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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사진 르포:
진짜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농번기에 한전과 경찰에 의해 시달려야 했던 밀양 주민들은 이번에는 수확기에 몹쓸 불청객들과 또 마주쳐야 했다. 그동안에 조용한 날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농성장을 지키느라 추석에는 손주들을 만나야 했을 할머니·할아버지는 농성장 침탈을 두려워 하여 그곳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야 했다.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이른 새벽, 평밭마을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농성장 움막에서 곱은 잠을 자고 일어나 콩나물국에 밥을 주섬주섬 넘긴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노인들은 움막 기둥에 매어 있는 쇠사슬을 자신의 목에 건다. 다른 이들은 농성장 안에 크게 파놓은 무덤 모양의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쇠사슬을 서로의 몸에 엮는다. 그들의 허리에는 마치 등산장비처럼 쇠사슬을 맬 수 있는 복대가 메어 있었다. 경찰이 농성장을 침탈한 후에라도 연행이 되지 않도록 하여 공사를 끝까지 저지하려는 그들의 궁여지책이었다.

경찰이 농성장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새벽부터 자신의 목과 허리에 차가운 사슬로, 서로를 묶어 놔야만 했다.’ 차라리 확 한판 붙고 끝냈으면 좋겠다’라는 ‘야전사령관’ 할머니의 말처럼, 이들에게는 언제 경찰과 한전이 자신들이 느슨해지는 틈을 이용해 다시 농성장을 부수고 공사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것이었고, 이 상황은 몇 년째 계속되었던 것이다.

평밭마을 근처 126번 공사장 앞에서는 경찰이 노숙을 하는 노인들의 침구류 등을 뺐거나, 화재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소화기를 온 아침식사에 뿌려 버리는 일도 있었다. 또, 한전 직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경찰은 그들을 비호하며, 항의하는 노인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행정대집행이 실제로 시작되었던 4공구 헬기장 앞에서는 용역들이 농성장을 부수려고 하고, 경찰이 이를 막는 노인들과 단체들을 힘으로 몰아 붙이는 과정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노인들은 헬기장 앞 도로에 누워서 항의를 하기도 했고, 공사가 시작된 구역으로 자재를 나르는 헬기를 보면서 쓰러지는 노인도 있었다. 모두들 헬기가 뜰 때마다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누가 권력이 없고 나이 든 사람들이 수가 없어 몸에 쇠사슬을 동여매는 것을 보고 ‘님비’라고 하는가. 누가 자신의 고향에는 위험한 송전선을 깔지 말아달라는 사람들에게 ‘대승적인 양보’를 강요하는가. 누가 송전량이 충분한데도 송전선을 더 놓아 핵발전소 건설을 정당화하고 있는가. 평생을 국가 폭력조차 모르고 살아온 밀양 주민들에게 진짜 ‘외부세력’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