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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의료 민영화에 전면적 저항으로 맞서야

박근혜 정부가 드디어 전면적 의료 민영화 조처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이 중 보건의료 분야 대책(이하 보건의료투자대책)을 통해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영리 자회사로 허용하는 것, 병원 인수합병 허용, 약국 영리법인 허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 신의료기술평가와 신약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까지 포함했고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부대사업 범위 전면 확대와 영리자회사 허용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은 지금도 많다. 그런데 이번에 확대한다는 부대사업은 그야말로 병원이나 사람의 몸과 연관된 모든 사업이라 할 만하다.

병원 임대업, 의료기기 개발과 구매, 의료용구 개발·판매·임대업, 바이오 연구개발과 응용, 의약품 개발 등 환자 치료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은 당연히 포함됐고, 여기에 건강식품·건강보조식품·화장품 개발·임대·판매는 물론이며 온천장, 목욕탕, 헬스클럽에 호텔까지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헬스케어’ 연관 산업의 모든 사업 항목이 다 들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을 포괄하는 병원 자회사를 주식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병원의 자회사가 돈을 벌어 오기 때문에 병원의 경영 상태가 정상화돼 병원 진료가 정상화된다면서 의료비는 안 오를 것처럼 말한다.

영리 자회사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사실상 병원의 영리 추구를 부추길 것이다. ⓒ레프트21

그러나 여기서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은 ‘병원 자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다. 병원 자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바로 병원 임대료를 높게 받고 의료기기, 즉 CT나 엠알아이 같은 고가 진단 치료장비를 병원에 비싸게 빌려 주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 임대료와 의료기기 임대료, 의료용구가 비싸지면 당장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고가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비는 더 비싸지고 보험이 적용되는 진단과 치료 기계도 더 많이 돌려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의료용구까지 판다니 별별 의료용구를 다 써야 할 판이다. 한마디로 의료비가 올라야 병원 자회사들이 돈을 번다.

바이오 연구개발 응용 및 의약품 개발까지 자회사에 허용되고 여기에 1년이 걸리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비용 대비 효과를 검증하는 신의료기술평가나 신약허가절차까지 건너뛰겠다니 줄기세포니 바이오 치료니 하는 이 모든 ‘신의료기술’과 신약에 의한 치료, 아니 임상실험도 비싼 값을 치르고 받아야 할 판이다.

이것만으로도 큰일이다. 그런데 병원 자회사에 건강식품·화장품도 포함되니 병원에서 약자 입장일 수밖에 없는 환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건강식품과 화장품을 사야 할 것이다. 온천장과 헬스클럽이 있으니 수(水)치료, 아로마쎄라피, 운동치료 등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치료도 모두 해야 한다. 이것도 환자들에게는 모두 치료 비용 즉 의료비 증가다. 한마디로 자회사가 돈을 버는 대상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이고 환자에게는 의료비가 증가된다.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과 기업 체인 영리병원의 탄생

여기에 지금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던 의료법인들의 인수합병이 허용된다. 언론 보도를 보면 병원협회가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복지부에 건의한 바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병원계는 환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이 해산하면 그 자산은 국가로 귀속됐다. 따라서 “병원 설립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던 의료법인 대표들로서는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채 국가에 재산을 헌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파산하거나 음성적 거래를 하였으나 … 이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병원협회관계자). 의료법인의 자산 가치가 책정되고 병원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고 여기에 자회사를 통한 투자로 대기업 체인형 영리병원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인수합병에 따르는 구조조정 즉, 노동자 정리해고가 쉽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

정부는 지금 철도 민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 ‘의료 민영화’를 치면 정부 사이트가 가장 먼저 뜬다.

첫 번째 거짓말은 이번 조처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 병원의 94퍼센트가 사립병원이어서 이미 민영 시스템인데 무슨 의료 민영화냐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병원의 94퍼센트가 사립이기 때문에(병상수로는 약 90퍼센트) 사립병원에 대한 정부의 공적 규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 규제가 바로 법인병원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만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비영리병원들을 사실상 영리병원으로 전환하게 해 주는 것은 병원에 대한 정부의 공공적 통제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 기능을 포기하고 이를 기업에게 넘겨주는 것이 민영화의 정의다.

또 하나 거짓말.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유지되니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비 상승률은 OECD 최고다. 여기에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해서 의료비를 더욱 높이겠다는데 과연 건강보험 재정이 버틸 수 있을까. 한국의 건강보험은 현재 전체 의료비의 55퍼센트만 부담해 줄 뿐이다. 80퍼센트 이상의 가구가 민영의료보험 한두 개씩은 가입한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의료비가 더 올라가면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더 떨어진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유지되도 건강보험이 해 주는 게 없으면 이를 건강보험의 붕괴라고 부른다. 멕시코가 그렇다.

정부의 거짓말은 끝이 없다. 앞서 말했지만 정부는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병원의 경영을 정상화하면 진료 내용이 정상화된다고 한다. 즉 의료비는 덜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영리 자회사로 허용하면 수익 추구 때문에 의료비는 올라간다. 사실상의 영리병원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의료비를 환자 1인당 약 20퍼센트 더 받는다. 미국까지 갈 것도 없다.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개인병원의 10~30퍼센트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면 의료비가 연 1.3조~4조 원 상승한다(병상수 3.4~10.2퍼센트). 또한 개인병원의 20퍼센트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면 66~92개의 지역병원이 문을 닫는다(도시집중화).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 허용 방침은 정부 말대로 ‘90퍼센트 사립병원’ 모두에 대한 것이다. 병상수 10퍼센트가 영리병원화되면 의료비가 4조 원이 더 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보고서였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 정부의 영리병원화는 모든 법인병원과 앞으로 법인병원화될 개인병원, 심지어 국립병원에도 해당한다. 의료비 ‘폭등’은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는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병원이 돈을 버는 것은 환자에게 돈을 더 받거나 병원 노동자에게 돈을 덜 주는 두 가지 방법 외에 없다. 병원이 영리화되면 이 두 가지를 다 한다. 당장 미국에서 비영리병원이 영리화된 경우 2년 사이에 고참 직원들 특히 간호직을 해고시켰다. 영리병원은 의료 인력이 줄어들어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도 높고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거짓말도 있다. 그러나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서 파산하는 병원의 합병으로 재산 보전의 길을 열어준다면서 일자리 창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당장 병원의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정리해고가 줄을 이을 것이다.

또 부대사업에 고용된 직원들의 문제도 있다. 직영 식당이나 직영 주차장에 고용돼 있던 직원들은 이제 자회사의 계약직이나 파견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대안

마지막으로 그래도 병원이 살아야 환자도 살고 노동자도 산다는 거짓말이 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졌으니 병원은 살리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 병원 수익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병원의 과잉 투자 때문이다. OECD 32개국 중 2000년 이후 인구당 병상수가 늘어난 국가는 한국 하나이고 그 증가율도 10여 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 병상수가 OECD 평균의 2배가 넘게 됐다. 이렇게 병상수가 늘었는데도 지금까지 병원 수익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러다 2008년 이후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 병원 수익이 줄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줄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병원 살림살이가 어려워질 정도면 국민들 살림살이는 어땠을까? 건강보험이 2년째 흑자가 나서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11조 원이나 남았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을 정도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것이다.

“2013년 건강보험 재정은 11조 원의 흑자를 남겼다. 이 돈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병원들을 인수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임수현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병원 살림살이를 위해 국민들의 주머니를 더 털겠다는 정책이다. 또 병원들을 재벌들이 사도록 해 전국적으로 체인화하자는 정책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이 11조 원이나 남았는데 이 돈으로 국가가 경영이 악화된 병원을 사버리면 안 될까? 또 국민들이 병원에 더 갈 수 있도록 의료비를 더 깎아 주면 안 될까? 11조 원 중에 반은 병원을 사고 반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 당장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런 간단한 방법을 둔 채 병원을 영리병원화해서 국민들 주머니를 더 털어가는 의료 민영화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리약국도 추진하고 있으니 약값도 인상될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영리 자회사 방안은 2006~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선보였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의료법 전부개정안으로 추진되다가 촛불운동에 의해 좌절된 방안이다. 2010년에도 이와 비슷한 의료법 개정안이 좌절된 적이 있다. 2006~10년에는 자회사를 병원 경영지원회사(MSO)라고 불렀다는 점이 지금과 다를 뿐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꼴통 우파 정권답게 이 의료 민영화 정책을 법 개정도 없이 행정부 가이드라인으로 그냥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철도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 맞서려면 우리도 더 큰 저항으로 맞서야 한다. 민영화에 맞선 철도 노동자의 파업과 마찬가지로 병원 노동자와 사회보험 노동자들이 맞서야 하고 국민들도 전국적으로 모두 맞서야 한다. 의료까지 민영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깡패짓에 맞서 노동자와 민중의 전면적 저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