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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안전에 이어 건강과 생명도 팔아치우려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없애 버린 정책이 이토록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데도 오히려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료 부문의 규제도 대폭 완화하려 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4월 말에 병원 부대사업 확대 방안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하려 했다. 그러나 그 회의는 세월호 참사와 직능단체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그런데 최근 보건 전문 언론들은 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조만간 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규제 완화가 낳을 폐해를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5월 14일 서울 명동. ⓒ이미진

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9일 뒤인 4월 25일 대한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의료법인의 주식보유 등 관련 상속증여세법상 주요 이슈 설명회’가 열렸다. 이 설명회에서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자법인 가이드라인을 6월에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사건 이전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이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실제로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의료 민영화로 큰 이익을 기대하는 병원들도 정부의 추진 속도에 발맞춰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예컨대 차병원은 청라지구에 1조 5천억 원 규모의 의료복합타운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9일에는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를 위한 ‘의정합의 이행 추진단’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5월 중에 시범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원격의료

그러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시행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시범사업 결과는 “국회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 말은 지난 3월 말 전공의들이 대거 나선 의사 파업을 무산시키려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의정합의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의정합의에서 약속한 6개월 기간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권덕철은 6개월로 예정된 시범사업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의사협회 비대위에서조차 최근 의정합의를 파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있기 며칠 전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취재진은 군산시의 한 도서 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조사에 따르면, 고령의 현지 주민들은 스마트폰은커녕 컴퓨터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바람이 많이 불면 전기도 끊기는 마당에 통신이 안정적으로 될 리가 없었다.

정부가 보건소를 세우거나 이동 진료를 위한 병원선을 대폭 확대 보급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시장에 맡겨 돈벌이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원격의료를 통해 얻으려 하는 것은 이윤이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은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 의료 산업을 지목했다. 최근에 삼성은 심맥박계 기능을 갖춘 갤럭시S5를 출시했다. 식약처는 삼성의 출시 3일 전에 심맥박계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의료기기와 관련된 허가를 받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두 차례 만나 갤럭시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시키는 고시 개정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김용익 의원)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제4차투자활성화 대책에서는 아예 신의료기기 승인·판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도 갤럭시5S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은 돈을 벌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의료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까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얼마 전 SK와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를 합작해 만들었다. 거기에서 정관에 환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나마 원격 의료의 경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형식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병원 부대사업 확대나 영리 자회사 설치는 법 개정조차 없이 밀어붙이려 한다. 현행 의료법이 명백히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은 100만 서명 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5월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지난 4월 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6월 파업 계획을 확정했다.

또 다른 참사를 낳을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