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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드러난 여성 노동자의 현실

‘여성 대통령 시대’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조금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106주년 3·8 여성노동자대회 공동기획단’이 주최한 ‘3·8 여성노동자대회’와 ‘시간제 일자리 문제점과 현실’ 토론회 및 증언대회(이하 증언대회)에서 발언한 여성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등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57.5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남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7.2퍼센트, 2013년 기준). 또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3.5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통계상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 기간제법이 제정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화한 결과”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 형태 중에서 간접고용이나 단시간 근로가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내에서의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사용자들이 기간제 비정규직을 고용한 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의 법망을 피해가려고 2년이 되기 직전에 해고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간호사 노동자들도 ‘3·8 여성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임신을 이유로 해고한 병원을 규탄했다. 보라매병원에서 수술실 비정규직 간호사로 일해 온 강제라 씨는 2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리라 기대했지만, 2년 재계약을 앞두고 1년 9개월 만에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해고됐을 때 그는 임신 14주차였다. 보라매병원 측은 강 씨가 낮은 근무 평점을 받았다면서 해고를 정당화하지만, 강 씨는 “평가에 참여한 동료가 [병원 측으로부터] 점수를 낮게 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라매병원이 시립 병원인데도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인 또 다른 사업장인 다산콜센터의 노동자들에게도 규탄의 대상이 돼 왔다. ‘3·8 여성노동자대회’에서 김영아 서울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그동안 노조의 직고용 요구를 회피해 왔던 서울시가 이번에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통역 상담사를 모두 해고하고 해당 서비스를 없애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막나가는 여성 대통령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 ⓒ이윤선

시간제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 시간제 노동자들은 월 평균 임금이 65만 원밖에 안되고,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가 전체의 66.3퍼센트다. 이런 시간제 일자리의 73퍼센트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증언대회에서 여러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기 위한 방편일 뿐이고, 여성들에게 강요된 것이었음을 보여 줬다.

김진숙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은 홈플러스가 법정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연장근무를 시키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7.5시간 계약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업무시간이 8시간을 훌쩍 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계산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4.5시간, 5.5시간, 6.5시간 계약을 강요했다. 이런 차별적 계약시간은 월 10만~20만 원 남짓의 월급 차로 이어져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단체협상을 통해 30분 단위 계약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5, 6, 7 시간 계약을 강요하고 있어, 8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 문제는 여전하다. 김 본부장은 “마트 노동자의 대다수는 40~50대 생계형 노동자들”이라면서 “시간제 일자리는 그야말로 일한 시간만큼 월급이 나오는 것인데, 어떤 생계형 노동자가 짧게 일하고 적은 월급을 받길 원하겠느냐” 하고 말했다.

경북 칠곡에 있는 한 초등 돌봄교실 전담교사도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계약을 강요당했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시간 쪼개기, 요일 쪼개기, 이중 계약 등 편법적 계약 형태”가 난무했다.

돌봄전담사들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자 학교 측은 “실업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고 했다. 학교와 3~12월만 계약해서 1, 2월은 수입이 없기 때문에 그때 실업급여를 받았던 것이 무기계약 전환을 막는 이유가 됐던 것이다. 심지어 학교 측은 “돌봄 교사 일은 무료 봉사로 생각해야지 직장으로 생각하지 말라”라면서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었다.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는 예술 강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예술 강사들은 한 시간을 수업하려면 준비를 하고 수업 후에는 수업일지를 작성해 그것을 통합운영시스템을 통해 보고해야 하는데도, 수업 준비와 마무리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 시간치 수당만 받고 있다. 예술 강사들도 “주당 15시간 미만만 수업하라는 부당한 근로지침”을 강요당했다.

이마저도 1, 2월에는 수업이 없어서 사실상 실업 상태가 되는데, 얼마 전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에서 사망한 직원도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참사를 당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 경력 단절 해결” 운운하며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지만, 이것은 육아와 가정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것뿐이다. 진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여러 여성 노동자들이 증언하듯이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일할 수만 있다면 정규직의 안정적 일자리를 원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 정책은 결국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저질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운동이 시간제 일자리 보완을 넘어 도입 자체를 유보 없이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남성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비정규직 확대 정책, 보육 책임 여성 전가로 여성 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에 맞서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할 뿐 아니라, 조직 노동계급이 고유의 강력한 잠재력을 발휘해 여성 차별 반대 투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