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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관련법 개악 추진 ― 민영화 길 닦기

국토교통부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획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 개정에 나섰다. 철도사업법·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11~12월 국회에 상정하려고 입법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이는 ‘경쟁체제 도입(민영화)은 법적 문제가 없다’던 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이었음을 보여 준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 6월 작성한 ‘철도공사 경영 효율화 종합대책(안)’(이하 종합대책)에서 민영화의 주요 세부 계획들을 제시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11일 철도사업법 개정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전국철도노동조합

물론 박근혜 정부로선 법 개정 문제로 국회에서 논란이 이는 것은 피하고 싶었겠지만, 철도산업 전체를 산산조각 내 민영화하는 대수술을 감행하려면 법 개정이 수반돼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강성우파 정부의 면모를 드러내며 다수당인 새누리당을 등에 업고 법률 정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법률 개정안들은 명백히 철도 분할 민영화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이렇다.

첫째, 철도 노선·사업별 회계를 분리해 매각을 쉽게 만들었다. 이는 수서발KTX를 비롯한 신설 노선 민영화, 진해선·정선선을 비롯한 적자선 민영화, 물류자회사 설립, 차량정비·유지보수 회사 설립 등 일련의 분할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또 신규사업자에 대한 면허 절차도 정비해, 사기업 진출의 길을 터 주려 한다.

더구나 회계 분리가 시행되면, 그간 흑자노선에서 생긴 수익으로 적자노선 운영을 지원했던 ‘교차보조’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적자선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요금상한제 폐지

둘째, 운행 지역·속도 등에 따른 ‘등급별 요금제’를 도입해 요금 인상을 쉽게 만들었다. 국토부는 이미 6월 종합대책에서 고속열차, 준고속열차 등에는 요금상한제를 폐지해 요금 인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요·시간대별 차등 운임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요금 폭등의 재앙을 불러 온 영국식 모델로, 정부가 내세운 ‘요금 인하’가 사기였음을 보여 준다.

셋째, 철도공사 자산을 매각해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우선 상환한다는 특례조항을 명시했다. 이는 공항철도 등의 자산 매각 계획을 담은 종합대책과 맞물려 더한층 우려를 낳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설립돼 막대한 정부 보조금만 퍼 주다 결국 2009년에 철도공사가 부채를 떠안으면서 인수한 인천공항철도를 또다시 사기업에 팔아 넘기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법률 개정안은 ‘효율성 경쟁’을 위한 평가 제도에서 열차운행 횟수 감축 등을 도입하고, 지자체에 공익서비스비용(PSO)을 떠넘기는 등의 조처들을 담았다.

더구나 정부는 ‘국토부장관령’으로 여러 세부 사항들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향후 국회 의결 없이 각종 개악들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정부는 지금 법 개정과는 별도로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추진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철도노조, 범대위 등 민영화 반대 운동은 이번 개악안의 문제점을 낱낱이 폭로하며, 입법을 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