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청와대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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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이전투구 양상이 가관이다.
최근 소동의 시작은,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 조응천 등이 박근혜의 전 비서실장 정윤회에 관해 만든 보고서가 폭로된 사건이었다.
선출된 적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임명된 적도 없는 정윤회 등이 청와대 비서실장(김기춘)을 교체하니 마니 하고 권력을 휘두르고 모의했다는 내용은 정권의 부패 실상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보고서의 배후로 지목된 박근혜의 친동생 박지만 쪽 인사들이 보고서 작성 후 정권 요직에서 줄줄이 밀려난 것이 확인됐다.
이때만 해도 정윤회와 박지만 사이에서 벌이는 측근 간 권력 다툼인 것으로 보였다.
박근혜처럼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의 정부에서는 상명하복식 권력 집중 때문에 비밀주의가 만연하고, 따라서 측근들이 월권을 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부패상이 특히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가 나서서 ‘보고서 내용은 찌라시고, 보고서가 유출된 게 국기 문란이고 진짜 문제’라고 사실상 정윤회 편을 들었다.
박근혜의 발언은 그대로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됐고, 검찰은 박근혜가 불러준 대로 수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비호 덕분인지 정윤회는, 검찰에 불려갈 땐 국가정보원장도 통과한다는 보안검색대도 거치지 않고 위세 있게 검찰청에 들어가 조사를 받았다.
빨리 덮겠다는 의도였겠지만, 박근혜 스스로 측근 간 스캔들 문제를 자신이 직접 연루된 권력 스캔들로 키운 꼴이 돼 버렸다. 정윤회가 ‘진돗개가 되겠다’고 한 지 5일 만에 박근혜가 해명한답시고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한 편의 코미디였다.
또한 청와대 내 통제력에 이완 조짐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박지만 부부에 대한 1백 쪽 분량의 동향 보고서도 봄에 청와대에서 유출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정윤회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회의감이 든다”며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보고서 유출자로 몰린 최모 경위는 청와대의 압박이 부당하다며 자살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무리 떨어져도 40퍼센트라던 지지율이 12월 2~3째 주에는 3곳에서 3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특히 전통적 여권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이뿐 아니다. 지금의 정치적 위기가 깊어지면, 여권에서 박근혜 세력과 이명박 세력 간 분열이 발전할 수도 있다. 지금 이명박계는 혹시라도 박근혜가 위기 모면용으로 자신들을 속죄양 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일단 우익 내 균열을 봉합하려고 종북 몰이로 방향을 틀었다. 헌법 ‘죄판관’들은 당초 예상보다 선고기일을 앞당겨 진보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
경제 위기와 통치자들의 위기감
박근혜의 조급하고 신경질적인 대응은, 정권의 위기감을 보여 준다.
최근 세계경제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노동자 계급에게 본격적인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를 벌여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 정부는 11월부터 노동자 계급 전반을 향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공무원연금 연내 개악 시도, 의료 민영화, 해고 요건 완화, 통상임금 개악 등.
그런데 역시 청와대의 분열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정권 내부의 추한 균열이 드러나고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칫 고통전가 드라이브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안보 위기에 겹쳐진 정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는 더욱 더 강성 우익적 본색을 강화할 것이다. 그것이 내부 균열 봉합에도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
지배계급 처지에선 고통전가의 필요성이 절박할수록 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단속할 필요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본인이 정치권에 들어 온 이래로 줄곧 강성 우파의 대변자였다.
따라서 진보당 해산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당 통장을 압류하고 보궐선거 일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따위의 야비함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본색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무리수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도 드러났다.
멈추지 않을 박근혜의 도발, 단호한 투쟁과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정치 위기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계급 전반을 향한 고통전가 공세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런 공세가 우익만 강화시키기보다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실 그동안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부패 인사 문제, 복지 공약 철회, 서민 증세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통치 정당성은 약화돼 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최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서 보듯 반기업 정서도 상당하다.
친기업 경제 살리기로 돌진하려는 박근혜에게 이런 상황은 상당한 난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조직 노동자 운동이 선두에 서서 (비록 방어적인 과정이었지만) 박근혜의 고통전가 공세가 쉽게 전면화하지 못하는 방어막 구실을 해 왔기 때문이다.
호각지세를 이룬 세력균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는 도리어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선진 노동자들의 정서도 이런 방향인 듯하다. 예상을 뒤엎고 한상균 후보가 1위를 한 민주노총 임원선거 1차 투표 결과가 좋은 증거다.
따라서 노동자 운동이 진보당 해산 결정에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만큼 단호하게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계급을 투쟁으로 단결시킬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