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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크림반도 사태에 관한 국제사회주의경향(IST) 성명:
서방에도 러시아에도 반대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제국주의 전쟁 놀음을 중단하라

다음은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이 3월 9일에 발표한 성명서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최근 갈등을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는 앞서 폴란드 IST 단체 ‘노동자민주주의’의 안드레이 제브로프스키의 글을 웹사이트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위장복을 입은 러시아 군인들이 크림반도 거리에 나타나고 이에 서방과 새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 위기에 내몰렸다.

미국도 이에 대응하며 전투기와 군인들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을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을 뿐 아니라 1962년 10월 쿠바 해상봉쇄와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등 자신의 ‘앞마당’에서 온갖 포악질을 저질렀다.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의 충돌에서 우리는 누구도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나토든 유럽연합이든 서방의 어느 국가라도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동시에 우리는 러시아가 개입하는 것도 반대한다.

제국주의 열강은 현 위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앞날을 각자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바꾸려 한다. 러시아는 야누코비치를 후원해 왔고, 서방 정치인들은 마이단[우크라이나 키예프 소재 광장] 점거 운동에 직접 개입했다.

미국도 러시아도 전쟁을 벌이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전쟁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진보적 제국주의는 없다

현대의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는 선진 자본주의 열강이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체제를 말한다.

전쟁과 사회 불평등에 심각하게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서방과 러시아 중 더 진보적으로 보이는 한 쪽을 지지하는 데로 이끌리고 있다. 서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로 유럽연합의 ‘현대화’라는 가면을 근거로 들고 있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옛 소련을 사회주의로 보는 사람들이다.

즉, 어떤 사람들은 서방만을 제국주의로 보고, 다른 사람들은 러시아만을 제국주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 견해에 모두 반대한다. 물론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국제주의적 구호는 현재 상황에도 적용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 지배계급과 충돌을 벌이는 다른 제국주의 열강에 진보적 색깔을 입혀서는 안 된다.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전통을 지키는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서방도 러시아(소련)도 아니다” 하는 구호는 냉전 시기에 사회주의자들이 진정한 사회주의 전통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 이 구호는 현재 상황에도 매우 적합하다.

두 종류의 민족주의

현재 크게 두 종류의 민족주의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두 민족주의는 각각 서방 열강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가장 강력한 반(反)러시아 민족주의는 그 뿌리가 깊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했지만 [그 뒤로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했다. 소련 시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억압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억압 역사는 20세기 전반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훨씬 더 오래됐다.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타타르족(크림반도 인구의 12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에 대한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타타르족은 1944년에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쫓겨났다. 그들이 대규모로 귀향하기 시작한 지 이제 몇십 년 되지 않았다.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을 미화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다른 한편, 러시아어 사용자 수백만 명은 자신을 러시아인으로 여긴다. 야누코비치 퇴진 이후에 들어선 새 우크라이나 정부가 맨 먼저 한 일 하나는 러시아어를 공용어에서 제외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중적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서부에서는 우크라이나 깃발이, 동부에서는 러시아 깃발이 휘날리는 광경은, 두 민족주의의 위세를 보여 주는 동시에 그것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노동자들도 동서로 분열돼 있음을 보여 준다.

우크라이나 노동계급의 두 적들.

푸틴은 반(反)파시즘 세력이 아니다

사회 변화를 바라고 민주주의 확장을 염원하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새 정부에 파시스트들이 장관으로 임명된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파시스트들이 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마이단 점거 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덕분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좌파가 오랫동안 취약했고, 조직 좌파가 항의 운동 속에서 성장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누코비치의 퇴진을 “파시스트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것은 러시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이다. 야누코비치가 몰락한 진정한 이유는 대중적 항의 운동이 일어나고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지며 1백 명가량 사망하는 가운데 이전까지 그를 지지한 올리가르히[소련 붕괴 후 시장 자본주의로 전환할 때 부와 함께 막대한 정치 권력을 누린 소집단]의 일부가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 파시스트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푸틴이 파시즘에 맞서 싸운다고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시각도 없다. 러시아 국내에서 푸틴은 극우 정치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를 적극 활용하고 파시스트 단체들의 활동을 눈감아 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좌파가 취약한 가운데 진행돼 온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개입은 파시즘을 비롯해 온갖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서방은 우크라이나 새 정부를 지지하면서 거기에 파시스트가 섞여 있다는 사실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서방 정치인들은 마이단 점거 운동에서 파시스트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연단에 설 태세가 돼 있었다.

노동자들을 향한 공격과 반격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자국 올리가르히들의 공격을 받아 생활수준이 떨어진 것에 이어, 이제는 제국주의 열강이 가하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이 발표한 1백10억 유로에 달하는 지원 방안은 우크라이나가 IMF와 협약을 맺고 그에 따라 긴축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러시아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을 통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할인해 주던 천연가스 가격을 4월 1일부터 올려 받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마이단 점거 운동과 동부의 친러시아 시위 모두에서 올리가르히의 지배에 반대하는 광범한 정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 때문에 노동자·빈민들은 올리가르히에 맞서 단결하지 못하고 분열해 있다.

미래를 위한 최상의 대안은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모든 올리가르히에 맞서 항의 운동과 파업을 벌이고, 제국주의 전쟁 놀음을 지지하는 모든 민족주의를 뛰어넘는 것이다. 마이단 운동이 보여준 야누코비치를 향한 분노는 빈곤과 긴축, 민영화에 대한 반대에서 비롯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올리가르히, IMF-EU, 모스크바 모두 이를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강요해 왔다.

지금 당장은 이런 전망이 요원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원한 때문에 4백만 명도 안 되는 인구 중 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던 보스니아에서 최근에 노동계급이 그런 민족주의 분열을 적극적으로 뛰어넘어 투쟁을 벌인 것을 보면 그런 단결은 가능하다. 유럽의 좌파가 제국주의의 개입과 긴축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좌파가 대안으로 성장하는 것에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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