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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천안문 차량 폭발 사고:
중국 민중의 분노가 들끓고 있음을 보여 주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C&C 제너럴〉의 미션 중에는 테러리스트 조직인 ‘지구해방군’이 천안문 광장에서 군사행진을 벌이던 인민해방군을 공격하고, 자살폭탄 트럭이 천안문을 공격해서 파괴하는 내용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 게임을 판매 금지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에서 나올 법한 일이 10월 28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도 일어났다. 인민대회당과 공산당 관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중난하이가 근처에 있기에 가장 경비가 삼엄한 천안문에서 말이다.

게다가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있었고, 사고 당일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천안문 근처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부녀연합회(한국으로 따지면 ‘어용’ 여성단체연합 혹은 부녀회) 전국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시점에서 말이다.

위구르족 3명이 탄 차량 1대가 천안문으로 달리다가 폭발한 이 사고로, 차량 탑승객 3명을 포함해서 5명이 사망했고, 일본·필리핀 관광객 등을 포함해 40여 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빈다.

‘테러’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들 차량 탑승자 세 명은 민원을 하려고 베이징에 방문한 적 있는 사람들로서, 생활고를 비관해서 저지른 것이지 ‘독립’을 위한 ‘자살폭탄테러’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이례적으로 중국공산당의 핵심간부들과 경찰인 공안관계자들이 나타나서 ‘차양막’으로 사고현장을 가리고, 심지어 외교부조차 ‘테러’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사고’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차량에는 ‘폭발물’이 있었다. 이것은 자살폭탄테러다”라고 쓰인 게시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단순한 사고라고 보기에 불분명한 점이 많다.

물론 자살폭탄 테러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지할 수는 없다. 이런 시도는 소수의 ‘영웅’들이 소수민족의 독립을 대신 시켜 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해서 오히려 다수를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만든다. 이것은저항운동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사망하거나 다친 관광객들이 대부분 평범한 중국인이거나 외국에서 온 평범한 사람들이란 점에서도 유감스럽다. 이는 지배계급인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심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한족우월주의’를 부추길 빌미를 준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대한족주의’(중국의 다수 민족인 한족만의 이해관계만 추구하는 ‘한족우월주의’)와 ‘지방민족주의’(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독자적 이익만을 앞세우거나 혹은 독립하려는 시도) 모두를 반대하고, 신장위구르족 지역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경제생활을 개선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선전이 거짓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중국이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여러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수 민족이 많은 신장과 티베트 지역을 점령해서 자원을 착취하고 이에 저항하는 소수 민족들을 탄압하는 제국주의 국가임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실제로 이번 사고를 일으킨 차량탑승자의 고향인 투루판 지구 샨샨현에서는 4개월 전인 6월에 신장위구르족 저항세력이 ‘경찰서’ 등 관공서를 공격해서 한족, 위구르족 등 4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 관료들은 “신장위구르족 독립운동의 배후에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해 왔다.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최소 1백40명의 위구르족을 체포하고, 위구르인 22명을 ‘반테러리즘’ 명분으로 처형했다. 미국도 “신장위구르족들의 독립운동 세력”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면서, 중국 정부의 탄압을 사실상 지지했다. 위구르족들이 “중국정부가 이 사건을 빌미로 더욱 탄압을 하지 않을까” 걱정할 만도 하다.

제국주의

공산당 관료들은 자신들을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올라가게 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은 ‘국가통제 경제’로 인해 외채가 없던 마오쩌둥 시대보다 이제는 세계경제에 더욱 깊이 발을 들인 상황이다. 그리고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중국 정부, 기업, 가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년 1백53퍼센트에서 지난해 2백9퍼센트로 5년 사이 56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5년간(2002∼07년) 기록한 부채비율 상승폭인 46퍼센트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상황에서 중국 지배자들은 중국 경제의 수익성 저하, 성장률 둔화가 대중들이 저항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덩샤오핑은 자신의 개혁 개방 정책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심해지기 시작한 ‘빈부 격차 문제’와 ‘이행되지 않은 정치개혁’ 요구가 분출된 1989년 천안문 항쟁을 인민해방군 탱크를 동원해서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그리고 중국 전체를 혼란으로 내몰았던 문화대혁명을 ‘십년동란’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서 천안문 항쟁을 ‘1989년 동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매년 항쟁이 일어난 6월 4일마다 천안문 주변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그럼에도 천안문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의 미명하에 국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와중에도, 심한 빈부격차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알리려는 중국 민중들의 시도가 많았다.

이번 사고를 취재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위구르족들이 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2009년에도 천안문 광장 근처의 장안대로와 왕푸징 교차로에서 ‘개인 탄원’을 하러 베이징에 올라온 주민 3명이 그들이 탄 차에 불을 지르면서 시위를 했다. 심지어 올해 초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는 2005년 경찰에 의해서 불구가 된 장애인이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직접 제작한 폭탄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앞서 1989년 천안문 항쟁 때도 소수민족이었던 위구르족 학생 우어카이도 항쟁의 주요 지도자였다. 천안문 항쟁에 연대하기 위해 신장위구르지역 학생들이 주도한 지지 시위가, 신장위구르족의 자결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로 발전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노동운동은 혼다 공장 투쟁 승리에서 보듯, 1989년 천안문 항쟁 진압 이후 긴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우칸 촌의 농민들이 현지 공산당 관료들이 자신들의 땅을 개발 명복으로 강제로 빼앗은 것에 대해 맞서 승리했고, 티베트족과 위구르족들도 열악한 조건에서도 중국 정부에 맞선 저항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런 한족 민중운동과 소수민족의 저항운동이 중국 정부라는 서로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음을 깨닫고 함께 맞선다면, 10월 28일에 있었던 신장위구르족 주민들의 차량 폭발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비극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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