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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동자들이 강제 퇴출 시도에 맞서 저항을 시작하다

KT 회장 황창규는 노동자 8천3백여 명을 명예퇴직으로 쫓아낸 것도 모자라,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강제로 퇴출시키려 한다.

사측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중 2백91명을 CFT라는 별도의 팀으로 발령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KT의 구조조정과 노동자 탄압에 맞서 투쟁해 온 KT민주동지회 회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팀은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퇴출시키는 기구다. 서울과 지방 주요 도시에는 CFT 지사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기존 근무지와 집에서 먼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사측은 온갖 허드렛일을 맡겨 노동자들이 못 견디게 만들려 한다. CFT가 “아오지 탄광”으로 불리는 이유다.

KT는 이미 이런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전력이 있다. 2003~04년에 114분사 거부자들, 민주동지회 회원들을 모아 ‘상품판매전담팀’을 만들어 이들을 퇴출시키려 했고, 그 이후에도 CP라는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CP는 전화 교환을 하던 여성 노동자에게 전봇대에 올라가라고 강요한 것으로 악명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사측은 CFT 발령자들을 불러 개별 면담을 하려고 했다. 노동자들을 개인적으로 불러 모욕을 주고, 이간질하고, 비연고지 발령에 대한 동의를 강요하려는 수작이었다.

5월 15일 KT의 강제 퇴출 시도 규탄 집회. ⓒ사진 조승진

그러나 CFT 발령자들은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민주동지회가 앞장 서서 개별 면담을 거부하자고 선동했다. CFT가 강제 퇴출 기구라는 점도 폭로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가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KT 사장도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조건을 잘 활용해 효과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CFT 발령자들은 대부분 이에 호응을 보내며 개별 면담을 거부했다. 그리고 즉석 토론을 통해 ‘CFT 해체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약자이니 뭉쳐야 한다. 우리는 더 잃을 것도 없다. 혼자 살겠다고 회사의 분열 시도에 걸려들면 오히려 회사의 표적이 될 것이다.”

개별 면담 거부가 성공하자, 개별 면담에 응했던 노동자들도 면담 내용을 철회하는 문서를 사측에 보냈다.

투쟁위원회

5월 15일에는 전국의 CFT 발령자 2백여 명이 모여 규탄 집회를 했다. 노동자들이 집회 참가를 위해 집단적으로 휴가를 신청하자, 사측은 기세에 밀려 휴가를 전부 승인해 줘야만 했다.

이 집회를 통해 노동자들은 KT 구조조정의 악랄한 본질을 알렸고, ‘반인권적 직원퇴출기구 CFT 철폐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희망근무지 면담을 거부했습니다. 응하는 순간부터 쓰레기 취급 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당한 목소리를 내면, 회사는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제거하고 싶겠죠. 그러나 우리는 인간다운 KT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되고 불꽃이 되고자 합니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 길을 가지 않으면 회사는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측은 일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계획보다 출근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발령지를 조정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면담을 거부하면서 발령 자체가 3일이나 미뤄지기도 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뭉쳐서 싸워 얻은 소중한 성과다.

노동자들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CFT 해체를 위한 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지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해 있다. KT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국가 기관의 일부이기도 하다. 따라서 KT는 정세의 영향을 밀접하게 받는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우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CFT 발령자들의 투쟁은 친사용자적인 우파 노조 집행부 하에서도 투사들이 투쟁의 구심을 형성하고 조직하면 성공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런 저항 속에서 민주 집행부를 세울 가능성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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