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향한 박근혜의 질주:
철도 민영화 막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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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7월 8일부터는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철도공사의 지주회사제 전환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발족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7월 9일에는 철도교통관제사(관제사)와 철도차량정비관리사(정비사)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철도공사와 별도로 관제사와 정비사를 교육하고 고용할 수 있게 만들어 철도 민영화를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한편, ‘민영화가 아니니까 걱정 말라’는 거짓선동도 계속하고 있다.
7월 11일 발표한 ‘민영화 방지 대책’이 대표적이다. 공적연금이 지분을 팔려면 이사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회사 정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조차 건너뛰고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정부가 회사 정관 따위를 고치는 것은 금방일 것이다.
정부는 ‘엄청난 적자와 부채 때문에 철도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도 주장하지만, 코웃음만 나온다.
철도공사는 출범 때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고속철도 건설 부채 중 4조 5천억 원을 떠안았고,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적자선 운영 보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왔다.
거짓선동
민자로 건설한 인천공항철도도 적자가 계속 나자 철도공사에 넘겨 버렸다. 이 때문에 철도공사는 1조 2천억 원의 빚을 더 져야 했다.
또,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장 오세훈이 철도공사를 끌어들여 추진한 용산 개발 사업 때문에 7천억 원의 빚이 더 늘었다.
결국 철도공사의 부채는 정부가 떠넘긴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고 철도를 구조조정한다는 것은 공공성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 기본 운임을 “서울역발 대비 10퍼센트 인하”하겠다고도 했지만, 이것은 완전히 기만이다.
수서발 KTX 회사는 철도공사와 달리 KTX만 운영하면 되고 구간도 약간 짧기 때문에, 실제로 요금을 약간 낮추면서 생색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서발 KTX 회사가 기존 KTX 승객 중 일부를 가져가기 때문에 철도공사의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새마을·무궁화호 축소, 적자 노선·역 폐쇄, 철도 요금 인상이 이어질 것이고, 인력 감축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악화로 연결될 것이 명백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철도요금에 대한 자율성을 높여 다양한 요금체계 운용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등급의 특실 좌석만 대폭 늘리고 기본 좌석은 대거 줄이는 방식으로 요금을 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꼼수와 거짓선동을 동원해 철도 분할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필요성이 더 절박해진 것이다.
실제로 경제성장률은 8분기 연속 바닥을 기고 있고, 기업들의 순이익은 크게 줄었다. 1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부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의 성장률도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박근혜가 신속하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돌아선 것은 이 때문이다. 통상임금 공격,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도 경제 위기 심화 속에 더 분명해진 노동자 쥐어짜기 방향을 보여 준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경제 위기 속에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박근혜는 공공 지출과 부채를 줄여 세출도 절감하려 한다. 정부는 5월 20일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 임대형 민자사업 추진, 연금제도 개선 등을 내놓았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허리띠를 졸라 재정 위기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철도 민영화를 향한 질주는 바로 이런 커다란 배경 아래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며, 사기업들에게 돈벌이 시장을 마련해 주고, 사회 전반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과 광범한 사회적 연대 투쟁을 통해 민영화 질주를 막아야 한다.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철도노조가 역대 최고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고, 연대와 지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 지지 파업을 만들겠다”는 철도 노동자들의 외침은 국정원 선거 개입을 계기로 터져 나온 촛불시위에서도 엄청난 환호를 받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국회 논의조차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일각에서 국회 특위 구성 요구가 제기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회 논의는 투쟁 건설보다는 부차적이다. 투쟁이 뒷받침돼 세력관계에서 우리 쪽이 우위에 섰을 때 협상에서도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특위 구성의 고리가 될 민주당도 미덥지 못하다. 민주당은 ‘진주의료원 폐업’이나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 등에서 거듭 무기력하고 헛다리만 짚어 왔다.
철도 노동자들의 강력한 파업과 더불어 광범한 사회적 연대 투쟁이 건설된다면, 우리는 정부의 질주를 막아 낼 수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도에 커다란 파열구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