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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강제전출 철회 투쟁, 그리고 투사들의 과제

철도공사의 강제전출 강행에 현장조합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한 베테랑 선배·동료들이 하루아침에 타지에서 ‘초짜’로 강등되는 기가 막힌 일에 분개했다. 전출 대상 노동자들도 “청춘을 바쳐 일해 온 대가가 이것이냐”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부산 전기 조합원 조상만 동지의 죽음은 강제전출이 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문제임을 보여줬다.

3월 29일 ‘철도노동자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해 가두시위를 하는 노동자들 ⓒ이윤선

노동자들은 이번에 강제전출이 시작되면 사측은 언제라도 인사권을 앞세워 강제전출을 일삼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의 진정한 목적은 현장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올해 화물 운송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로 떼어내는 등 철도 분할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사측으로서는 현장 통제력 장악이 사활적이다.

이 때문에 현장조합원들은 곳곳에서 전면 혹은 부분 작업 거부, 휴일근무 거부, 농성, 단식 등으로 저항했다.

물론 사측은 현장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애초 목표인 5~10퍼센트(1천~2천여 명) 규모의 강제전출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특히 파업을 결의하며 강력히 반발했던 기관사와 차량 노동자들의 강제전출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했다. 사측도 온전히 목표를 성취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강제전출은 철도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또, 7월에 기관사와 차량 노동자들의 대규모 강제전출이 예고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강제전출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방본부장과 서울지역 지부장 수십 명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서울차량지부 조합원 둘이 수색역 구내 45미터 철탑에 올랐다. 서울기관차지부 전출 대상자 3명도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저항은 서울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투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돌아보기

그러나 적지 않은 현장조합원들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이번 강제전출의 물꼬 트기를 막을 수 있었다’며 뼈아픈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현장조합원들의 반발과 투지는 강력했고 파업까지 나아갈 뻔했다. 그러나 기층의 파업 결의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정적인 국면에서 투쟁을 전진시키는 데서 한계에 직면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3월 하순 기관사와 차량 직종의 파업 결의 이후 빠르게 투쟁 열기가 높아졌다. 노동자 수백 명이 삭발로 투쟁을 결의했고, 이 열기는 5천여 명이 모인 3월 29일 서울역 집회 때 절정에 달했다. 전기·열차 등 다른 직종으로도 투쟁이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밀려 사측은 ‘인력불균형 해소’ 차원의 전출과 역·시설·전기 분야의 강제전출을 즉시 시행하되, 가장 투쟁적인 기관사·차량 직종의 대규모 강제전출은 7월로 연기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책략이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노사협상의 노조측 대표는 이 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노사의 ‘협의 결과’에는 파업을 철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 협의 결과가 알려지자 현장조합원들 사이에 분노가 들끓었다. 결국 이 부적절한 ‘협의 결과’는 현장조합원들의 반발로 파기됐다. 현장 지부장들로 구성된 서울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신속하게 회의를 열어 ‘협의 결과’ 파기를 선언했고, 지방본부장들로 구성된 의장단회의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현장조합원들과 투사들이 강제한 중요한 사태 변화였다.

그러나 노사의 ‘협의 결과’가 현장조합원들에 의해 거부당했는데도, 중앙 지도부는 파업을 선언하지 않았다. 게다가 잘못된 합의로 드러난 중앙 지도부의 의중은 현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절정에 달했던 현장조합원들의 기세를 한풀 꺾는 효과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운전지부장들과 전국 차량지부장들은 파업 돌입을 재확인하고 실행 의지를 천명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최종 결정권을 다시금 위원장에게 위임하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렸다. 칼을 휘두르려는 쪽이 칼자루를 쥐어야 했는데 말이다.

결국 철도공사는 4월 4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강제전출 명단을 확정했다. 그러자 현장조합원들은 ‘4월 7일로 예정된 사측의 명단 발표를 막아야 한다’며 즉시 투쟁에 돌입했다.

5일 서울차량 조합원들이 전면 작업 거부에 돌입했고, 오후 들어 병점차량지부가 부분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 수도권 차량지부들도 하루 이틀 내로 작업 거부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기관차지부와 용산기관차지부는 조합원 총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했고, 조합원들이 단식까지 벌이며 위원장에게 ‘지명 파업’ 승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청량리와 부곡기관차지부도 파업 동참을 결의했다.

그러나 중앙 지도부는 이런 현장조합원들의 강력한 요구를 끝내 회피했다. 서울차량지부는 지도부의 ‘지명 파업’ 승인 약속을 받고 작업 거부를 풀었지만, 위원장은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제 상황은 더욱 분명해졌다. 중앙 지도부는 강제전출에 맞서 파업을 감행할 의사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조직력을 복원해야 한다며 당장 파업에 들어가기 어렵다거나, 힘을 비축해 화물 분리 때 파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측이 공세를 퍼붓는데도 투쟁하지 않는다면 노조 조직력을 보존하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싸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편이 공격에 나설 때 방어하지 않고 물러서면, 힘을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패배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구나 지금 벌어지는 공세를 막아내지 않고서는 하반기에 벌어질 물류 분리(민영화)에 맞서 강력하게 싸우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과제

그러면 중앙 지도부가 파업할 의사가 없을 때 현장 투사들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파업을 결의한 지부의 현장 간부들과 투사들은 지도부의 승인을 기다리지 말고 강제전출 명단 발표 전에 행동에 들어가야 했다.

서울차량지부의 작업 거부에 이어 기관차 지부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다른 지부들에게 파업 동참을 적극 설득하며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했다.

이를 위해 투사들은 지부와 직종을 넘어 투쟁위원회를 건설해 파업을 이끌어야 했다.

정면 충돌을 회피하려는 지도부를 거슬러 투쟁을 밀고 나가려면 매우 단호해야 했다.

이렇게 단호하게 파업에 돌입했다면 투쟁을 확대할 기회를 잡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을 성사시키고 강제전출을 막지 못했다 해서 절망해서는 안 된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교훈을 적용할 기회는 남아 있다.

ⓒ이미진

일부 투사들은 고공 농성이나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런 투쟁을 더 광범한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으로 확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최근 일부 차량지부들이 부분 작업 거부를 다시 시작됐다. 강제전출로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남아있는 노동자들에게 메우도록 사측이 임의로 작업을 재편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서울기관차지부는 강제전출 원상회복을 위해 다시 파업을 결의하자고 다른 기관차지부들에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측은 강제전출 강행의 기세를 몰아 현장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화물열차 1인승무 시범운행도 강행할 예정이다.

지금, 아직 건재한 현장조합원들의 힘을 동원하는 집단적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다가올 7월 강제전출을 중단시킬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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