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파업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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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철도 파업은 23일 동안 지속하며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한 철도 노동자가 〈레프트21〉에 말했듯이, 철도 파업은 “이명박 정부 4년과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눌려 왔던 [철도 노동자들 사이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그 파업은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있다. 1월과 2월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2월 25일로 파업을 예정해 놓고 있다.
철도 파업은 다른 사회 세력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대학생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운동을 벌이며 철도 파업을 지지했다. 한홍구 교수 등 저명한 진보 지식인들은 “단절된 노동계와의 고리를 복원해 함께 싸워 나가”기 위해 ‘손배 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노동자 파업의 고유한 힘에 주목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사태 발전을 크게 환영한다.
한때 진보진영에서조차 파업은 낡은 방식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성취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 만큼 정부와 사용자들은 파업을 극도로 비난하고 탄압한다. 철도 파업 때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언론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도 파업의 힘을 우려해서다.
파업은 왜 일어나는가
노동자들은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야 한다. 그래서 임금, 노동시간, 고용 안정 등 노동 조건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자기 가족에게 충분한 음식을 먹이고, 좁지 않고 쾌적한 주거 공간에서 살게 하고, 말끔한 옷을 입히기 위해 되도록 많은 임금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그들은 이윤을 얻으려고 자본을 투자한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노동자 임금으로 들어간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얻는다. 임금이 낮으면 낮을수록 사용자들의 이윤은 커진다. 따라서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에는 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 시간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한다.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 생활을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다르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여가 생활을 빈둥빈둥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갈등의 세 번째 기본 쟁점은 고용 안정이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자신의 이윤이 충분히 보장될 때만 노동자들을 고용하려 한다. 그들은 때때로 더 적은 노동자가 필요한 작업 방식이나 새 기술을 도입한다. 또, 불황 때나 임금 인상으로 자신의 이윤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인력을 감축하거나, 공장 문을 닫거나, 때로는 다른 나라로 사업을 이전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실직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이런 대립과 갈등은 생산수단(기계·설비류와 원자재 등)을 지배하는 기업주들과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로 사회가 분단돼 있는 한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그래서 파업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운동이다. 노동운동의 역사가 파업의 역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파업은 탐욕스러운 집단 이기주의 행동도, ‘불순 세력이 사주·획책’하는 행동도, 비정상성을 대표하는 낡은 관행도 아니다. 파업과 그 밖의 노동쟁의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 특징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파업의 효과
파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핵심 수단이다. 만약 노동자들에게 파업할 힘이 없다면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장기판의 졸로도 안 볼 것이다.
파업은 다른 어떤 노동쟁의 방법보다 효과가 크다. 그 이유는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파업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단지 금전적 손실 때문만은 아니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더는 고분고분한 임금 노예로 있기를 거부하고, 자신감을 갖고, 단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철도 노동자는 〈레프트21〉에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의 의식 변화도 성과이고, 지금 조합원들의 사기도 괜찮다.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누르려고 하는데, 이에 전혀 굴하지 않고 활기가 있다.”
물론 파업이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파업은 엄하고 힘든 경험이다. 또한, 파업 참가자들은 임금 손실로 적어도 어느 정도는 희생과 곤경을 겪는다. 그래서 엥겔스는 이렇게 말했다. “빈곤을 체득하고 있는 노동자가 처자와 떨어져서 몇 달씩이나 기아와 빈곤을 참아내고 확고부동하게 대열을 이탈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에도 파업은 사용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이다. 임금을 삭감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려는 사용자들의 시도에 파업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고용이 개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파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을 성취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이익에 충분히 보탬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의식을 급속하게 변화시킨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적어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자신이 생기게 된다.
엥겔스는 파업에 깊은 관심을 보인 최초의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당시에 노동조합과 파업을 무시하는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프루동에 맞서 파업의 의의를 적극 주장했다. “파업은 산업 프롤레타리아의 훈련장이며, 불가피하게 다가오고 있는 대전투를 그들에게 준비시킨다. 파업은 일단의 노동자가 노동계급의 대의를 고수하겠다는 선언이다.”(《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한 철도 노동자도 비슷한 말을 〈레프트21〉에 전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그 어떤 노동 강의보다도 훌륭한 교육을 받은 셈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눈을 뜨게 한다. 평소에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노동 강도나 노동 시간 등에서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내하도록 강요받는다. 노동자들은 이런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생각은 바뀐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조직할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기업주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다른지, 언론과 정부의 구실이 무엇인지, 또한 사회가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들을 깨닫게 된다. 노동자들은 또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오래된 편견들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레닌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파업은 사회주의적 개념을, 즉 자본의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하기 위한 전체 노동계급의 투쟁이라는 생각을 노동자들의 마음 속에 강력하게 불러일으킨다.”
파업은 파업 참가자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파업은 다른 직장으로 투쟁을 확산시키는 연대의 초점이 된다. 철도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노동자들이 파업 지지 기금을 모았고, 화물 노동자들이 대체 수송을 거부(블래킹)했으며, 민주노총은 12월 28일에 하루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고, 2월 말에 민주노총 파업에 이르기까지 다른 노동자들의 일부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자본가들이 파업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