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단체 공동 성명:
이라크의 혁명적이고 세속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자주 독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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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랍 6개국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들의 최근 이라크 사태에 관해 6월 28일 발표한 공동성명이다. 제국주의 열강의 개입, 아랍 정권들의 극심한 탄압, 복잡한 종교적 갈등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혁명적 운동을 일으키려 분투하는 아랍 사회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번역해 싣는다. 그러나 세속주의를 너무 강조하는 등의 약점도 있음을 유념해서 읽기 바란다.
이라크에서 정치적·안보적으로 만만찮은 상황이 또다시 펼쳐지고 있다. 이라크군은 모두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또는 ISIS) 등의 민병대와 대결하는 것을 포기했다. ISIL은 수니파가 많이 사는 이라크 서부와 북부의 주(州)들에 더해 모술과 티크리트 같은 중요한 도시들도 장악했다. ISIL 등 민병대는 현재 수도 바그다드로 진군하고 있다.
치안 공백이 커지며 전쟁, 혼란,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다. 피난민들은 특히 쿠르디스탄 지역의 아르빌과 도후크로 몰렸다.
일부 군벌, 이라크군,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 특히 키르쿠크, 디얄라 등지에서 ISIL을 막아서며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둘 다 치고 빠지는 전술을 쓰고 있다. 수니파가 많이 사는 서부에서는 치안 기구와 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두 가지 주요 요소가 없었더라면 ISIL은 이토록 위협적으로 진군하지 못했을 것이고 영향력도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낳고 키운 종파적·종단적 정부다. 그 둘이 ISIL의 발흥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다.
그러나 지금 사태의 맥락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악독한 범죄는 ISIL이 저지른 종파적 학살이었다. ISIL이 항복한 사람들 수천 명 중 수백 명을 유례없이 끔찍하게 집단 처형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사건은 ISIL이 저지른 온갖 만행 중 일부다. ISIL은 종교가 다르고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추방하고 박해한다. 여성을 강간하거나 ISIL 병사들과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ISIL의 통치는 결국 엄격한 샤리아 율법을 도입하는 데로 이어졌다. ISIL은 모술을 장악한 뒤에 한 문서를 발표했다. 그 문서에는 시민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룬 16가지 조항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오직 ISIL만이 도시의 자원을 통제할 권한이 있고 공금을 훔치면 누구든 처벌할 것이라고 돼 있다.
한편, ISIL은 은행, 관공서, 지방정부를 털어 수억 달러를 몰수했고, 군대와 경찰이 도망치면서 남겨 둔 많은 무기를 입수했다.
ISIL이 발표한 문서는 남성이 모두 합동 기도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권했다. 술, 마약, 담배 등 샤리아 율법이 금지하는 물품은 사지도 팔지도 못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그 문서는 무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에 더해 어떤 이유로도 집회를 할 수 없고 현수막도 들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행위를 분열적 행동으로 여겨 사형으로 처벌한다고 했다. 그 문서는 성상과 성지에 대한 ISIL의 입장도 밝혔다. 즉, 철거하겠다는 것이다. 성자들의 무덤도 파괴한다고 했다. 그 문서는 여성들에게 응급 상황이 아니면 집안에 있으라고 했다. 요컨대, ISIL의 통치 하에서 사람들은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심지어 모술 공격에서 ISIL과 “동맹”을 맺었던 민병대들(약 23개의 무장 집단이 모술 공격에 참가했다고 한다)도 마찬가지의 처지다.
누리 알 말리키가 총리로 있는 이라크 정부의 대처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말리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말리키 정부는 이라크에 개입해 ISIL의 공격을 물리치는 데 협력해 달라고 미국과 이란 등 열강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가 더 진척될수록, 이라크는 종파 전쟁이라는 격랑에 휩쓸릴 것이다. 종파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아랍 전역에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알 시스타니가 대표하는 이라크의 시아파 지도부는 임박한 위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시스타니는 ISIL에 맞선 지하드(성전)를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입대하라는 파트와(이슬람법에 따른 결정이나 명령)를 발표했다.
이런 사태 전개는 틀림없이 중동 지역 수준에서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라크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생산국이고, 1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종파적·종단적·민족적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이라크의 상황은 시리아의 상황과 긴밀히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중동 전체의 종파 간, 종교 간 균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등 인접국들이 이라크 상황에 개입할 것은 뻔하다. 이런 개입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고, 종파 간, 종교 간 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의 시리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국가들의 개입은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과정을 되살리려는 광범한(종교와 민족과 관계 없이) 이라크 민중의 노력과 염원을 방해할 것이다.(심지어는 그 노력을 유산시키는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한 염원은 2013년 내내, 그리고 그 이전에 일어난 대중 시위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말리키는 이 시위들을 폭력적이고 참혹하게 진압했다. ISIL이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키우면, 시리아 정권에 맞서는 힘을 약화시켜 시리아 투쟁에도 직접적이고 위험한 영향을 줄 것이다.
항상 그래 왔듯, 미국은 이 사태를 다각도로 이용해 이라크를 점령하는 동안 잃었던 것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미국과 이라크가 3년 전에 맺은 안보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에 영구적 군사 시설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기회에 이라크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 한다. 그것도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지독한 미국 대사와 수백 명의 자문단을 보호한다며 병력을 보내고, 이라크 영공을 확보한다며 전투기를 보내고, 페르시아 만에 군함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미국이 말리키 정권의 몰락을 막기 위해 공습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다. 설사 그 결과로 말리키가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종파적 세력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되더라도 말이다. 결국 이런 일들은 모두 오직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미국의 이익은 항상, 그리고 지금도 대다수 이라크인들의 이익과 충돌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닦은 길을 따랐던 “정치 과정”이 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바트당 독재가 무너진 뒤에 이라크 국가는 종파적·민족적 권력 배분에 따라 재건됐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된 권력 균형이 바뀌고 점령 당국이 이라크군을 해체해 이라크군의 힘이 크게 쇠락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 정부, 그 점령에서 가장 큰 득을 본 이웃나라 이란 둘 다 이라크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균형을 크게 바꾸는 데 관여했다.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가 바로 ISIL이 선봉에 나선 군사 행동이다. ISIL은 몇몇 민족주의 세력과 족벌의 깨지기 쉬운 연합의 실질적 지도부가 되고자 한다. 이 연합에는 바트당 잔존 세력과 해체된 옛 이라크군 출신의 장교와 병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연합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이고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ISIL이 권력과 전리품을 독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미 “연합” 내부에서 심각한 충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민중을 억압하고 외세에 굴종하고 심각하게 부패한 말리키 정부에 맞서 정말로 저항하는 사람들도 이 연합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그들은 종파적·종단적 대중 동원을 거부하며 말리키와 이란과 연계된 종파적 세력에 맞서 오로지 국민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 세력의 실천과 정치적 입장에도 명백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결함의 위험성을 들춰 내야 한다. 이 세력이 ISIL이 이끄는 동맹에 투신해 있고 ISIL의 악랄한 범죄 행위와 의심스러운 계획을 비판하지 못하게 막는 데서 그 결함을 볼 수 있다. 정권과 말리키 일당에 맞서 싸우는 세력들의 “단결”을 깨면 안 된다며 무력을 쓰면서까지 ISIL의 범죄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데서도 그 결함을 볼 수 있다. 이라크인들은 매일매일 피를 흘리고 참상을 겪으며 미국이 벌인 전쟁과 점령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라크인들은 종파적 분열과 극단적 이슬람주의 운동의 분별 없는 행태에도 고통을 겪는다. 이와 나란히 제국주의 열강의 개입과 중동 지역의 종파적·종단적 정권들의 폭압적 통치도 있다. 이라크인들은 반동적인 구시대 세력들에게 잡혀 있는 인질 같은 신세다. 그 반동적 세력들은 그들의 모습을 꼭 닮은 국가를 만들어 왔다. 저들이 실패하는 상황 속에서 이라크는 여러 소국과 종파적·종단적 왕국으로 쪼개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다. 지금 이라크서는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매우 끔찍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급진적이고 대중적인 좌파 운동이 이라크에서 건설돼야 한다. 다수 이라크인들은 주변화되고, 배제되고, 많은 사회적·경제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처지에 분노하고 있다. 좌파는 이런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분노는 특정 종교나 종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좌파 운동은 대중의 분노를 조직하고, 그 분노가 미국의 점령이 만든 종파적이고 친자본주의적이고 부패한 정권에 맞선 진정한 혁명적 운동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좌파들은 ISIL 등이 벌이려는 무지몽매한 테러 계획, 퇴행적인 제국주의 국가들, 말리키 정부와 그를 뒷받침하는 과격 종파 세력을 물리쳐야 할 책임이 있다.
시리아 같은 상황, 곧 혁명적 대중운동이 공격당하고 분쇄되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러려면 종파적/종단적 세력, 민족주의적/국수주의적 세력, 또는 권력만 탐하는 무리와 단절해야 한다.
이라크를 뒤덮은 종파적·종단적 재앙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세속적이고 혁명적인 기초 위에 이라크 민중이 다시 단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음을 강조한다.
1) 미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등의 이라크 개입을 모두 반대해야 한다. 그런 개입은 이라크 민중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뿐 아니라, 종파적·종단적 전쟁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우리는 특히 유엔 총회에 요청한다. ‘평화를 위한 통합 결의’에 따라 이 사태에 개입하려는 국가를 모두 막고 제재하라.
2)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분쟁은 모두 이라크인들 자신의 의견, 의지, 이익에 맞게 해결돼야 한다. 이는 종파적이지 않은 민주주의적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든 여러 지방정부를 건설하든 시민이 모두 어떤 차별도 없이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3) 이라크 민중과 해방 운동은 ISIL의 끔찍한 테러리즘과 그에 대한 [외세의] ‘대테러 작전’에 앞장서서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민중의 자체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은 전국 곳곳에서 건설돼 스스로 무장한 민중위원회와 평의회를 조직해 무지몽매한 테러 조직과 종파적 민병대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그런 세력을 물리치고 무력화시켜 이라크에서 도려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적 도움도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혁명 운동을 적대하는 민병대에 맞서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종파적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자 싸우는 이라크인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광범한 국제적 연대 운동이 있어야 한다. 이런 국제적 연대는 정의, 자유, 인간 존엄을 기초로 한 미래를 위해 싸우는 이라크인들을 크게 고무할 것이고, 이라크의 분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4) 앞에서 말한 맥락에서 아랍의 혁명적 좌파, 민주주의자, 페미니스트, 진보 세력은 힘을 합쳐 아랍 정권들의 종파적·종단적 정책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무지몽매하고 반동적인 우익 세력과도 싸워야 한다. 이는 종파적·종단적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서다. 종파적·종단적 위협은 아랍 민중을 결속할 수 있는 혁명적 공간을 공격하려고 반혁명 세력이 주로 쓰는 무기다.
5) 마지막으로, 모든 국제기구는 추방당한 사람들과 난민을 시급히 지원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영향을 줄이고 제어해야 한다.
이라크 민중의 이익을 해치는 지역적·국제적 협잡을 물리쳐야 한다.
- 이라크에 대한 모든 제국주의적 개입을 반대한다.
- ISIL과 그 일당들의 무지몽매한 공격을 물리치자.
- 내부와 외부의 적에 맞서 싸우는 이라크 민중에게 승리를.
- 이라크의 혁명적이고 세속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자주 독립을 위해
- 국제 민중 연대여 영원하라.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evolutionary Socialists, 이집트), 이라크공산주의자조합(Union of Iraqi Communists, 이라크), 알무나딜라(al-Munadhil-a, 모로코), 혁명적좌파경향(Revolutionary Left Current, 시리아), 좌파적노동자동맹(Leftist Workers League, 튀니지), 사회주의포럼(Socialist Forum, 레바논)
2014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