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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정치 방침 논쟁

민주노총 임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에 관한 논쟁도 제기되고 있다.

이때 정치 방침은 순전히 제도권 정당 문제로 한정돼 있다. 매우 협소한 정치 개념이다. 정치는 정당 문제를 포함하지만 그것으로만 환원되지는 않는다. 국가권력을 획득하거나 사용하는 문제나 국가기관의 통치 행위, 정치적 견해ㆍ사상ㆍ신념 등이 정치의 의미다. 그렇게 봤을 때, 정규직의 비정규직의 단결을 위해 주장하고 투쟁하는 것도 정치 방침이다.

그럼에도 현재 민주노총 선거에서 제기되는 정치 방침이 압도적으로 제도권 정당을 둘러싼 것이기이에 이 글에서는 주되게 이 문제에 한정해 다루겠다.

1) 진보/좌파 다원주의

현재 민주노총에는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정치 방침이 없다. 민주노총은 노동당,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노동·정치·연대,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가나다 순) 6개 정당·단체를 지지 대상 정당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출범 때부터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양 축의 목표로 삼아 왔다. 정치와 경제 영역에 각각 분업해서 대응하자는 일종의 개혁주의적 양 날개 론이다.

그 점에서 개혁주의 노동자 정당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정치적 표현체라고도 할 수 있다. 2000년대 동안 민주노총 지도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이 그런 구실을 해 왔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2000년대 중반까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1997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철회 파업의 정치적·조직적 성과 일부가 IMF 경제 위기(와 고통전가 공세)를 거치면서 정당 건설로 이어진 것이었다.

기성 자본가 정당들을 더는 지지해서는 돌아올 것이 없다고 선진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한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 정당 건설과 배타적 지지 방침은 한국 노동계급에게 정치적 진보를 뜻했다.

그러므로 배타적 지지 방침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

그러나 2012년 통합진보당의 분열로 진보 정당들이 정치적으로 분화하고 그 결과 복수의 진보 정당들 시대가 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도리어 노동조합을 심각하게 분열시킬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불가피하게 진보/좌파 다원주의, 곧 기성 부르주아 정당이 아닌 진보 정당들을 지지하는 정치 방침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분열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지난 지방선거 전 대의원대회에서 앞에서 언급한 6개 정당·단체를 지지 대상으로 정한 것은 그래서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방어·개선을 위해 정견을 떠나 특정 산업이나 작업장의 모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려는 조직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에 기반을 둔 진보 정당들을 모두 민주노총의 지지 대상으로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투쟁을 위한 단결에도 더 이로울 것이다.

각 정치 세력들은 이런 방침 안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 누가 더 대중의 요구를 잘 대변하고 투쟁을 효과적으로 잘 이끄는지 실천으로 입증하면서 말이다.

2) 야권연대

일부 급진좌파들이 민주노총의 지지 대상에서 진보당과 정의당을 배제하자고 주장한다. 두 당을 더는 노동자 진보정당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두 당이 각각 스탈린주의 민중전선 전략과 연립정부 노선으로 새정치연합과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면서 계급투쟁에 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두 당을 지지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적 과오와 온건함의 문제가 있지만 두 당이 조직 노동계급의 일부에 기반을 둔 (온건한) 진보세력이길 중단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안에서도 정의당과 진보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을 배제하려 한다면, 노동조합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국회에서 개혁 입법 발의을 쟁취하거나 악법을 저지하려고 부르주아 야당과 불가피하게 공조를 취할 수도 있다. 선거에서 반동적 후보에 맞서 (새정치연합의 후보가 노동자들에게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으로 보일 만한 인물일 때) 특정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불가피할 때가 있다.

야권연대가 모든 문제를 낳았다는 평가는 정치 영역에서의 전술을 오히려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노동조합 투쟁이 어려움을 겪은 데에는 진보정당들의 야권연대 노선 탓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주의와 부문주의 정치도 큰 정치적 약점이었다.

2012년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자 사기가 떨어져 예정된 총파업 투쟁을 흐지부지 철회한 것은 야권연대 의존 뿐만 아니라, 노조 지도자들의 투쟁회피주의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노동계급 전체의 문제에 민주노총이 하루 파업 등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경제 위기 시대에는 자본가들이 더 성마르고 집요하게 공격하므로 우리 편도 계급 전체의 시야에서 대중을 단결시켜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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