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노동자들에게 고통만 줄: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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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대학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중앙대, 청주대, 배재대, 국민대 등 곳곳에서 취업률 낮은 기초학문, 어문계열, 예술계열 학과를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대신, 취업률과 기업선호도가 높으리라 기대되는 학과로 대체하는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
한글학자 주시경과 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하던 배재대는 국문학과를 통폐합하고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를 폐지했다. 대신, 사이버보안학과와 항공승무원학과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봄부터 대전과 충청지역은 구조조정 광풍이 불고 있는데, 대전지역 사립대 중에 독문학과와 철학과는 아예 사라질 정도로 인문학은 찬밥 신세다.
중앙대는 2010년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데 이어, 올해 갑자기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청소년학과, 가족복지학과 폐과 계획을 내놨다.
중앙대 두산 재단이 폐과를 추진하는 이유를 보면, 지금 벌어지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기업 논리에 찌들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앙대 재단은 “1백만 원 대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분야의 전공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복지 계열 학과들을 폐과하려 한다. 언제는 “아이가 미래다”라는 공익광고까지 만들더니, 정작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사회복지 분야 학생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대학에서 취업률이나 임금 수준을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는다. 이는 정부가 대학 평가 기준에서 취업률을 중요 지표로 삼기 때문이고, 대학 당국들도 경쟁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 지표들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취업률이나 저임금이 노동자들이나 학생들 탓인가? 낮은 취업률은 기업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과정에서 해고를 일삼고, 일자리를 창출을 거부하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올해 대기업의 40퍼센트가 신규채용을 줄일 계획이라면서 왜 애먼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
구조조정 대상 학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낮은 취업률과 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학과들에 대해 지원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이유로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과하는 것은 학생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다. 교수들도 자신의 제자들을 제대로 취업시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교육 의욕을 상실하곤 한다.
돈벌이
그럼에도 대학 당국들은 이런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개별 대학들은 기업처럼 행동한다. 오로지 정부 지원금을 더 많이 얻어내려고, 그리고 대학 순위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고 끊임 없이 경쟁한다.
정부는 대학을 기업들에게 고급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정부는 끊임없이 대학 평가를 시행하고 평가와 재정 지원을 연계시켜 대학 간 경쟁을 부추긴다. 특히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지배자들과 정부는 저비용으로 고급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유혹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부실’ 대학을 선정하는 경쟁을 부추겨, 대학과 대학생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단지 정원 축소나 대학 퇴출뿐 아니라, 교수들에 대한 업적 평가를 강화하는 등 대학에 경쟁 논리를 더욱더 강력히 도입해 왔다.
이런 구조조정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될 듯하다. 이명박 정부 때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되자, 박근혜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일부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취업률 기준을 개선하고 지방대학들에 대한 불이익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평가 기준을 약간만 바꾸고 전반적인 대학 구조조정 기조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불일치) 해소’를 목표 중 하나로 내놨다. 기업들이 원하는 고급 인력에 비해 대학 졸업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장할 때 핵심 근거로 삼는 내용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하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이윤 논리를 앞세워 대학 교육과 학생들의 미래, 대학 교직원들의 노동조건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 구조조정을 당장에는 막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저항이 곳곳에서 있었다. 올해도 인하대, 원광대, 중앙대 등에서 항의 행동과 점거 농성 등의 투쟁이 벌어졌고, 인하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을 막아 내기도 했다.
구조조정에 맞선 운동을 강화하려면, 한편에선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논리를 효과적으로 반박하면서도, 곳곳에서 투쟁하는 경험들을 확산하면서 자신감을 고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캠퍼스 곳곳에서 벌어지는 투쟁들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맞선 저항으로도 연결시키려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