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를 향한 철도 화물 ‘사업부제’ 도입과 계속되는 ‘정상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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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국토부는 철도 화물운송 분야를 자회사로 분할하려던 계획을 바꿔, 우선 ‘사업부제’를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분할해 가기로 결정했다.
‘사업부제’는 회계, 인사, 성과 측정 등을 분리해 하나의 독립된 단위처럼 운영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 운영 방식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화물운송 자회사 분리를 시작으로 차량, 시설유지·보수 등을 분리해 나간다는 철도 분할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금 상황은 이 중 일부가 지연되고 중간 단계를 두는 식으로 분할 민영화가 우회 추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 같은 핵심 공격을 관철하는 데 힘을 쏟으려 숨을 고르는 듯하다. 급격한 분할 민영화 추진이 수서KTX 민영화 추진 때처럼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심을 하기엔 이르다. ‘사업부제’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기 매우 쉽다. ‘사업부제’ 도입은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아가려는 단계적 민영화 꼼수로 봐야 한다.
철도공사는 ‘물류 사업부제’를 도입해 예산 편성·집행권과 인사권 등 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화물역 축소, 화물열차 1인 승무 도입, 근무체계 변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많은 조합원들은 당장 화물 자회사 분리가 제동이 걸린 것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조만간 닥칠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정부가 “자회사에 준하는 사업부제”라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조합원들의 걱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업부제’ 시행이 낳을 구조조정에 맞설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대 민영화의 거의 유일한 ‘성과’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대폭 악화시킨 것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민영화 반대 투쟁의 중요한 일부다. 무엇보다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이 나빠지면 철도 안전과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즉, 철도 공공성 후퇴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사업부제’ 도입 말고도 철도 산업 전반에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철도는 1월 중 입찰이 마감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2016년 개통되는 신규 2개 노선(성남~여주, 부전~일광)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기로 결정해 1월 중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마산~진해 간 열차 운영이 중단되는 등 적자 노선 폐지도 계속되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민영화 반대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데 열의 있게 나서야 한다. 특히 민영화 반대 투쟁과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결합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넓힐 수 있어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방어하기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강화할 근속승진제 폐지 압박 중단하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옥죄기에 맞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철도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공격에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강제전출, 복지 삭감, 퇴직금 삭감에 이어 지금은 근속승진제 폐지 압박이 거세다. 사측은 노조가 근속승진제 폐지에 합의하지 않으면 임금이 반토막 날 것이라고 협박하며 현장을 들쑤시고 있다. 이미 2015년 인건비 예산 4백94억 원을 삭감했다. 퇴직을 2~3년 앞둔 노동자들에게 ‘명퇴’까지 강요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근속승진제가 폐지되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날 선 경쟁이 벌어지고 승진을 위해 사측 관리자들에 줄을 서야 하는 등 악몽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와 사측의 공격 의지가 완강하고 노동자들도 절박한 만큼, 철도노조 지도부는 ‘정상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건설에 본격 나서야 한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정상화’ 공격은 앞으로 벌어질 대규모 구조조정과 민영화 추진의 핵심적인 준비 과정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와 능력을 약화시키려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을 이끌겠다는 민주노총 좌파 지도부의 등장에 투쟁적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철도노조 내 활동가들과 투사들은 이런 기대, 그리고 정부와 사측의 공세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결합시켜 전열을 정비하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