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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사업 확대, 원격 의료 허용, 영리 자회사 가이드라인 발표 …: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을 더 강화할 때다

박근혜 정부가 의료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24일로 예정됐던 2차 의사 파업이 무산되자 이를 기회로 삼아 속전속결로 추진하려 하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는 의사협회 지도부와 합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의사협회 지도부와 합의한 ‘6개월 시범 사업 실시’는 단지 파업을 무산시키기 위한 시늉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애당초 합의문에 이 점이 모호하게 돼 있었지만 의사협회 지도부는 파업을 취소했다.

따라서 의사협회의 합의를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해 의료인으로서 책임을 다해 달라는 모든 이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편승하고 말았다”는 보건의료노조 등의 비판은 타당하다.

박근혜는 곧이어 3월 2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의료 민영화 관련 규제완화 조처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4월 3일에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갔고, 4월 4일에는 자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4월 안에 입법예고 하겠다고 선포했다. 4월 9일에는 영리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도 애초 계획인 6월보다 앞당겨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지 않고도 진료를 받고 간단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매달 병원에 가야 하는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등) 환자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혹은 산간벽지 등의 주민들을 고려하면 이런 필요는 쉽게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게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필요는 의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빌미일 뿐이다.

원격의료는 의료진을 직접 만나 진찰을 받고 치료받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 화면이나 몇몇 전자장비로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 위험을 낳는다. 원격으로 전송되는 단편적인 정보들은 대면 진료를 대체하기 어렵고, 원격 ‘치료’는 지금 수준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득보다 실이 많다. 정부가 의뢰해 3년 동안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원격의료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보건소나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의료 기능을 대폭 확대해 왕진이나 야간진료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법인세 감면을 철회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만 더 거두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IT기기와 의료기기 등을 집집마다 구입하도록 해 이런 필요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는 노인을 부양하고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겨, 삼성처럼 의료기기와 건강관리 서비스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따라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부대사업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시도도 의료 민영화의 일환이다. 현행법으로는 의료법인과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에만 매달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이 편법·불법으로 돈벌이에 매달린다. 그중 하나가 부대사업인데, 병원은 병원 내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 매점, 식당 등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있는 규제조차 무력화하려고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이 자회사가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보면 이 ‘영리’ 자회사는 사실상 지주회사 구실을 해, 결국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로펌에 의뢰한 법률 자문에서도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부대사업을 하는 것은 의료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결과를 통지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는 이번에 시행규칙 개정 계획을 발표하며 반발을 의식해,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거론된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은 제외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공식 발표 자료에는 그 사실조차 명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의료기기, 병원] 임대업과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체육시설, 목욕장업 등 이번에 허용하겠다고 한 부대사업만으로도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 건강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시행규칙은 국회나 심지어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 없이 법제처 등의 심사만 거치면 바로 개정할 수 있다. 입법 예고에서 시행규칙이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시한이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정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단축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4월 내에 입법 예고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4월 10일 여의도에서 열린 국민 건강·철도 지킴이 발대식에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박근혜 정부는 4~6월에 중요한 의료 민영화 정책들을 강행하려 한다. ⓒ이미진

민주당의 구실

한편,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통합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이 4월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부대사업 확대 조처도 이와 연동돼 미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물론이고 민주당도 전혀 믿음직한 아군이 아니다.

철도 민영화,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진주의료원 폐원 등 지난해 내내 벌어진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민주당은 아무런 구실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개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물러설 준비만 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무기력한 것은 단지 의석 수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인정했듯이 자신들도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의료법인 수익사업 허용”, “의료기관 네트워크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의료관광활성화” 등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들의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추진하던 것들이다. 지금의 영리 ‘자회사’도 노무현 정부의 “병원경영지원서비스”의 변형이라 할 만하다.

추진 명분도 당시나 지금이나 경제 성장, 의료 산업 활성화 등 빼다 박았다. 안철수는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더 많은 보장을 원한다면 더 많은 보험료를 낼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복지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지우려 한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자본가들 일부에게 기반을 둔 정당이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비롯하는 한계다.

반면, 노무현 정부 이래로 의료 민영화를 막고 지난해 내내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싸운 힘은 모두 노동계급에게서 나왔다. 노동자 투쟁은 박근혜의 정책에 불만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 주는 투쟁의 구심이 돼 왔다. 6월 파업을 예고한 보건의료노조의 투쟁 계획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박근혜가 속도를 내는 만큼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의료 민영화 반대 세력도 지금부터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포럼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듣는 의료 민영화의 진실

연사 : 백소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본부장 / 아주대병원지부장

일시 : 4월 24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 민주노총 경기본부 대회의실 (수원역 8번 출구 3백미터 매산동주민센터 옆 골든프라자 5층)

참가비 : 2,000원

문의 : 010-7664-3536 (문자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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