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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경제 위기의 책임을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박근혜 정부가 반(反)노동자 정책의 종합판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제1과제로 ‘공공부문 개혁’을 꼽았다. ‘공공부문 정상화’ 계획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성장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 신흥공업국 위기 등 불안한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서 “공기업 부채 등 향후 재정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공공부문의 재정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것은 공공부문부터 본보기로 공격해 노동계급 전체로 고통전가를 확대하려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도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공공부문 공격을 추진해 공공기관 통폐합과 인력감축, 공공기관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격 등을 했다. 그러나 민영화를 대거 밀어붙이진 못했고, 2009년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동원해 4대강 사업 같은 돈 풀기를 해야 했다.

박근혜식 ‘정상화’를 막아라 2월 27일 양대노총 공공기관노조 대표자 대회. ⓒ이미진

박근혜는 철도 민영화 등 전임 정부가 미처 다하지 못한 공격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정통 우파답게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시키려 한다. 공공기관을 동원한 돈 풀기를 자제하고 오히려 긴축 방향에 서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박근혜의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은 해외 친기업 경제지들과 투자은행들의 칭찬을 받았다. “대규모 통화부양책에 앞서 구조 개혁을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서 아베노믹스와도 대조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긴축이 경제를 살린 일은 근래 없다.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현재로서는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며 부채 감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공격이 매우 집요하고 공세적일 것임을 뜻한다.

‘정상화’의 본질

정부는 각 공공기관들이 1월 말에 제출한 계획을 검토한 후 실행 계획을 확정했다. 이미 각 기관들이 낸 계획 자체가 지난해 제출된 ‘중장기재무관리계획’보다 40조 원가량이나 더 줄이는 방안이었는데도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철도공사 등 5개 기관의 계획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놨다.

위선적이게도, 노동자들에게는 “뼈를 깎는 각오”를 하라면서, 정작 ‘낙하산’ 기관장 방지책은 빠졌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펴낸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을 보면, 이미 공공기관에 포진한 친박 인사가 1백14명이나 된다.

정부가 확정한 ‘정상화’ 실행 계획을 보면 그 진정한 목적을 알 수 있다. 첫째, ‘정상화’는 민영화 확대 정책이다. “기업 분할, 자회사 신설 등을 통해 공공기관 간 경쟁 체제 도입”을 주요 목표로 삼은 것만 봐도 박근혜가 철도 분할 민영화 모델을 확대할 작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부채 감축의 주된 방식으로 제시된 ‘사업 조정’의 주요 내용에는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도 민영화로 연결될 수 있다. 가령, 발전 공기업들은 건설 예정인 발전소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 한다. 민간 지분 확대는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매각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매각 등 ‘자산 매각’ 방식도 민영화로 직결될 것이다.

둘째, 공공서비스 축소 계획이다. 부채를 줄이라는 정부의 압박 속에 LH,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등은 임대주택, 풍력발전, 도로 등의 건설 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계획을 내놨다.

셋째, 공공요금 인상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은 이번 ‘정상화’ 계획안에 전기·도로·철도·수도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기재부는 일단 요금 인상 계획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앞으로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며 여지를 남겼다. 부채를 줄이라는 정부의 엄청난 압박 자체가 지속적인 요금 인상의 유혹을 낳을 것이다.

재벌 특혜 의혹도 있다. 공공기관 부지나 사업들이 한꺼번에 매각 대상이 되면, 재벌들만 알짜 공공재산을 헐값에 가져가는 특혜를 누릴 것이다.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매각도 삼성을 위한 특혜라는 의혹이 있다.

지금 정부가 가장 호들갑 떨며 비난하는 것은 바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비다. 복리후생비를 삭감하려고 단체협약을 개악하려 하고, 이에 따르는 저항을 막기 위해 구조조정 시 노동조합의 동의권 같은 기본적인 노동조합 권리를 공격하려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엄청난 특혜를 누려서 공공부문 부채가 늘어난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순전한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빚이 엄청나게 늘어난 이유는 모두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공기관들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빚더미 인천공항철도 인수, 보금자리 주택 건설, 해외 자원 개발, 부실 저축은행 정리 등이 바로 부채 급증의 핵심 이유다.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부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이번에 “과도”하다고 지적된 복리후생비를 다 모아 봤자 1천6백억 원가량으로, 중점관리기관의 총 부채 4백11조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약 0.036퍼센트밖에 안 된다.

사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계속 삭감됐다. 정부가 ‘정상화’ 대책의 본보기로 여기는 철도공사의 경우, 이미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비가 많이 삭감돼 이번 ‘정상화’ 계획에서는 겨우 1인당 2만 원밖에 깎을 게 없는 지경이었다. ‘방만경영기관’으로 선정된 가스기술공사의 경우에도,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워낙 낮아 복리후생비로 보전받아야 했을 뿐이다. 기재부도 이 점을 인정했다.

정부는 ‘공무원 수준으로 복리후생비를 줄이라’고 말하지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일반직 공무원 평균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은 공무원 평균보다 낮게 받고 있다(공공운수노조·연맹 자료).

이간질과 각개 격파에 잘 맞서야

설사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공무원이나 민간 부문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복리후생 혜택을 누린다 해도 이것이 비난받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정부가 말하는 ‘8대 방만경영’의 사례에는 유급 휴직, 보육·교육비, 의료비, 경조사비처럼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와 다음 세대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비용들이 주로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급여를 보전해 주는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육아로 인한 여성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권장돼야 할 제도다. 육아휴직급여를 공격하는 것은 박근혜가 말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입발림 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정부는 초·중·고 자녀 학비 전액 지원이나 일부 기관들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 지원도 문제 삼지만, 이것도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돼야 한다. 순직한 직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것도 유가족의 막막한 생계를 고려한다면 마땅한 것이고, 부상이나 사망으로 인한 퇴직 시 퇴직금 가산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필요한 것이다.

공공기관, 공무원, 민간부문 노동자들이 서로 더 낮은 기준으로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들을 잘 방어해야,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근혜가 민간부문 단협까지 공격하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공공부문 공격의 칼 끝은 단지 공공부문 노동자들만 겨냥하고 있지 않다. 그리스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가 벌어진 수많은 나라들의 사례들에서도 공공부문에 대한 우선 공격은 민간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는 지렛대가 돼 왔다.

그리고 ‘정상화’ 대책이 민영화와 공공서비스 후퇴를 포함한 정책이므로, 이것을 막는 것이 노동계급 전체에게 이익이기도 하다.

정부의 공공부문 공격에 맞서는 데서 가장 중요한 동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 자신의 작업장 투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처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 반대를 ‘이기주의적’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의 각개격파 시도에도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가 빈 깡통이 되자, 국회 노사정 소위를 노사정위로 가는 징검다리로 만들어 한국노총을 붙잡아 두려 하는 등 각개격파 시도를 하려 한다. 또, 정상화 이행 실적을 경영평가 점수로 매겨, 실적이 좋은 곳은 인센티브를 주고, 저항하는 곳은 성과급을 제한하고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이간책을 내놨다.

△공공부문 공격에 공동대응을 시작한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 ⓒ이미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공공부문 공격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공동대응을 시작했다. ‘정상화’ 대책의 수단으로 전락한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교섭을 양대노총 공대위에 위임하고 개별 협상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2월 27일 열린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대회는 공공기관 중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 대부분 참석해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3월 22일에는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때마침 최근 정부의 무리한 ‘정상화’ 계획 추진 때문에 올해 선임한 경영평가단 일부가 줄줄이 사퇴하는 유례 없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부가 평가단원들에게 기존 평가지표 외에 ‘8대 방만경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하라고 압박하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점검반’의 의견까지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무리수를 두자, 평가팀장 한 명과 팀원들이 ‘이번 경영평가 목적이 노조 때리기냐’고 항의하며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무리수가 낳은 이런 균열을 활용하고, 22일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올해 벌어질 공공부문 공격에 맞선 투쟁에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식 가짜 정상화 분쇄를 위한

공공노동자 결의대회

3월 22일 (토) 오후 2시, 서울 시청 광장

주최 :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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