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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국민전선이 큰 성공을 거둔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 건설이 시급하다

3월 23일에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성공이다.

프랑스 내무부의 1차 투표 예비 집계 결과를 보면 FN은 4.7퍼센트를 득표했다. 2012년 대선 때 FN이 17.9퍼센트를 득표한 것에 견주면 4.7퍼센트의 득표율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FN이 2008년 지방선거에서 0.9퍼센트를 득표한 것에 견주면 엄청난 성장이다. FN이 전체 선거구 3만 6천 곳 가운데 5백96곳에만 후보를 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FN의 한 후보는 한때 사회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북부 공업 도시 에낭 보몽에서 절반 이상을 득표해 시장으로 확정됐다. FN은 아비뇽, 페르피냥, 베지에 같은 중소 도시 예닐곱 곳에서도 선두를 차지했다. FN은 1995년 선거에서 시장 네 명을 배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는데, 이번에는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1차 투표 결과 FN은 이미 지방의원 4백73석을 확보했고, 2백 곳 이상의 선거구에서 결선 투표(3월 30일)에 진출해 3백 석 정도를 더 확보할 듯하다. FN은 2012년 대선에서 약진한 후 지난해 브리뇰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FN은 여세를 몰아 5월에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이런 선거적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거리 운동을 건설하려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수혜를 입은 또 다른 곳은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이하 UMP)이다. UMP는 1차 투표에서 46.5퍼센트를 득표해 37.7퍼센트를 득표한 사회당(이하 PS)을 크게 앞섰다. UMP는 2008년에 PS에 빼앗긴 몇몇 중요한 도시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직선제가 아니라 시의원이 간선제로 선출하는 프랑스의 선거 제도 덕분에 PS는 파리 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1차 투표에서 PS의 후보 안 이달고는 UMP의 후보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에게 패배했다. 그 밖에도 PS의 성적은 예상보다 나빴다.

PS의 올랑드는 2012년 대선에서 강력한 반긴축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었다. 올랑드는 부유세 도입 등 진보적 사회 개혁을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위기 심화로 대중의 삶이 악화하는 가운데 긴축을 추진했다. 대표 사례가 올해 1월에 제안한 “책임 협약”이다. 이 제안에 따르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주들은 2017년까지 사회보장 부담금을 자그마치 3백억 유로(약 44조 2천억 원)나 감면받는다. 책임 협약에는 복지비 지출을 2백억 유로(약 29조 4천억 원) 삭감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 올랑드는 집권 2년도 안 돼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됐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그동안 대중의 염원을 배신해 온 PS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

배신

PS 정부의 배신에 항의하는 시위나 파업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조 지도자들은 “우리의” 대통령에게 강하게 도전하는 것을 꺼려 왔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강했던 프랑스 노동자 운동이 2010년 크게 분출한 이후로는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쉽게도 PS 정부에 대한 만만찮은 도전은 주로 오른쪽에서 왔다. 예를 들어, 우파들은 올해 1~2월에 최대 1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여성 동성애자 부부를 위한 인공수정 지원책 등이 담긴 가족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였다. PS 정부는 이 우파 시위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한편, 2012년 대선에서 거의 4백만 표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좌파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분열하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좌파전선 내 최대 조직인 공산당(PCF)은 몇몇 지역에서 PS와 연합했다가 동반 몰락했다. 좌파전선 내 다른 조직들은 반자본주의신당(NPA) 같은 극좌파 정당과 동맹을 맺었다.

PS는 결선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승리를 저지하자며 UMP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생질에서는 결선 투표에서 UMP와 FN이 맞붙도록 PS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UMP는 PS와의 제휴를 거절했다.

FN은 파시스트 정당이다. 파시스트가 몇몇 나라에서 집권했던 20세기 초 역사를 보건대, FN이 더 성장해 집권한다면 민주주의 일체를 분쇄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FN의 성장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생질 사태에서 보았듯이, UMP 같은 우파와 손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UMP는 우파를 결집시키려 하며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는데, 이런 UMP와 동맹을 맺는 것은 인종차별적 사상의 영향력만 키워줄 것이다. 그리고 주류 정치권이 강화해 온 인종차별 정서는 FN이 성장하는 좋은 토양이 됐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FN의 약점도 일부 드러났다. 후보자 선발에 애를 먹은 것이다. 예컨대, 한 곳에서는 FN이 후보자 명단을 허위로 작성해 후보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다. 아직 지역사회에 내린 뿌리가 깊지는 않은 듯하다. 좌파는 FN의 이런 약점을 활용해 반파시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로마인 학생 추방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운동, 반파시즘 활동가 클레망 메리크가 파시스트에게 살해당한 후 일어난 대규모 반파시즘 시위, 성소수자 권리 옹호 운동 등을 보면, 프랑스에서 반파시즘 운동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FN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보면,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의 건설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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