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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을 폐기하고 법정교원 100% 확보 및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쟁취하자
박원익씨의 사실왜곡과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에 대한 답글

*왜곡(歪曲):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

*유언비어(流言蜚語): 아무 근거(根據)없이 널리 퍼진 소문(所聞).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

*날조(捏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밈.

*유포(流布): 세상에 널리 퍼짐. 또는 세상에 널리 퍼뜨림.

1. 답글의 배경

11월4일 새벽, 몸이 안 좋아 응급실을 거쳐 병원에 입원하여 긴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박원익씨가 우리 노동조합과 본인을 비난하는 글(“온전한 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교육공공성”)을 올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전에도 우리 노동조합의 대안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어 그러한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박원익씨의 주장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또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본인이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박원익씨는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잘못 파악하고 있다. 글의 일부분은 유언비어이기도 하다. 그동안 필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도 하거니와 일일이 개별 반응에 대응하기에는 여력도 없어 어지간한 비판과 비난에는 응답을 잘 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투쟁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박원익씨나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글은 그 사실 왜곡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데, 우리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사람들에 의해 널리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 왜곡과 허위사실 날조에 대해 우리가 그냥 넘어간다면 현 정권과 자본만 이롭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답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글을 써달라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안팎에서 있었으나 11월10일 퇴원 후에도 바로 여러 투쟁(11월 11일 대전 한밭대에서 열린 교육부의 대학구조개악 평가지표 공청회 타격 투쟁1), 11월 15일 서울역에서 열린 대학구조조정 저지 투쟁 집회2), 올 12월의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3) 등)이 진행되는 바람에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다.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께 저간의 사정으로 글을 늦게 올리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비정규교수문제의 원인과 해법 및 연구강의교수제에 대한 좀 더 풍부한 내용은 곧 발간될 책과 전국교수노동조합의 웹진 ‘대학혁명 3호’4)를 참고하기 바란다.

박원익씨의 주장 중 강사 문제를 동정론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것, 온전한 교육공공성 확보를 위해 교육주체가 연대하자는 것, 대학의 지배구조를 좀 더 평등하게 바꾸자는 것, 그리고 OECD 평균 수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에 도달하게끔 법정교원 수를 대폭확대 하자는 것은 필자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주장해 왔던 것이기도 하기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겠다. 이 글에서는 박원익씨의 글 내용 중 우리를 비난하는 부분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또 타당한 것이지 따져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비정규교수노조의 기본 입장부터 소개하겠다.

2. 비정규교수노조의 기본 입장

1)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모두의 교원지위 쟁취

강사는 원래 교원이었고 교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박정희가 시간강사제도를 만들어 강사의 법적 교원지위를 박탈했고 이후 지금까지 시간강사제도의 문제점과 아류 시간강사제의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의 생존권, 교권, 학문탐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학생들의 수업권과 국민의 교육권도 훼손당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학의 미래는 없다. 문제의 해법은 시간강사제도와 아류시간강사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대학 교육과 학문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강사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더 나은 권리와 물적급부를 ‘보편적’으로 부여하여 양질의 고등교육과 성숙한 학문탐구가 가능한 기반을 획기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쟁취’라 불렀다.

노조 안팎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쟁취나 회복을 혼용해 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교원지위 ‘회복’이란 말보다 ‘쟁취’를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해방 직후 교원 지위를 갖고 있었던 강사도 당시에 그렇게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회복하자고만 주장한다면 더 나아지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고,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단결, 연대, 투쟁으로 따 내는 것(쟁취!)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싸워야만 약간의 개선책이라도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지난 10여 년 간의 비정규교수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충분히 배워왔다.

또한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아니라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쟁취가 맞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제 대학에는 8만 명의 시간강사(=비정규교수 다수)뿐만 아니라 4만 명의 겸임교수, 초빙교수, 연구교수, 강의전담교수 등 비전임교원이라 불리는 비정규교수(=급증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도 있어 이들 모두의 권익을 동시에 증진시키지 않으면 한 쪽의 문제가 다른 쪽으로 이전되면서 결국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는 ‘풍선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전체의 교원지위 쟁취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2) 계열별 정년보장 법정교원 100% 확보 강제

우리는 기본적으로 강사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교수가 정년이 보장될 수 있는 트랙에 배치된 정규교수로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교원지위 쟁취라 생각한다. 이것은 ‘법정교원 100% 확보 의무화’라는 슬로건으로 정식화되어 있다. 이렇게 법령으로 뽑게 되어있는 법정교원 수만큼이라도 100% 먼저 확보하고, 더 나아가 OECD 평균 수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기본 입장이다.

이 내용은 우리의 강사법 폐기와 연구강의교수제 대체입법을 요구하는 각종 자료(법안)에 몇 년 전부터 들어 있었다. 2012년 국회의원들에게 뿌린 우리 노동조합의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강사법에 따른 강사와 같은 짝퉁교원, 교육중점교원이나 산학협력교원 같은 반쪽짜리 교원을 양산하지 말고, 그런 편법을 조장하고 방조하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OECD 평균 수준인 교수 1인당 학생 15명 수준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교수를 100% 확보하라는 요구는 우리 노동조합의 오래된 핵심 주장 중 하나이다. 필자 또한 지난 몇 년 간 여러 곳에 이런 주장을 담은 글을 실은 바 있다.5)

예전에는 법정교원이라 하면 정년 보장 트랙에 배치된 교원만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의 정책에 따르면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년트랙교수도 계약 횟수의 제한이 없고 사학연금 적용을 받으면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교육중점교원이나 교책객원교수로 불리는 사실상의 강의전담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채용이 대학에서 전면화되었다. 더 나아가 2014년 11월11일 대전 한밭대에서 발표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안)에는 향후 일정한 물적급부를 받기만 하면 그 사람을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편법과 탈법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교육부는 대학평가 시 법정교원 100%를 100점 만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평균인 70%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잡겠다고 하고 있어 정규교수를 더 뽑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1~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강의개설권도 제대로 없으면서 연봉 3천만 원 내외를 받으며 1주일에 최소 12시간에서 18시간까지도 강의를 해야만 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문의 성숙이나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신임교수 절반 이상을 이들로 채우고 있다.6) 국립대학들도 ‘기금교수’가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수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2014년 9월 20일 비정규교수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기존 안(노조가 2012년에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안)을 일부 수정하여 노동조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다시 확정하였다.7) 기존 안과 바뀐 점은 평가를 받기 전까지의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한다는 점과 정년트랙 전임교원 100% 확보가 되기 전까지는 비정규교수에게 비정규직 교육공무원의 굴레를 씌우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는 점을 좀 더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2012년의 노조 (안)에 있던 ‘법정교원확보율 기준’과 ‘교원 주당 담당시수 9시간 이내 규정’을 조금 더 부각시킨 점, 대학설립운영규정 준수 강제를 강조한 점 등도 눈에 띈다. 그 내용을 조금만 소개해 보겠다.

1. 고등교육법 제14조의2에 ③과 ④를 다음과 같이 ‘신설’하여 정년트랙 정규교수 100% 확보 의무를 법제화하고, 모든 교수의 노동강도를 낮추어 학문 탐구와 교육력 증진 및 학생 지도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

제14조 ③ 대학의 장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의 교원확보율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트랙에 배치된 교수, 부교수, 조교수만 포함시킨다.

1. 인문·사회계역: 학생 25명당 교원 1명

2. 자연과학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3. 공학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4. 예·체능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5. 의학계열: 학생 8명당 교원 1명

④ 교원(총장 제외)의 교수시간은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 이내로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치는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 교수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지 종착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더라도 시간강사 문제는 상당부분 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의 법정교원 확보율 100%를 채워도 수많은 인문계열 강사들은 대학 내에 갈 곳이 없다. 다른 계열로 눈을 돌려보면 전체적으로 그런 상태에 처할 비정규교수의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아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를 없애지 못한다면, 실제로 개선되는 게 없는데도 법정교원확보율만 치솟을 수 있다. 일반적 교원확보율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정년트랙 전임교원 100% 확보를 강제하면서 동시에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비정년트랙 비전임교원 비공무원인 연구강의교수제로 통합하고 상층부나 일부가 아니라 모든 비정규교수들에게 일정정도 신분보장과 물적급부 및 권리 보장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법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가 더 바뀌어야 한다.

3) 시간강사제 폐지 및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통합한 연구강의교수제 도입

연구는 일반 강의 준비, 논문 준비, 교재 개발, 번역, 저술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인데도 교육부는 연구 일부만 전담하는 산학협력교원, 강의만 전담하는 교육전담교원을 구분하여 도입하려 하기에 비정규교수노조는 부득이 연구와 강의를 모두 언급하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몇 년간 대체용어를 개발하려 했으나 합의에 도달한 게 없다. 더 나은 용어가 개발되면 그것으로 대체할 것이다. 연구강의교수제는 몇 천 명 안 되는 연구교수나 비정년트랙교수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10만 명 이상의 전체 비정규교수를 포괄하는 제도이다.

1. 고등교육법 제14조와 제15조 및 제17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여 반쪽짜리 교원, 짝퉁 전임교원의 양산을 막고 이쪽 문제가 저쪽 문제로 이전되는 풍선효과를 방지한다.

〈표1〉 고등교육법 추가 개정 내용
조항 현행법 개정할 내용(비정규교수노조의 안)
제14조(교직원의 구분) ②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강사로 구분한다. ②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연구강의교수로 구분한다.
제15조(교직원의 임무) ②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학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한다.
제17조(겸임교원 등)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4조제2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 및 명예교수 등을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4조제2항의 교원 외에 명예교수를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2. 고등교육법 제14조2항 밑에 제14조의2를 두어 연구강의교수제의 얼개를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연구강의교수는 비록 3년 단위 계약직이지만 일정요건만 갖추면 횟수의 제한 없이 재임용을 보장하므로 무기계약직보다 고용이 더 불안정하다고 말할 순 없다. 또한 연구강의교수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교원이기 때문에 소청심사권을 비롯한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적용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는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으로 설계하되 그 비용은 국가와 대학이 함께 부담하면 될 것이다.

제14조의2(연구강의교수) ① 연구강의교수는 「대학교원자격기준등에관한규정」의 ‘교원 및 조교의 자격기준’에서 연구실적연수와 교육경력연수의 합계가 2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선발하고, 임용기간은 3년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② 대학의 장은 연구강의교수에 대한 평가 결과 점수가 소속 대학의 계열별 교원 평가 결과 평균점수의 100의 80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 연구강의교수와 재계약하여야 한다.

③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는 기본급과 수당으로 하고,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연구강의교수에 대한 기본급과 연구실 확보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단, 국·공립대학의 수당은 정부가 지급하고 사립대학의 수당은 각 대학이 지급한다.

비정규교수노조가 주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의 해설과 구체적 부칙 및 재정추계 등 상세한 내용을 여기에 다 실을 순 없기 때문에 몇 가지 사항만 더 언급하며 소개를 마치려 한다.

연구강의교수는 교육공무원이 아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원을 먼저 100% 뽑지 않고 연구강의교수를 먼저 교육공무원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앞으로 대학들이 정규 교수를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위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국가와 자본의 시도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연구강의교수에게 담당강의시수 의무제 적용(예:1주일에 최소 12시간 강의 의무화)을 해서는 안 되고 연구강의교수를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켜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편법적 교원확보율 증가와 비정규교수에 대한 엄청난 대량해고를 피할 길이 없다. 비정규교수를 위한다는 제도가 오히려 비정규교수를 사회적으로 살인하는 칼날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강의교수제는 6개월도 안 되는 계약 기간에 근로계약서도 없이 법적 보호도 못 받는 시간강사를 비롯한 각종 비정규교수들을, 다년 계약에 평가를 통해 횟수의 제한없이 재계약되도록 하고 법적 보호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도록 만들면서 정규교원 추가 확보도 병행하자는 대안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고 부당하다. 정규직을 더 뽑아 시간제 노동자 다수를 그 정규직이 되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제 노동자를 3년 단위 계약제로 바꾸면서 평가를 통해 재계약과 물적급부 및 권리를 더 보장해 주자는 비정규교수노조의 대안을 개악이라 평가하는 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3. 박원익씨 주장의 문제점

1) 상층부 강사만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한교조(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비정규교수노조)라고?

앞에서 보았듯이 비정규교수노조의 기본 입장과 활동은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의 권리 증진과 학문 성숙의 기반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데 있다. 정규직이 되어야 할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고착시키는 게 잘못이라는 비판을 한 것에 대하여, 박원익씨가 상층부 강사만의 이해만을 대변한다고 비난하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못해 황당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통하여 정규 교수가 되든 안 되든 모든 비정규교수의 처지를 지금의 시간강사나 짝퉁 교원보다는 더 낫게 만들자고 싸우고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시간강사제도와 각종 비정규교수제도를 없애고 하나로 통합하자는 대안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바로 정규교수로 임용되거나 최소한 연구강의교수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와 같은 시간강사가 아니라 말이다. 이게 어떻게 상층부 강사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가? 또한 강사법은 비정규교수 일반을 해고로 내모는 악법이다. 강사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은 상층부 강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사 일반을 위한 투쟁이다. 모르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를 더 하거나 관계자에게 물어보는 게 기본이지 상대방에 대해 무턱대고 근거 없는 비난부터 하는 건 학문을 탐구하려는 일반대학원생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닌 듯하다.

2) 한교조가 명시적인 교원지위를 포기했다고?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우리가 언제?

필자로서는 우리 노동조합이 언제 교원지위를 포기한다는 주장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앞의 비정규교수노조 입장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박원익씨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적들이 만든 강사법에 따른 교원지위를 받지 않으면 교원지위를 포기한 것인가? 그 교원지위를 받기 위해 강사법을 시행해야 하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대량해고를 유발하고 짝퉁 교원으로 정규직을 대체하게 될 최악의 개악법을, 그것도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권이 직접 고안하여 민주당과 짜고 쳐서 통과시킨 강사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교원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라 비난하는 사람이 사회주의자인가? 좌파인가? 아니 최소한 진보이기나 한 것인가? 그나마 눈꼽만큼 있던 교육공공성마저 파괴하며 대학교수노동시장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암세포가 바로 강사법이다.

박원익씨는 이런 질문들도 한 번 검토해보기 바란다.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교원인가 아닌가?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인가 아닌가? 기간제 교사는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가 아닌가? 중등사립학교 교사에게 정부가 인건비를 지급하는가 안하는가? 사립대학 교수는 교육공무원인가 아닌가? 앞으로 비정규교수 문제를 탐구하려면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필자가 아는 사실 몇 가지를 먼저 알려주겠다. 기간제교사는 교원이지만 법정교원확보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국립대학 교수는 교육공무원이지만 사립대학 교수는 국립대교수에 준한다. 비정규교수의 고용안정성에 대해 고민할 때, 권리에 대해 고려할 때 다양한 교원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대학 내외의 법적·제도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교육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교원에게는 각종 다른 장치를 통해 어느 정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박원익씨 글을 읽어보면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란 곳도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우리가 비정규직 공무원들을 만들자는 이상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언제 비정규직 공무원을 만들자고 했는가? 비정규교수노조가 도입을 촉구하는 연구강의교수제도의 연구강의교수는 공무원이 아니다. 대학 교수 중 교육공무원은 예전처럼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트랙에 배치된 사람만 포함해야 한다는 게 비정규교수노조의 확고한 주장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우리가 왜 비정규직 공무원을 만들자는 이상을 편다는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를 날조되고 유포하는가? 정말 이들이 우리의 주장에 대해 몰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알아도 우리를 비난함으로써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지 상당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3) 비정규교수노조가 부당해고를 당한 강사들에 대한 연대에 소홀하고 시간강사와 대학원생 등 교육주체들을 조직하고 결집하는 데 무관심하다고?

이야기가 길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우리 노동조합과는 다른 경로로 부당해고 투쟁을 하고 있는 남봉순 선생님과 류승완 선생님건은 일단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故 서정민 선생님건과 부산대 민영현 선생님건만 짧게 얘기하겠다.

서정민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비정규교수노조는 서정민 선생님이 시간강사제도의 피해자라고 보고 이를 공론화하여 비정규교수 문제를 전국적 사안으로 부각시켰다. 신문방송사와의 인터뷰, 기고, 기자회견, 1인시위, 농성, 토론회 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일부 다른 단체들도 나름대로 활동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수개월에 걸친 교육부 앞 농성과 압박 투쟁 끝에 국립대 강의료(전업강사 강의료 기준)가 2010년 42,500원에서 2013년 80,000원으로 오르게 하였다. 이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사립대학들에서도 일정 정도의 임금 인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근본적 대안 중 하나인 연구강의교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1년 4월에 강사법을 고안하여 일방적으로 정부입법을 추진하였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즉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에 돌입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이 온갖 신문기사나 홈페이지 자료 등으로 남아 있는데 왜 우리가 이와 관련하여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이후 서정민 선생님 관련 소송들이 우리 노조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건 관련자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진행하기 때문이지 우리가 외면해서가 아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바란다.

우리 노동조합의 부산대분회원이기도 한 민영현 선생님의 경성대 부당해고투쟁건에 대하여 우리가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박원익씨의 주장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필자가 구구절절 여기서 응답할 필요는 없다고 보기에, 필자가 11월21일 오후에 부산대분회에 급히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받은 민영현 조합원 관련 법정소송 투쟁 지원 현황 자료를 첨부하니 읽어보기 바란다. 민영현 조합원은 부산대분회가 생길 때부터 필자와 알고 지내는 사이다. 부당해고 소송을 할 때 비용마련을 위해 후원의 밤을 부산대분회가 열었을 때 필자도 그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독자 제위가 읽어보면 알겠지만 박원익씨의 민영현 조합원 관련 지적은 사실왜곡을 넘어선 허위사실 날조이다. 여러 부산대분회원들이 박원익씨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을 11월21일에 알게 된 후 분노하고 있다.

강사와 관련한 법적 대응 투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필자도 익히 알고 있다.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필자는 당면 투쟁의 우선 순위를 놓고 봤을 때 그것을 실현시킬 인력, 시간, 재정에 대해서는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고를 비롯해 각종 부당한 일에 대해 법정투쟁에 주로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판단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자본주의 국가의 공권력 중 하나인 법원이 우리 손을 완벽하게 들어주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사실 필자도 해고자다. 그동안 총장들의 눈엣가시였던 필자는 2013년 2학기를 끝으로 현재 아무 대학에서도 강의를 안 하고 있다. 필자가 5년 전에 만든 강좌를 2013년에 학교 측이 아예 없애버렸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중을 높이기 위해 교양과목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유사과목이라고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합시키면서 필자를 배제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했어야 할까? 필자도 부당해고 투쟁을 해야 하나? 필자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해당 대학의 분회 지도부를 성토해야 하나?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현재의 시간강사제도가 존속하는 한, 소청심사권도 없는 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겨봐야 다음 학기 강의 배정 안 하면 그만이라는 것을. 더욱이 매년 한 대학 내에서 시간강사 5~10% 정도는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거나 강좌 자체가 축소된다. 최근에는 강사법 시행 준비나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확대 평가지표 시행의 여파로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정든 대학에서 쫓겨나갔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이 개인들의 부당해고 소송보다 덜 중요한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노동조합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집단적인 해고 문제야 현장에서 공론화하고 싸우더라도,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고 더 나은 제도를 고안하여 실현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몇 안 되는 인력과 자원으로라도 말이다.

박원익씨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시간강사와 대학원생만 보이는 모양이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세상을 다 보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면 필자에게 ‘말로만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교육공공성을 떠든다’는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굳이 여기에서 말하지 않아도 필자가 어떤 일을 해 왔는지는 세상에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필자에게 비록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적어도 10여 년 간 교육주체들을 조직하여 노동조합으로 규합하고, 지난 수년 간 교육혁명대장정을 함께 진행해 왔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비롯하여 지역과 대학의 교육주체들과 연대하고, 대학 민주화와 평등대학 구현을 위해 투쟁해 온 필자에게 박원익씨가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향후 박원익씨 본인이 비정규교수가 되었을 때 제발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와 대학원생들을 조직하여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연대하고 사회운동에 복무하는 노동조합을 꼭 만들고 강화하기 바란다. 학위논문 써야 한다고 미루고, 유학 간다고 미루고, 박위 받은 뒤에는 임용되어야 한다고 미루고, 돈 벌어야 한다고 미루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그런 식으로 다 빠지면 싸울 사람도 없고 노동조합으로 존속하기도 어렵다. 비정규교수노조의 분회가 왜 300개 넘는 대학에 9개 밖에 없는지, 그 한 분회를 만들고 확대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헌신했는지 박원익씨가 알아주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유언비어 유포나 사실왜곡만큼은 염치가 있다면 바로 중단해 주기 바란다.

4) 비정규교수노조의 연구강의교수제 주장이 비정규직 운동 전체의 퇴보라고?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비정규교수노조의 연구강의교수제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전체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나은 조건에서 일하게 해 주자는 제도이다. 이것이 어떻게 비정규직 운동 전체의 퇴보인가?

대학의 교수는 국민의 교육권 수호를 위해 ‘재임용심사’를 받게 되어 있고 이는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평가 없는 무기계약직 쟁취 같은 것은 대학 교수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정년을 보장받는 트랙에 배치된 교수조차도 지난 수십 년 간 재임용심사를 거쳐서 조교수-부교수-교수로 승진해 왔기 때문이다.

비정규교수노조의 2012년 연구강의교수제(안)에는 평가 결과가 전임교원의 80% 수준이면 자동재계약을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고용안정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비정규교수의 학문 자유가 지금보단 더 보장된다. 2년이나 3년 단위로 평가를 통해 재계약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들이면 자동재계약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강의교수제에는 정년트랙 정규교수를 100% 확보하여 상당수의 연구강의교수를 정규교수로 흡수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연구강의교수의 생활임금은 전임교원처럼 1주일에 9시간 강의한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노총 표준생계비 3인 가구 기준(4천만 원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일부가 아니라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되 하는 일의 양에 따라 급여 차이는 어느 정도 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 역시 2012년에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제출한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연구강의교수제(안)에 담겨 있다.

현재 연봉 1~2천만 원 받으며 연구실은커녕 휴게실조차 제대로 없는 6개월 미만 단기계약직 시간강사에게, 급여를 획기적으로 올려주고 공간을 제공하며 2~3년 단위로 재계약이 계속 가능한 고용안정성을 보장하자는데 이것이 진보이지 어떻게 퇴보인가? 정규교원 확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도 아니고 정규교원 대폭 확대 충원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게 왜 퇴보인지, 박원익씨는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5) 한교조가 실질적인 교원 지위와 실질적인 학문의 자유 그리고 신분격차 해소에 대해 얼버무리며 강사법 반대라는 현상론만 되풀이한다고? 도대체 우리 주장과 활동을 보기나 했는가?

지금쯤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익씨의 주장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비정규교수를 연구강의교수로 해서 획기적으로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 상당수를 정규교원으로 뽑으라는데, 그래서 학문의 자유 보장하라는데, 정규교원이 아니더라도 연구강의교수(=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전체)가 정규직에 비해 큰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라고 기자회견도 하고, 성명서도 내고, 법안도 내고, 농성도 하고, 언론에도 기고하고, 논문도 쓰고, 파업도 하고 줄기차게 수년 동안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얼버무리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강사법 반대가 현상론이든 뭐든 박원익씨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강사법이 많은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박원익씨는 강사법을 시행하자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강사법 반대가 무엇이 문제인가? 박원익씨는 아직 강사가 아니라서 해고의 공포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강사법은 강의몰아주기를 필연적으로 불러 온다. 우리는 대학에서 교책객원교수나 강의전담교수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는지 눈으로 보아 왔다. 영남대학교 영문과의 강사는 한 때 30여 명이었지만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 교책객원교수 몇 명을 뽑고 나니 6명으로 줄었다. 강사법은 그걸 전국 전 대학의 전 학과에 강제하는 법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각 대학의 대학원생들은 더욱 설 자리가 없다. 필요 인원수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인숙 의원의 ‘2011년 이후 대학 교원별 강의담당 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에 비해 2013년의 시간강사 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로 2011년부터 2013년에 정년트랙전임교원(5.7% 증가), 비정년트랙전임교원(31.6% 증가), 겸임교원,(11.6%) 초빙교원(82.3%)의 강의시간 수가 증가한 것을 들 수 있다. 시간강사법이 통과되기 직전인 2011년 1학기와 통과된 이후인 2013년 1학기를 비교한 자료(전국 126개 4년제 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2013년의 총 강의시간은 약 1% 증가하였는데 앞의 다른 교원들은 상당히 강의담당 시간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시간강사 강의시간 수는 16.5% 감소했다. 2010년 시간강사의 강의담당비율은 36%였지만 2013년에는 26% 수준에 머물렀다. 시간강사 대량해고가 일부분 일어난 것이다. 이는 곧 시간강사의 수가 줄었다는 뜻이고 대학원생들이 진입할 통로가 더욱 협소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사법 시행을 반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비정규교수뿐만 아니라 바로 미래 비정규교수가 될 대학원생들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강사법 시행을 반대하는 것에 대하여 현상론 운운하며 ‘젠체’ 하는 것은 armchair theorist나 할 말일 것이다.

박원익씨는 이후 비정규교수노조에 대해 언급하려면 각 분회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는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공동연구실을 확충하고, 임금을 인상했으며, 최대수강인원을 줄이고, 폐강기준을 완화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싸워 왔다. 경북대에서는 학교당국에 의해 최대수강인원이 120명까지 늘어났었는데 수년에 걸쳐 조금씩 줄여 70명으로 제한했으며 폐강기준도 20명 이내로 줄여 놓았다(이를 위해 120일 이상의 천막 농성 투쟁과 55일 간의 파업도 감행했다). 경북대와 일부 대학에서는 비정규교수도 정규교수처럼 강좌개설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학문의 다양성 보호와 비정규교수 전문성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6) 세금으로 비정규교수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된다고? 그럼 등록금으로 해야 하나?

이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싶다.

세금은 고등교육에 제대로 투자되어야 한다.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립대학 재단은 퇴출시켜버리고 국·공립화하여 거기에 정부가 재원을 투여하여 더 나은 대학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진보나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이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에게 국가가 기본급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각종 수당은 대학(사립대학)에서 내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적립금이 많은 대학에서 적립금으로 비정규교수의 인건비를 추가 확보하자는 제안을 한다면 우린 그런 제안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박원익씨는 사립대학 비정규교수 기본급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지원하자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마치 인건비는 국가가 아닌 대학만이 지급하는 것만이 올바른 방향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교육권 수호를 위하여 교원지위법정주의를 담고 있다. 교원의 지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원에 대해서는 각종 우대를 보장해주는 특별법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중등학교 사립학교 교사의 인건비를 아주 오래전부터 주고 있다. 그런데 사립대학 비정규교수 인건비(특히 기본급)는 왜 정부가 주면 안 되는가? 그리고 사립대학 말고 국립대학 비정규교수 인건비는 정부가 세금으로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것도 학생 등록금(=수업료)을 올려서 줘야 하나?

정부는 사립대학에 각종 연구비를 천문학적으로 지원하는데 그 안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그런데 고등교육재정회계법 제정을 통한 경상비(인건비 포함) 지원은 왜 안 되는가? 사립대학 적립금이 총 10조원 있다고 하지만 적립금이 소규모이거나 없는 대학도 많다. 이들 돈 없는 대학의 비정규교수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적립금은 기본적으로 등록금이 상당액을 차지한다. 세금으로 주지 말자는 얘기는 등록금으로 비정규교수 인건비를 주자는 얘기인가? 필자는 박원익씨가 교육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기본 중 하나인 고등교육재정확충에 대해서는 왜 거부하는 것처럼 말하는지 그 배경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만일 정부가 적립금을 일괄 몰수하여 배분하려 해도 A대학 적립금을 B대학이나 C대학으로 주는 것이 가능할까?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등록금 일부인 고려대학교 적립금을 전문대학에 주는 것에 동의할까? 그게 세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더 올바른 방안일까?

대학에게 돈을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돈을 안 주는 게 문제이고, 제대로 안 쓰이는데도 가만두는 게 문제이다. 사립대학 재단들이 기본 의무인 교사, 교지, 교원 확보를 100% 못하면 재단을 퇴출시키고 국·공립화 하자고 주장하고 실천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문제 얘기하면서 비정규교수 인건비 지원을 가로막는 것은 사태의 본질과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다.

4. 글을 마치며

쓰다보니 길어졌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필자의 의견에 동조하신다면 이 글을 많이 확산시켜 주면 감사하겠다.

박원익씨에게 제안드린다.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노동자 연대〉 사이트를 통해 우리 노동조합과 필자를 근거 없이 비난함으로써 〈노동자 연대〉가 오해를 살 소지를 크게 만든 점에 대해 각성하고 더 이상 〈노동자 연대〉 사이트를 숙주 삼아 잘못된 주장을 전파하지 않기 바란다.

필자는 비정규교수문제의 해법이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그 대안에 대해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다만 이후에는 좀 더 논거와 정당성 및 타당성을 갖춘 이들과 만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며 긴 글을 마친다.

각주

1)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9941 〈교수신문〉 2014.11.17 기사 참고. [↑본문]

2)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64630.html 〈한겨레신문〉 2014.11.15 기사 참고. 필자는 이 집회의 사회자였다. [↑본문]

3) http://kipu.or.kr/kipu_tongsin/tongsin68/tong68_main1.html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홈페이지 제19기 위원장 후보자 공보물 참고. [↑본문]

4) 비정규교수노조 이상룡 정책위원장의 글은 전국교수노동조합 홈페이지(http://www.kpu.or.kr/) 공지사항 ‘대학혁명 창간준비호 3호’(12월초 공개 예정)에서 볼 수 있다. 약 1개월 전에 글을 제출했으나 교수노조 사정 상 대학혁명 11월호와 12월호를 합본하는 과정에서 편집이 늦어졌다 한다. [↑본문]

5) 참고: 임순광. 2011. ?대학 시간강사제는 사라질 것인가?. 영미문학연구회. 《안과밖: 영미문학연구》, 제30호 & 임순광. 2012. ?대학의 기업화와 시간강사법?. 《진보평론》, 제52호. [↑본문]

6) 유은혜 의원이 2013년 국정감사 때 76개 4년제 사립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신임교수 중 비정년트랙 비율은 2010년 35%에서 2013년 51%로 급증하였다. 《교수신문》(2014.3.17.), “예산절감·대학평가 대비책은 비정년트랙 우선?” 참고. [↑본문]

7)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노조 안을 확정하기 위해 정책위원회 토론회, 분회별 순회 토론회,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등을 거쳐 논의를 심화시켜 왔다. 2004년의 연구교수제와 2012년의 연구강의교수제도 그 산물이고, 2014년의 연구강의교수제도 마찬가지이다. 연구강의교수제는 공식적으로 전개된 치열한 논쟁과 설득의 산물이다. 노동조합의 공식입장은 학회 발표자의 논문 하나와 같을 순 없다. 단순한 개인 의견과도 무게를 달리한다. 집합적 지성의 산물이고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