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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이집트 ― 반혁명에 맞서 모든 저항 세력이 단결해야

이집트의 혁명의 사건들을 꾸준히 추적하지 않았다면, 최근 이집트 혁명의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할 수도 있겠다. 어떻게 이집트 혁명이 제2의 혁명이라는 무르시의 퇴진에서 군부 학살이 자행되는 공안정국으로 치닫게 됐는지, 혁명의 진행을 살펴보고 혁명의 승리를 위해 어떤 과제가 있는지 알아보자.

무르시의 집권 이후 개혁에 대한 기대로 노동자 파업과 대중 집회가 늘었다. 그러나 무르시는 자신을 지지했던 민중보다 군부를 중추로 한 이집트 지배계급의 눈치를 더 봤다. 그래서 이집트 자본가들의 이익에 피해를 주는 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세계경제는 위기에 처해있고 그 세계경제라는 톱니바퀴에 달린 작은 톱니바퀴인 이집트 경제 역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래서 이집트 지배계급은 혁명을 잠재우거나 자제시킬 만한 개혁 조처를 제공할 여력이 없기도 했다.

그 결과 무르시는 혁명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노동자 파업을 탄압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무르시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빠르게 사그라졌다. 분노가 터져 나왔고, 그 분노를 아우르는 타마로드 운동이 일어나, 2013년 6월 30일 저항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 저항의 압력을 받아 군부는 무르시를 제거했다. 혁명으로 대중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동시에 혁명이 가지고 있던 모순(반혁명 세력인 군부와 혁명세력의 동거라는)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6월 30일

당시 이집트 국외의 거의 많은 매체는 대중운동의 힘을 보지 못하고, 이 사건을 군부의 쿠데타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미 대중운동으로 권력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는 군부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군부는 거리의 힘이 더 급진화하기 전에 막아야 했고, 마치 민중의 요구를 받아 무르시를 처단했다는 식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거리의 저항의 지도자들 중 꽤 많은 이들이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해 군부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했다. (구국전선의 자유주의 정치인들, 타마로드 운동의 조직자들, 이집트독립노조연맹 지도부의 다수 등) 이런 계급협력적인 개혁주의 지도부의 태도 때문에, 군부는 성공적으로 자신을 혁명의 수호자인양 치장할 수 있었다.

7월 26일 “폭력과 테러”에 맞설 권한을 달라며 국방장관 엘 시시가 전국집회를 호소했고, 여기에 6월 30일 혁명에는 참가했지만 여전히 모순된 의식을 가진 수십만 명이 호응하면서 군부가 혁명의 등 위에 탈 수 있었다.

군부는 독립노조운동의 지도자인 카말 아부 아이타를 새 정부로 끌어들였다. 아이타는 ‘파업할 권리’를 받아내겠다며 군부의 정부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지만 무르시 몰락 후 일어난 수에즈 노동자의 파업을 군부가 파괴했을 때, 아이타는 군부의 편을 들며 파업을 자제시키려 했다.

개혁주의 지도부와 모순된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몇 주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리고 혁명의 중요한 축인 노동자들의 파업도 탄압했다. 같은 기간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도들에 대한 테러도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라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군부의 조작이라고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지배계급은 혁명을 분열시키기 위한 전술로서 콥트교도를 공격해 왔고, 최고군사위원회(SCAF) 시절에도 그런 공격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테러에 군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반혁명에 맞서기

군부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그렇다고 혁명이 완전히 패배하지는 않았다. 이집트 혁명의 역량은 단 한 번의 패배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이집트 독립노조연맹(EFITU)의 지도부 중에도 “군대와 구정권 부역자가 (6월 30일 운동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파트마 라마단 같은 이가 있다. ‘4월 6일 청년운동’이나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처럼 2011년 1월 혁명부터 참가해 일관되게 군부에 반대해 온 혁명가들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명과정에 중요한 구실을 해온 이집트 노동계급이 아직 건재하다는 점이다.

이집트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혁명의 선진부위를 포괄하는 혁명가들의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당이 없었기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믿을 수 없는 개혁주의자들이나 거짓 수호자 구실을 하는 군부가 혁명의 과실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 당을 만들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주장을 가지고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 지금 군부가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고 노골적으로 반혁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주장이란 2011년 1월 혁명부터 참가해 군부의 본 모습을 아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2011년 1월 혁명에서 기층 활동가들이 중요한 구실을 한 무슬림형제단 역시 포함된다. 무슬림형제단은 현재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여전히 수천 명을 동원하고 있다. 반혁명에 맞선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선 이들과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대중의 의식은 모순적이지만 변할 수 있다. 현재 군부를 지지하는 이들도 투쟁의 과정에서 의식이 변할 수 있다. 이집트 혁명의 승리는 이런 변화의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혁명에서 참가한 대중들이 6월 30일 무르시 퇴진에 군부가 수행한 구실 때문에 군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고 해도, 8월 14일 군부의 끔찍한 학살에는 경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SCAF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학살이 일어난 후, 자유주의 정치인 엘바라데이가 과도 정부에서 빠진 것도 이런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혁명가들은 이런 대중 의식의 모순과 가능성을 믿고 무슬림형제단을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무슬림형제단을 군부의 탄압에서 방어하고 군부의 반혁명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오늘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을 불법화하면 내일은 혁명 세력 전체를 탄압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군부에 대한 혁명적 반대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현재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성명에서 옳게도 군부가 혁명의 가장 큰 적인 것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들은 군부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학살이 일어난 지금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비판을 마찬가지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실천에서는 무슬림형제단 시위대와 함께하지 않으려 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물론 무슬림형제단을 비판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그 비판도 학살에 반대하는 행동에 같이 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기층 RS 회원들이 무슬림형제단의 깡패들에게 당했던 기억이 있기에,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거세진 반혁명 공세에 맞서려면 반드시 모든 저항 세력이 연합해야 한다.

아랍 혁명

이집트 혁명은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집트 군부가 반혁명으로 아랍 혁명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서방열강과 지역 지배계급들도 아랍 혁명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랍 혁명을 질식시키고 싶어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걸프지역의 반동적인 왕정들은 이집트 군부의 끔찍한 학살을 지지하고 1백20억 달러를 지원했다.

튀니지, 시리아, 이집트 같은 중동 국가에서 혁명이 진행되면, 반혁명의 심장부인 걸프지역의 왕정 국가들에서도 저항이 촉발될 수 있다. 실제 이미 바레인 같은 나라에서는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이 저항이 승리하면 왕정 국가들이 다른 중동 국가의 반혁명을 지원하기 어려워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동의 민중을 억누르는 독재자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나라 안의 투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꾸준한 반전운동으로 파병을 막았다. 이런 운동을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방 제국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아랍 혁명 개입에 막아야 한다. 서방의 개입은 혁명을 약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독재정권에게 자신이 반제국주의 투쟁을 이끈다는 식의 명분을 주어 혁명을 고립시킨다. 또 서방의 개입은 설사 독재정권이 날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혁명가들이 정권과 맞서 싸우며 건설한 네트워크와 기반 역시 무너트린다.

아랍 혁명이 튀니지에서 시작해 아랍 전역으로 퍼졌듯, 아랍 혁명의 승리는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시기 대안에 목마른 세계의 대중에게 무엇보다 확실한 대안을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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