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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파업과 CJ의 야비한 회유·협박:
흔들리지 말고 투쟁을 지속하자

현대판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떨쳐 일어선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수수료 삭감과 패널티 부과에 맞서 사상 초유의 전국적 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돼 ‘을’들의 상징으로 떠오른 택배 노동자들의 정당한 반란은 그동안 켜켜이 쌓여 왔던 불만과 분노의 폭발이다.

5월 16일 울산 건설노동자 파업 집회에 연대한 CJ대한통운 노동자들 ⓒ김지태

택배 노동자들은 새벽 6시 30분부터 밤 늦게까지 살인적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새벽에 시작해 점심까지 진행하는 분류와 상차 작업까지 강제로 “무료 봉사”해야 하고, 심지어는 박스 테이프와 운송장 같은 소모품 비용도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평균 2분당 한 개 꼴로 총알같은 배송을 마쳐도 밤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다.

광주의 한 택배 노동자는 “다리가 부러져도, 다음 날 깁스를 하고 나와야 하고, 아버님이 돌아가셔 못 나와도 3일치 물량을 변상해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밤낮없이 뼈빠지게 일하는 동안, CJ대한통운은 배를 불려갔다. CJ대한통운의 매출액은 급성장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1천32억 원이었다.

그런데도, CJ는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쓴 비용 1조 9천1백8억 원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수수료 인하와 패널티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간질과 거짓말

사측은 노동자들을 다시 무릎 꿇게 하려고 온갖 비열한 주장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 정대영은 “불법으로 3자 개입”한다며 화물연대를 비난했다. “외부세력”인 “화물연대의 농간에 희생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들이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것은 “합법”이고, 노예의 삶을 거부한 ‘을’들의 저항과 연대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농간을 부리는 외부세력’은 택배 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CJ지, 억눌려 온 택배·화물 노동자들이 함께 어깨 걸고 만든 화물연대가 아니다.

마치 깡패에게 갈취 당하던 사람을 도우려고 온 친구에게 ‘외부세력’이라고 하는 꼴이다. 이것은 결국 택배 노동자들이 화물연대로 뭉쳐서 더 큰 힘을 내는 것을 CJ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보여 줄 뿐이다.

삼성가의 장손답게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며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CJ그룹 회장 이재현은, 택배 노동자들이 투쟁의 경험과 전통이 있는 화물연대에 속속 가입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택배 노동자들은 화물연대같은 힘 있는 조직으로 뭉칠 때, 자신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이후에도 사측의 공격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해 회유도 하고 있다. ‘패널티 제도를 없애고 3개월간 수익보전을 하겠다’고도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30일 화물연대 광주지부 택배분회와 체결한 합의서도 무시한 자들이 휴대폰 문자로 한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일부 대리점장들이 “모든 약속을 다 들어주겠다”며 공증까지 서고 있다고 하지만, CJ는 언제든지 ‘그런 약속 한 적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얄팍한 술책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CJ대한통운은 “시간당 배송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이 40퍼센트 이상 올라갈 것”이므로 수수료 인상은 단 한 푼도 할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사측의 주장대로 수익성을 40퍼센트 올리려면 매 86초마다 1개씩 배송해야 한다!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손관수는 “회사를 끝까지 믿어 달라”고 하지만, 믿을 것은 악랄한 사측이 아니라 싸우고 있는 동료 노동자들이다. 서울에서 싸우고 있는 한 택배노동자가 말했듯이 “등 뒤에 빨대를 꽂고 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CJ대한통운이야말로 택배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왔다.

우리를 택배 물건보다 하찮게 취급해 온 자들의 정신을 번쩍들게 하면서 분명한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CJ는 5월 19일까지 복귀하라며 노동자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이런 회유와 협박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일부 차량들이 복귀했지만, 지방에서는 투쟁의 강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광주·울산·창원·전주·천안 등에서 파업 대오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고,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투쟁을 지속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CJ대한통운 택배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는 흔들리지 말고 저항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남길 수 있고, 향후 탄압도 최소화할 수 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이 사측의 안을 거부하고 더 투쟁하기를 원한다면 투쟁을 지속하는 게 옳다.

시민단체들과 손 잡고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특히 배송을 마비시켜 사측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5월 17일 CJ대표이사 손관수는 “엄청난 규모의 손실”이라며 이런 투쟁에 느끼는 부담을 드러냈다.

광주에서처럼 물량을 봉쇄하는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노만근 화물연대 광주지부 택배 분회장은 “광주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국적 사안이니까 전국에서 물량을 정체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CJ대한통운의 모든 택배 물량이 전국적으로 집중되는 대전 허브터미널을 봉쇄하는 투쟁도 필요하다. 노만근 택배 분회장도 “차량을 동원해 대전 메가허브터미널를 틀어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은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될 경우, 화물연대가 “특단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막강한 힘과 조직력을 동원해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전체 38만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투쟁은 악랄한 ‘슈퍼 갑’인 이 사회 기득권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속에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윤창중의 추잡한 범죄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이 투쟁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전체 택배 노동자들뿐 아니라, 더는 핍박과 설움을 참지 않고 싸우려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