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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쌍용차 재판 최후진술문:
“‘노동계의 세월호’인 쌍용차 정리해고에 맞선 시위는 정당하다”

노동자연대 활동가 조익진 씨는 2012년 쌍용차 연대 집회와 ‘민주노총 (하루) 총파업 결의대회’ 등 노동운동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음은 6월 18일 열린 항소심에서 조 씨가 연설한 최후진술문이다. 

공판 기일까지 새로 잡아 최후진술할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주신 재판장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자기 변론을 위해 힘쓰겠지만 중간에 맥이 끊기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단식 7일째인 상황으로, 의지는 전에 없이 강인하지만 신체의 기력은 많이 쇠해 있습니다. 오늘 건강 체크를 해 보니 혈압과 혈당은 정상이지만 몸무게가 거의 9킬로그램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제가 단식에 돌입한 것은 감옥 당국의 탄압에 항의하고 수용자 인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성동구치소에 이어 새로 이감된 서울구치소에서도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인권 개선 요구를 제기했다고 면담조차 거부당하고 징벌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순시 중이던 소장님께 운동장 여건에 대해 토로한 뒤에는 30분 만에 기동순찰대가 검방을 하러 들이닥쳤습니다.

6월 12일부터는 감시카메라가 달린 조사실에 격리 수용됐습니다. 강제력 행사에 저항하느라 탈진한 제가 “[의무과에] 잠시 누워 있다 가겠다” 하고 절박하게 호소했음에도 묵살하고 휠체어에 태워 조사실에 수용시켰습니다. 저는 호출벨이 작동하지 않고 목소리도 잘 닿지 않는 외진 조사실에 방치왜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 자해를 방지한다며 시계조차 압수되고 면도기도 월수금에만 일시 지급되는 곳에 일주일째 갇혀 있습니다. 화장실이 비정상적으로 좁고 카메라가 의식되어 목욕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TV 시청, 실외 운동, 공동행사 참가도 제항당했습니다.

저는 조사실 수용과 징벌 시도 등 탄압 중단, ‘운동장 벽면 반사광 해결’과 ‘알몸 검신 폐지’, ‘기동대 순시 중단’ 등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항의하다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조 활동가들의 석방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식이 하루하루 길어질 때마다 점차 기력이 쇠해 가지만, 설사 단식으로 건강을 잃을지라도 불의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동계의 세월호’

검찰과 1심 재판부는 쌍용차 거리 시위와 민주노총 거리 시위에 참가한 것이 처벌받을 일이라며 벌금을 선고하고 항소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의로운 행동을 억누르기 위한 부당한 탄압으로, 저는 이에 결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는 ‘노동계의 세월호’라 감히 일컬을 정도로 비극적인 일이었습니다. 쌍용차 사측은 이윤을 위해 회계까지 조작해 가며 부도 사태를 만들어 냈고 이를 이용해 정리해고를 자행했습니다. 그리고 정리해고의 고통으로 스무 명이 넘는 무고한 인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본의 탐욕과 이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생각하면 청해진 해운의 추악함과 세월호 희생자의 생떼같은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사건에 대한 국가의 대처도 세월호 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무능력하고 부패한 사고 대응을 부도 통제로 감추려다 공영방송 사장 퇴진 사태까지 맞은 이번 정부의 행태처럼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도 쌍용차에 대한 투기 자본의 침투를 감싸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일삼았습니다.

절박한 처지에 몰린 노동자들과 이에 연대했던 시민들의 노력은 처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하고 고무할 일입니다. 올해 초 법원이 1심 결과를 뒤집으며 ‘해고 무효’를 결정하고 회계 조작 혐의를 인정한 것은 사법부조차 이들의 정당성을 보증해 준 것입니다.

2012년 하루 총파업 집회에서 민주노총이 내걸었던 민영화 반대 등도 정당합니다. 이미 철도를 민영화했던 영국과 일본,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심각한 안전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의료가 민간과 이윤 논리에 완전히 내맡겨졌던 미국은 서민 의료와 건강권의 지옥을 일컬어집니다.

무한 이윤 추구를 보장하기 위한 민영화와 규제 완화 정책은 세월호 참사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경의 부실한 구조는 2012년에 해양구조가 상당 부분 민영화된 탓이었습니다. ‘민관군 잠수사 750명의 합동구조’라는 공언과 달리, 실제 구조 작업을 벌인 것은 언딘사의 민간 잠수사 10여 명뿐이었습니다.

안전 관리와 안전 교육, 안전 인증 같은 중대한 일도 민간에 내맡겨졌습니다. 한국해운조합은 해운 회사들의 모임이고 한국선급은 해운사들이 출자해서 만들어진 업체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민영화와 규제 완화

정부는 갖가지 안전 규제를 완화해 날뛰는 짐승 목에 방울까지 풀어버렸습니다. 2009년 여객선 선령 제한 완화 덕택에 폐기 처분 직전의 노후 선박 세월호가 계속해서 바다를 휘저을 수 있었고, 이 배는 몇 차례 점검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도 제대로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합니다. 세월호 승무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등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목숨까지 버려가며 극단적인 노동조건에 항의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적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같은 무한 이윤 추구에 맞서 생명과 안전,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선 것은 결코 처벌받을 일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운동의 노력에 국민들마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보도통제 길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KBS 파업이 전국민적 성원 속에 승리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는 진보교육감이 압승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의 승리”하고 의미심장하게 논평했습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정 제한돼야 할 것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탄압의 칼날임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경찰은 민주적 권리에 대한 억압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가로막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추모 집회 참가자들을 대규모로 연행했습니다. 인도를 가로막고 시위자들을 연행하면서 ‘교통을 방해’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가 하면, 집회 벌금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일반 집회 참가자를 구속시키겠다는 협박도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거슬러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경찰과 검찰의 막무가내 행보에 제동장치가 필요합니다. 부디 재판장께서 사회 정의의 가치와, 최근 거듭해서 확인되고 있는 국민 감정에 기초해 민주주의를 보고하는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호소드립니다. 이 재판에서 정의가 승리한다면 또 다른 불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저 역시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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