 노동자 투쟁, 1917년 러시아 2월혁명을 촉발한 여성들의 시위, 1970~80년대 한국 독재 정부하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 그리고 지금 차별에 맞서 투쟁하는 여러 여성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생산과 투쟁에서 여성이 중요한 일부임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다.

함께 투쟁할 때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도 깨질 수 있다.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여성이 열등하지 않고,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남성 경비 노동자들이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에서 함께 투쟁하는 현실을 보라.

이처럼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여성 해방의 전망이 자랄 것이다.

105주년 3. 8 여성대회 여성 대통령 시대?

그래도! ‘여성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여성, 희망과 연대로 전진!

▶일시: 3월 8일 (금) 오후 4시

▶장소: 서울 종로 보신각 (집회 후 대한문 방향으로 행진)

▶주최: 105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공동기획단

▶주관: 민주노총

추천 소책자·책

《삐딱이들을 위한 여성해방 가이드 ─ 여성차별과 자본주의》

주디스 오어 지음, 이나라 옮김

노동자연대다함께, 91쪽

3천 원

《여성해방과 혁명》

토니 클리프 지음, 이나라·정진희 옮김

책갈피, 463쪽

1만 5천 원

《낙태, 여성이 선택할 권리》

정진희·최미진 지음

노동자연대다함께, 38쪽

2천5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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